중국-베트남-필리핀, 서로 밀고 당기는 남중국해 삼각외교

  • 등록 2024.08.28 10: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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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 필리핀과는 긴장, 베트남과는 친밀

 

필리핀과 베트남의 대중정책이 극과 극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남중국해를 놓고 필리핀과 중국이 연일 물리적 충돌을 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가운데 반해, 베트남의 신임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은 취임과 동시 중국을 찾아 교류수준을 한 층 더 높이고 나섰다.

외신들은 중국을 놓고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양국의 선택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일단 서구 입장에서는 중국과 갈등을 빚으며 미국과 서구와 공동보조를 맞추는 필리핀의 선택에 더 점수를 주는 상황이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토람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겸 베트남 국가주석이 이번 주 중국을 국빈 방문해 지난 8월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베트남 정부는 성명을 통해 토람 총리가 방문 중 교통 발전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연성 차관과 기술 지원을 모색하는 것을 언급했으며 중국과 국방 및 안보 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베트남은 회담 이후 14건의 협정을 체결했는데, 그 중 양국 간 국경을 넘는 철도 건설을 촉진하는 내용이 주요 초점이 됐다.

시 주석은 토람 주석과 회담에서 "중국은 항상 베트남을 주변 외교의 우선순위"로 여겨왔다고 말했다. 토람이 총서기로 취임한 후 첫 방문으로 중국을 선택한 것은 "베트남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반영한다"고 말했다.

막 취임한 토람에 대해 중국은 극진한 대접을 해 국제정치 분석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남중국해에서 베트남을 기반으로 중국이 더욱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비슷한 시기 중국은 필리핀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필리핀 당국과 소규모 물리적 충돌을 겪었다. 필리핀은 미국의 미사일을 배치하면서까지 중국과 적대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사실 남중국해를 놓고, 중국과 충돌하기는 베트남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베트남의 경우 중국과 적대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일단 이유는 베트남의 경우 중국에 대한 접촉이 필리핀보다 많기 때문이다.

북쪽 국경을 직접 맞대고 있고, 베트남의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메콩강의 발원지가 중국에 있고, 중국의 통제를 받는 상황이다. 결국 베트남은 중국을 끌어들여 미국을 견제하고,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시이소식 외교 노선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좡자잉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정치학과 부교수는 최근 BBC중국어서비스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이유를 들어 베트남과 중국 간의 교류가 실제로 "많은 압박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종 압박을 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베트남 국민들의 감정을 베트남 지도자들은 무시할 수가 없다. 당장 무력까지 동원하며 베트남에게서 사사군도를 빼앗아 간 중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베트남 당국은 보다 섬세한 자세로 중국과 관계를 가져가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이독제독의 도리를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필리핀은 중국과 다방면에서 베트남보다 직접적으로 충돌을 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당장 대만해역 문제만해도 그렇다.

지난 2022년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무력을 동원해 대만 봉쇄 작전을 펼쳤다. 이 때 중국이 봉쇄한 것은 대만만의 해역이 아니었다. 필리핀 일부 해역도 지리상 봉쇄되고 말았다.

베트남이 우호와 갈등 사이의 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언제나 베트남이 수동적 위치에 처해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번 취임 직후 바로 중국을 방문했듯 베트남 당국은 실제 같은 사회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대한 신뢰가 미국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박청로 parkchungro@haidongzhoum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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