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시안 나토 구상’은 과연 헛된 것일까? 실현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국제 정세는 빙하 속 물길과 같다.
수 만년 아주 천천히 움직이지만, 한 번 그 움직임이 빙산의 일각까지 변화를 주기 시작할 때면 너무도 빨라, 아무도 그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다.
빙산의 일각이 움직이기 전에 빙하 물길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 그 것만이 대응이 가능하다.
국제 정세가 빙산의 움직임과 같다.
빙산의 일각, 드러난 부분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움직임이 없는 게 아니다.
한 번 빙산의 일각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국제 정세는 누구도 걷잡을 수 없이 바뀌게 된다. 미리 준비한 이들만이 이 움직임을 활용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최근 국제 정세는 ‘급변’이 주제어다.
글로벌 사회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 수만 명의 생명이 수백 수천발의 폭탄 아래 오늘도 생사의 위험에 처했고, 실제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위험도가 가장 극도로 올라가는 지역이 바로 한반도이고, 다른 한 곳이 바로 대만 해역이다. 대만의 독립움직임에 중국은 ‘무력 사용’을 공약하고 있다.
“대만은 그대로 있으라!” 중국의 요구다.
하지만 중국도 안다. 빙하 거대한 물결이 빙하를 가만두지 않듯 대만의 변화는 거대한 국제 정세 속 위에 흔들리는 부표라는 것을.
소위 대만해역에서 한반도까지를 ‘극동아시아’라고 한다. 중앙아시아의 경우 전쟁이 일어나도 글로벌 사회 끼치는 영향이 적다.
하지만 이 극동아시아에서 긴장에 연루된 지역은 모두 글로벌 경제 대국들이다.
당사국인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체다. 국력도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나라다. 대만은 글로벌 산업의 최대 부품인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다.
또 다른 당사자인 한국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생산의 또 다른 중심지다.
이 두 지역에서 반도체 생산이 멈추면 글로벌 IT산업에 지대한 영향이 초래된다. 대만과 한국이 생산지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안전성을 위해서는 아직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지역 분쟁에 직접적인 연관자인 일본 역시 글로벌 경제의 전통적인 강자다. 한 때 미국을 능가한다는 평가까지 받은 적이 있을 정도였다.
‘잃어버린 30년’ 이래 경제 실력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국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일본이다.
무엇보다 중동이나 중앙아시아에 비해 이들 극동 아시아는 수많은 인구들이 한 도시에 몰려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에서 전쟁은 세계사에 유래없는 참상을 만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본래 지역 불안은 ‘의심’이 만든다. 중국은 대만의 독립의지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고, 북은 어떻게 든 국제 사회에 스스로를 인정받고 ‘핵을 보유한 강국’으로 대접 받기를 원한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북한의 평화 유지 의도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끝없이 스스로 무장하는 북을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이런 의심이 끝없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평화 유지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일본에서 의외의 제안이 나왔다.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그동안 각국 외교부 책상 서랍에 보관돼 오던 ‘아시아판 나토’ 창립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간단히 힘의 균형을 위해 중국에 맞서는 무력 연합첵를 구성하자는 것, 전쟁을 힘으로 막자는 주장이다.
과연 이 ‘아시아판 나토’ 주장은 불가능한 주장일까? 나토는 아니어도 미국, 일본, 호주 등의 3개국은 국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여기에 뉴질랜드, 인도 등이 강한 연대에 희망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향후 국제 정세는 어디로 변할 것인가? 한국이 갈 길은 어디일까? 우리의 관심이 쏠려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