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砸锅卖铁’
잡과매철이라는 한자성어다. 중국 발음으로 자궈마이티에다. 철솥을 부셔 팔아 돈을 마련한다는 의미다.
요즘 중국 지자체 재정 상황을 설명하는 성어로 지난 8월이후 중국 충칭시 비산구에서 이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성어다. 지자체가 철솥을 부셔서 철을 팔아 돈을 마련해 재정을 충당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비산구 특수부서 업무 역시 각종 수단을 동원해 비산구 재정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어떤 솥을 부셔 파느냐’를 분석하는 글들이 쏟아졌고, 이 같은 지자체의 노력을 칭찬하는 글들도 잇따랐다.
그런데 최근 이 성어가 돌연 중국에서 금지어가 돼 중화권 매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수많았던 ‘砸锅卖铁’ 관련 글들이 삭제됐거나, 노출되지 않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 중국어 서비스에 따르면 대표적인 글 가운데는 ‘구라오반디라오차오’(옛 주인의 둥지)라는 아이디로 쓰여 큰 관심을 모았던 ‘잡과매철, 잘 하고 있다.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글도 삭제된 상태다.
위쳇은 ‘잡과매철, 잘 하고 있다.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글의 삭제 이유에 대해 규정을 위반했다는 투고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위쳇은 뿐만 아니라 ‘잡과매철’에 대해 풍자하고 비꼬는 콘텐츠들 역시 삭제하고 있다.
위쳇은 ‘어리석게 왜 솥을 부셔 파냐, 그냥 솥을 팔지’라는 글 역시 삭제했다. 위쳇에서 이 글을 접속하면 “이 콘텐츠를 일시적으로 볼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표시된다.
또 다른 위쳇 계정의 글 '지방정부가 냄비를 버리고 쇠를 팔 정도까지 가는가?'라는 제목의 글 역시 삭제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프리카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발표한 이후 철 판매와 당국의 이 지원 정책을 연관지어 토론하기도 했는데, 이 토론 역시 원천 봉쇄됐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금지어를 통해 지방재정의 어려움이 알려지는 게 마뜩치 않게 여기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 이 용어는 과거 마오쩌둥이 주창했던 대약진 운동의 구호를 연상시킨다. 당시 역시 철 생산을 위해서 농기구 등을 녹여 철을 만들어 냈다.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이 숨기고 싶은 이유는 실제 지방 재정이 어렵기 때문이라 지적하면서 중국은 문제를 숨기고 해결하려는 경향이 너무 강해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이미 손을 쓰기 어려운 상태일 때가 많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