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3·15 방송’을 아시나요?”
중국 소비자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한국으로 치면 과거 ‘2580’ 등과 같은 형식이다. 기업 제조 과정의 문제점을 심층 취재해 고발한다.
방송의 3·15는 3월 15일을 의미한다. 중국의 소비자 권익의 날이다.
프로그램은 이날 방송된다. 이 프로그램의 타깃이 된 기업은 사실상 경영이 끝났다고 봐야 할 정도로 중국에서는 치명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최근 이 방송이 중국 소비관련 두 가지 문제를 짚어 주목된다.
첫째, ‘가성비’는 소비자들의 공통된 요구다.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 그리고 ‘내가 가격을 낮췄다’라는 라이브 커머스의 가격 인하 경쟁이 심화되면서, 많은 상품의 가격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품질’은 사정이 다르다.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지면서 기업들의 이윤이 극도로 줄어들자, 일부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품질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 ‘흑백 양면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도 있다. 대기업 브랜드 제품은 정규 공장에서 생산해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반면, 중소 유통 경로를 위한 제품은 품질을 무시한 채 생산해 폭리를 취하는 방식이다.
일부 업체들은 낮에는 정식 제품을 생산하고, 밤에는 저품질 제품을 밀어내는 ‘이중 생산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두 개의 공장을 따로 운영하며, 한 곳은 정식 공장으로 외부 공개가 가능하지만, 다른 한 곳은 철저히 비밀리에 운영되며, 출입 금지·촬영 금지·위치 공유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펑파이(澎湃) 뉴스 기자가 위생용품 및 기저귀 제조업체를 잠입 취재한 결과, 원가를 낮추기 위해 품질과 기본적인 기준조차 무시하는 사례가 적발되었다. 불법 원료를 사용하거나, 각종 폐기물과 잔여 자재를 회수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재활용하는 등의 문제도 발견되었다.
한방족욕제 생산업체를 취재한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업체 측은 가격만 맞춰주면 무엇이든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대놓고 밝혔다. 처음에는 36가지 한약재를 포함한다고 홍보한 제품이 실제로는 8가지 재료만 포함되어 있었고, 이후에는 콩대(豆秸)를 한약재로 속여 사용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아예 어떤 한약재도 넣지 않고 단순히 색소를 탄 물을 ‘족욕액’으로 판매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낮으면 품질도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저가’가 곧 ‘품질 보장 없음’ 또는 ‘건강에 심각한 위험’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라이브 방송에서 지나치게 저렴한 상품을 접할 경우, 신중하게 구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품질·위험 제품을 구매할 확률이 높아지고, 결국 이런 선택들이 ‘열등한 제품이 우수한 제품을 몰아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둘째, 노인 대상 소비 사기 문제다.펑파이 뉴스의 한 잠입 취재는 매우 악질적인 판매 수법을 폭로했다. 한 기저귀 제조업체 관계자는 저품질 제품을 판매할 때, 노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노인들은 가려워도 잘 모르니까”라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여성·젊은층·어린이에게는 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면 즉시 문제를 제기하거나 부모가 나서 항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노인을 겨냥한 각종 사기와 상술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노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존재는 사기꾼”이라고 농담 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
어떤 여행사나 불법 가이드들은 ‘초저가 여행’을 내세워 노인들을 유인한 후, 강제 쇼핑을 유도해 수익을 올린다. 노인들은 체면을 차리는 경향이 강해 강매를 거절하기 어려운 심리를 악용한 것이다.
일부 악덕 업체들은 ‘와인 투자’ 사기를 벌이며, 경제력이 있는 노인들에게 ‘지금 싸게 사두면 나중에 큰돈이 된다’며 유혹한다. 또, 일부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는 노인들의 신뢰를 이용해 친근감을 형성한 뒤, 가짜 명화나 가짜 골동품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
과거 CCTV 보도에 따르면, 일부 사기꾼들은 노인들이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무료로 싸구려 라디오를 나눠준 뒤, 이 라디오에서 저품질 제품의 홈쇼핑 광고를 반복 재생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벌였다.
이들에게 노인은 ‘이상적인 타깃’이다. 설령 사기를 당했더라도 대다수는 조용히 넘어가거나, 신고할 줄 모르거나, 인터넷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 문제는 때로는 법적 문제이고, 때로는 권익 문제이며, 때로는 도덕적 문제이기도 하다.하지만 어떤 경우든, 소비 문제는 사회의 문명 수준을 시험하는 척도가 된다.문명사회에서는 저급한 상술이 활개 치거나, 취약계층이 쉽게 기만당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