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저주?
한국에서도 슈가 0, 트랜스지방 0 등 소위 ‘0’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0’ 상품의 대명사였던 한 간장회사가 여론의 철퇴를 맞았다.
첨가물이 없어 첨가물 ‘0’라던 이 간장에서 중금속 카드뮴이 검출된 탓이다.
‘아니 다른 첨가물도 아니고, 중금속 카드뮴을 첨가하다니!’ 중국 네티즌들은 당연히 분노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천허0’ 간장이 무첨가 간장이 아니며, ‘천허0’는 단순한 상표명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소비자들이 이를 무첨가 제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매체에서 제조사인 천허미업식품주식회사에 취재를 하자, 고객센터 직원은 “‘천허0’는 당사의 등록 상표가 맞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천허0’가 무첨가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무첨가 여부는 원재료표를 참고하면 된다”는 입장만 밝혔다.
중국 네티즌들은 ‘천허0’ 간장은 단순한 말장난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마치 ‘아내가 들어 있지 않은 아내빵’이나 ‘부부가 없는 부부폐채’처럼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는 풍자다.
중국 현행법에 따르면 상표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식별하여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중국 《상표법》에 따르면, 상품의 품질, 주원료, 기능, 용도, 무게, 수량 등의 특징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은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예컨대 ‘샤오미(小米)’는 휴대전화의 상표로 등록할 수 있지만, ‘샤오미죽(小米粥)’의 상표로는 등록할 수 없다.
‘샤오미’가 죽의 주원료이므로 특정 기업이 이를 독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순수한 고기(纯肉)’는 햄 소시지의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 만약 ‘순수한 고기 햄 소시지’라는 상표가 등록된다면, 제조업체는 오히려 ‘순수한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생산·판매하면서도 ‘순수한 고기’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소비자를 기만하게 된다.
또한, 《상표법》 제10조에서는 ‘상품의 품질 등 특징에 대해 대중이 오해를 일으키기 쉬운 기만적인 표시’ 역시 상표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상표에 ‘유기농’, ‘친환경’ 등의 표현이 포함될 경우, 소비자는 해당 상품이 특정한 성질이나 생산 공정을 따랐다고 믿기 쉽다. 이러한 소비자 오인을 초래하는 상표 사용은 법적으로 금지된다. 과거 한 업체가 사탕, 빵 등의 제품에 ‘세 개의 노인삼(三颗老人参)’이라는 상표를 신청했으나, 소비자가 빵에 인삼이 들어 있다고 오인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된 사례도 있다.
다만 ‘천허0’ 간장이라는 상표가 이 같은 중국 현행법 위반인지는 다툼의 소지가 있다. 일반 소비자는 이를 단순한 브랜드명이 아니라 ‘무첨가 간장’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만, 정작 브랜드 명이 무첨가라는 것을 명시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첨가물이 없는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판단에 ‘천허0’ 간장은 특정 소비층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은 사실이다.
천허미업식품회사는 수년간 ‘무첨가’와 관련된 상표를 적극적으로 등록해왔다. 2018년 9월, ‘천허링(千禾零)’, ‘천허링자(千禾零加)’, ‘천허0+’ 등의 상표를 등록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천허링톈자(千禾零添加)’ 상표를 신청했지만 승인되지 않았다. 이후 ‘천허링톈자(千禾零添加)’ 대신 ‘천허링톈자(千禾零添佳)’로 변경하여 다시 신청했으나 이 역시 거절되었다. 그러나 2020년 5월과 6월, ‘천허0’이라는 상표를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 회사의 꼼수가 더 이상 계속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