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점수는요? 100점 만점에 40점이에요.”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스스로에게 준 점수는 낮았다.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 후 영화 <건축학개론>을 거치며 배우로서도 확고한 위치를 점한 그의 이야기치고는 지나치게 겸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말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마치고 수지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가 1월말 발표한 새 앨범 <페이시스 오브 러브>(Faces of Love)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사랑을 표현하는 여러가지 모습에 대한 노래 7곡을 담았다. “자신의 연기와 가수 활동에 대한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을 받은 수지는 “짜게 주고 싶다. 100점 만점에 40점 정도다. 연기할 때는 책임감도 크고 부담스럽기도 해서 제 자신에게 엄격해진다”며 “앨범 활동을 할 때는 제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많이 표현하려고 한다. 지난 번에도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는 30점을 줬는데 10점 정도 올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수지에게 이번 앨범은 더욱 특별하다. 단순히 지난해 1월 솔로 앨범을 낸 후 1년 만에 다시 가수로서 무대에 서기 때문은 아니다. 그가 속했던 미쓰에이가 지난해 말 공식 해체된 후 첫 홀로서기에 나선 탓이다. 이후 각 멤버들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수지는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맺고 전과 다름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면 몇몇 멤버는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수지는 “미쓰에이 해체와 관련해서 팬들에게 제대로 (이유를) 전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각자 활동을 하면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 잘 되길 응원한다”며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던 멤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지난 번 솔로 앨범을 발표할 때도 그랬듯, 새로운 도전이라 굉장히 떨린다. 그래서 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며 “그룹으로 활동 때와는 다른 수지만의 색깔이 있는 음악,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0대 후반에 데뷔 후 어느덧 2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수지는 무대를 보면 한층 더 성숙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소녀’에서 ‘숙녀’로 거듭나는 과정인 듯하다. 미국 LA에서 촬영을 진행한 타이틀곡 ‘홀리데이’의 뮤직비디오에 담긴 수지의 모습도 여성미를 물씬 풍긴다. 그의 이런 노력에 부응하듯 선공개곡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는 각종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수지의 감정 역시 한층 깊다. 그가 사랑에 대해 노래를 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수지는 “사랑에 대한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다"며 "사랑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예전부터 사랑 노래를 불러왔는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씩 감정이 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지는 피해갈 수 없는 또 다른 질문과도 마주했다. 애틋한 감성을 담아 불러 대중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는 과연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곡일까?
수지는 “이 곡은 지난해 발표한 ‘행복한 척’을 만든 작곡가인데,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잔인하고 솔직하고 직설적인 내용이라서 놀랐다”며 “작곡가는 ‘이별 노래지만 빙빙 돌리지 않고 직설적인 곡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곡은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2018 년 무술년(戊戌年)은 ‘개의 해’다. 1994년생으로 개띠인 수지에게도 특별한 한 해가 아닐 수 없다. 이미 드라마를 끝낸 데 이어 솔로 앨범까지 발표하며 바쁘게 한 해를 시작한 수지. 과연 그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을 비롯해 새로운 시도를 했어요. 한 곡 한 곡 더 신경을 많이 썼죠. ‘명반이다’라는 반응을 얻고 싶고, 수록곡까지 사랑받는 앨범이었으면 좋겠어요. 제 목표이자 꿈 중 하나가 솔로 콘서트예요. 늘 하고 싶고 계획하고 있어요. 올해가 되었든 내년이 되었든 언젠가 꼭 하고 싶어요.”
기사=김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