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가장 화려한 제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시기이다. 제주도 전역을 물들이는 유채꽃, 하얀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 터널, 봄바람에 일렁이는 푸른 청보리밭 …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선물 같은 휴식이 되는 제주의 봄을 만나러 떠나보자.
샛노란 유채꽃 바다에 물들다 - 제주유채꽃축제(녹산로, 조랑말체험공원)
제주를 물들이는 노란빛 유채꽃은 가시리 마을에서 절정을 발한다. 녹산로에는 유채꽃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꽃향기가 넘쳐난다. 올해 제주유채꽃축제는 4월 7일부터 15일까지 녹산로와 조랑말체험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유채꽃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유채꽃 뮤직페스티벌, 버스킹 등 유채꽃을 닮은 따뜻한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길을 펼쳐놓고, 아픔을 읽다 - 큰넓궤와 도엣궤
제주의 아픈 역사인 4.3 사건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 <지슬>의 촬영지인 큰넓궤와 도엣궤에는 그 당시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안덕면 동광리 복지회관을 시작으로 큰넓궤를 지나 도엣궤까지 닿는 4.3길은 왕복 6km 코스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유난히 추운 1948년의 겨울, 120여 명의 주민은 토벌대를 피해 큰넓궤와 도엣궤로 숨어 지내야만 했다. 현재 큰넓궤와 도엣궤의 입구는 봉쇄되어 동굴 안을 들어갈 순 없지만, 칠흑 같은 암흑 속에 가슴 졸이며 지냈을 그 날의 아픔을 읽을 수 있다.
우리 잠시 쉬었다 갈까요 - 안돌·밧돌 오름
오름 많기로 소문난 송당리에 거센 제주 바람에도 함께하는 오름이 있다. 안쪽에 들어앉아 있어 안돌오름, 바깥쪽으로 나앉아 있어 밧돌오름이라 불리는 두 오름은 늘 함께한다. 풀꽃, 야생화가 많은 안돌오름 정상에 올라서면 삼나무 군락과 푸른 목초지가 등산객을 맞이한다. 맑은 날이면 우도와 성산일출봉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밧돌오름을 그냥 지나치기엔 아쉽다. 안돌오름 정상에서 밧돌오름까지 이어진 사잇길을 따라 밧돌오름 정상에 올라서면 묘한 성취감이 밀려온다.
설레임 흩날리는 제주, 한적한 벚꽃길 - 효돈동, 방선문 ~ 오라 C.C 입구
제주의 벚꽃은 어느 곳보다 빠르게 피어나 꽃비로 흩날린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을 만끽하기엔 4월의 제주가 제격이다. 한적하게 벚꽃을 즐기고 싶다면 쇠소깍 근처에 위치한 효돈동 벚꽃길을 추천한다. 낮은 집과 아름드리 피어난 벚꽃의 조화는 독특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제주시에 위치한 방선문 계곡에서 오라 C.C 입구까지 이어지는 벚꽃길도 사람들의 방문이 적은 편이다.
푸른 봄을 삼키다, 제주 청보리 - 항몽유적지, 가파도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는 드넓은 청보리밭이 펼쳐져 있다. 토성 탐방로를 따라 조성된 청보리밭은 무료입장이 가능하며 초록의 푸르름을 담아가기 좋다. 조성된 포토존과 보리밭 사잇길에서 인생 사진을 남겨보자. 가장 낮은 섬 가파도에서는 4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 한 달간 청보리 축제가 열린다.
나의 친애하는 바다 - 큰엉해안경승지
비움이 필요할 때, 거침없이 펼쳐진 코발트빛 제주 바다와 해안절벽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를 추천한다. 남원 큰엉해안경승지는 제주다움이 듬뿍 묻어난다.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삼킬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 하여 붙여진 ‘큰엉’이라는 이름답게 바다를 삼킬 듯한 검은 용암 덩어리의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푸른 하늘을 그대로 담아낸 바다를 따라 조성된 1.5km의 해안 산책로는 제주만이 표현할 수 있는 풍광을 품고 있다.
숲을 거닐다, 쉼표를 찍다 - 숫모르편백 숲길
제주의 명품 숲길로 꼽히는 숫모르편백숲길은 한라 생태숲의 숫모르 숲길을 거쳐 절물휴양림 내 개오리오름의 편백나무림, 거친오름 둘레와 정상 숲길까지 이르는 총 8km에 이르는 코스다. 하늘을 가르듯 솟아오른 편백 사이에서 빠르게 지나는 일상을 뒤로한 채 자연과 교감하며 느긋이 제주를 느껴보자.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오전 10시에서 12시가 가장 좋고 3시간 정도 걸어야 피톤치드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담백한 제주의 맛 - 제주 고사리
4월 제주는 부지런히 지천으로 고사리를 키워낸다. 고사리철이면 제주도민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보온병에 따뜻한 커피를 담아 짝을 이뤄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기 바쁘다. 제주 고사리는 ‘궐채’라고 불리며 임금님께 진상되었을 정도로 뛰어난 맛과 향기를 자랑한다. 4월 28일, 29일 양일간 열리는 ‘한라산청정고사리축제’에서는 고사리 채취 체험과 함께 고사리 음식도 맛볼 수 있다.
笔者 济州=许祯真 提供图片 济州观光公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