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산을 비롯한 일부 스테인리스강 수입 제품에 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오는 7월 반덤핑 관세가 최종 확정되면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체들 피해가 우려된다.
22일 중국 상무부는 공고를 통해 지난해 7월부터 조사를 진행한 결과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수입 스테인리스 강괴, 열연 판, 열연 롤 제품의 덤핑과 자국 산업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잠정 판정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23일부터 이들 4개 지역에서 수입하는 스테인리스강 관련 제품에 18.1∼103.1%의 보증금을 물릴 것이라고 전했다. 상무부 공고에 따르면 현재 스테인리스강을 중국에 수출하는 국내 업체 중 유일한 포스코는 23.1%의 보증금을 지불해야 한다. 나머지 한국 업체들은 103.1%의 보증금 부과에 대상이다.
일본의 경우 신일철이 18.1%, 나머지 일본 철강회사는 29%의 보증금을 내야 한다. 중국 정부의 이번 반덤핑 조치 발표는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일대일로 협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이탈리아와 모나코, 프랑스 등 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선 시점에 발표된 점도 눈길을 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반덤핑 조치는 개별 기업들이 협의할 사안이지만 포스코에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중국 정부와 협상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최종 조치는 오는 7월에 결정된다. 그때까지 포스코는 수출 가격의 23% 해당하는 부과금을 지불해야 한다. 업계 일각에선 사실상 포스코의 중국 수출길이 막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중국 상무부와 23%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피하기 위해 수출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협상할 계획이라 밝혔다. 지난해 포스코가 중국에 수출한 스테인리스 열연강판은 2억달러(16만t) 규모다. 국내 기업의 중국 철강 수출 물량의 4.2% 정도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 저렴한 인도네시아산 강판이 범람하면서 한국이 함께 반덤핑 조치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일단 오는 7월 최종 판정 때까지 절차에 따라 관세율을 낮출 수 있도록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의 보증금 세율 23.1%는 EU(유럽연합) 국가의 철강업체들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지만 일본 등에 비해서는 높은 수치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에서 덤핑 잠정 판정을 내린 것은 한국 제품이 자국 산업에 손해를 끼친다고 판정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관세율을 최종 한 자릿수로 낮출 계획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중국 상무부 공고가 나온 직후부터 현지에서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산 스테인리스강 제품이 중국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미국, EU, 인도,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각지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한 상황이라 당장 실적이 곤두박질치진 않겠지만 갈수록 거세지는 각국의 보호무역 여파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 철강232조를 발동한 뒤 각국이 세이프가드 등을 앞세워 자국 철강산업 보호에 나서면서 적지 않은 수출 애로를 겪고 있다.
현재 포스코는 미국에 대한 열연강판 수출길이 아예 막혀 있는 데다 선재와 냉연강판 역시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EU에선 가까스로 국가별 쿼터를 받아 수출 물량은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수출 효자품목인 스테인리스 열연강판마저 수출길이 막힐 위기를 맞이한 것.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사실상 수입제한조치를 당하면서 올해 포스코 수출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건 사실"이라며 "이번 중국 조치를 막기 위해 포스코도 상당한 공을 들였는데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 들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상무부는 이날 별도의 공고문을 내고 한국, 미국, EU, 일본, 태국에서 수입한 페놀에 대한 덤핑 조사 기간을 6개월 연장해 오는 9월 26일까지 진행한다고 전했다. 상무부는 지난해 3월 26일 이들 5개국 페놀에 대한 덤핑 조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