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30여 년간 근무했던 회사로부터 조그만 물품이 배송되었다. 박스를 열어보니 마스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걱정이 많겠지만 건강에 유의하라는 당부의 글과 함께, 구매하기 어려운 마스크를 보내온 것이다. ‘정말 좋은 회사에서 근무 했었구나’라는 고마운 마음이 다시금 들었다.
중국 근무 동안에도 그러했다.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게 되면, 보통 주거비 지원을 받는다. 회사에 따라, 직급에 따라 지원금액에 크게 차이가 있다. 중국 특히 북경은 한국인들이 특정 지역에 모여 살기 때문에 어느 아파트 몇 동에 거주한다고 하면, 어느 수준의 지원을 받는지 금세 알아차리게 된다.
회사 오너가 관심을 갖고 챙겨주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회사 간에는 간극이 크다. 본인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가족들 보기에 면이 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의 주택 밀집지역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간판에는 보통 집을 나타내는 ‘房’이나 ‘家’ 글자가 들어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규모가 아주 작은 업소도 있지만, 보통 체인점 형태로 규모가 제법 되는 중개업소가 많다.
체인점 명칭이 재미있다. ‘我爱我房 - 나는 우리 집을 사랑해’ ‘连家地产 - 홈 링크 부동산’ ‘鑫鑫辉房产 - 흥하고 빛나리 부동산’ 등이다.
평일 아침이면 아파트 단지가 행진곡풍의 시끄러운 노래들로 부산하다.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들이 아침 조회를 하는 것이다. 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앳된 청년들이 하얀 셔츠에 검정바지의 정장을 한 차림새로 노래를 합창하며 영업 실적을 올리고자 결의를 다진다. 계약 한 건만 성사시켜도 제법 벌이가 되니 젊은이들이 모여 들겠지만, 생소한 모습이었다.
전세제도가 일반적인 우리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월세로 주택을 임차해야 한다. 특이한 점은 아파트에 웬만한 가구와 전자 제품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은 기본이다. 거실에는 소파와 장식장, 방마다 침대, 책상 등이 거의 구비되어 있다. 집의 인테리어 수준과 비치된 품목들에 따라 월세 가격은 당연히 달라진다.
월세 입주 시 押金(보증금)을 낸다. 고약한 집주인을 만나면, 계약기간이 다 되어 나갈 때 온전히 돌려받기가 어렵다. 집안 구석구석 흠을 찾아내 押金(보증금)에서 공제하려 든다. 이런 경험을 겪게 되면 입주하자마자 문제가 있는 곳은 카메라로 다 찍어 집주인에게 확인을 받아놓게 된다.
생활하는 동안 집과 관련한 갖가지 소소한 문제가 발생한다. 전등이 끊어지기도 하고, 가스레인지가 고장 나거나 심지어 변기가 막히기도 한다. 거래했던 부동산 중개업소에 연락만 하면 된다. 중개업소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는 기술자가 있어서,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은 전기, 수도, 가스요금이 선불식이다. 신용이 낮은 사회일수록 신용이 낮아 발생할 수 있는 대금환수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택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비슷한 사례로 자동차 보험료 납입방법도 무조건 일시납이다. 분납을 허용하지 않는다. 회사로서는 비용측면에서나 분납안내를 제대로 했는지의 분쟁도 줄어들어 편하긴 하다.
아파트 입주할 때 전기, 수도, 가스 각각의 카드를 준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物业)에 가서 미리 충전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샤워하다가 물이 갑자기 안 나오는 황당함을 겪게 된다. 전기도 순식간에 나가버린다. 수시로 전기 계량기를 보고 잔량을 체크해 카드 충전을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게 된다.
귀국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이다. 아이 학교 진학문제로 전셋집에 거처하고 있었다. 열쇠가 고장나 집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아이가 부동산 중개업소로 뛰어갔다. 빨리 수리해 달라는 아이와 여기서 고쳐줄 수 없다는 부동산 중개업소간의 신경전이 한동안 계속 되었다.
오승찬
연세대 경영학석사
(전) 현대해상 중국법인장
(전) 중국 한국상회 감사
(현) 해동주말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