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면 '핑퐁 외교', '판다 외교'가 유명하다.
1971년 4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탁구 선수권대회에 중국대표단이 참가했다. '탁구의 나라' 중국은 그 대회에 참석한 미국선수단을 베이징으로 공식초청해 친선경기를 가졌다.
석달 뒤인 7월 헨리 키신저 대통령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이 베이징(北京)을 극비리에 방문해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닉슨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은 1972년 2월에 실현됐고 미·중은 1979년 수교를 맺게된다.
중국은, 탁구 교류를 통해 냉전시대 서방진영의 최강국가인 미국과 극적인 국교정상화를 실현했다.
중국을 세계 외교무대위로 올라오게 만들었던 핑퐁 외교는 판다 외교로 이어졌다.
우호 관계의 국가에게 외교 선물로 '판다'를 보내는 것이다. 판다는 중국에서만 산다.
곰과 고양이를 같이 닮았다고 해서 중국에서는 곰을 뜻하는 슝과 고양이를 뜻하는 마오를 붙혀 두글자의 '슝마오'(熊猫)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중국 정부는 희귀동물인 판다를 각별하게 보호하고 있다. 판다 밀렵꾼은 사형에 처해진다.
1984년 희귀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한 '워싱턴 조약'이 국제적으로 발효되면서 판다는 '선물용'에서 '임대용'으로 기증의 성격이 바뀌게 됐다. 한국은 2016년 3월에야 판다 한 쌍을 임대용으로 선물받았다.
판다가 외교관 10명보다 낫다는 말도 있다.
중국의 경제력과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고속철 외교'도 등장했다. 중국이 자본과 기술을 상당 부분 부담하면서 외국에 고속철도를 건설해주는 것이다. 고속철이 중국 외교의 새로운 무기가 된 셈이다.
이번에는 '마스크 외교'다. '코로나 외교'라는 이름도 좋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만연하자 중국 정부는 세계 각국에 마스크, 의료용품을 보내거나 의사들을 파견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이탈리아에 지난달 마스크 등 방역물자와 의료 전문가팀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다른 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60년대초부터 공을 들여왔던 아프리카의 50여개국에는 말할 것도 없다. 전세기로 의사들과 마스크등 다량의 방역물자를 실어보낸다.
하지만 중국을 비판적으로 보는 미국등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마스크 외교' 를 순수하게만 보지 않는다. 도움을 받은 나라들이 고마워하는 것과 별개로 미국등 서방국가들은 흰색 마스크에 자꾸 색칠을 하려 든다.
마스크외교 코로나외교는, 중국의 이미지 쇄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은 코로나19의 발병이 제일 먼저 보고된 나라다. 사태 초기, 관련 정보를 은폐해 세계 각국이 그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게 했다는 오해를 받다가, 트럼프로부터 아예 바이러스를 실수나 고의로 흘렸다는, 상식적으로도 지난친 비난까지 받는 지경이다.
중국 한국과 달리 엄청난 피해를 받은 유럽과 미국 그리고 최근 브라질까지, 자국내의 방역실패라는 정치적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도, 중국의 고의성내지 책임을 부풀리는 형국이다.
중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자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 발생 국가라는 오명을 씻고자, 혹은 건강한 인류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화재로 치면 중국은, 초기에 '실화범 내지 방화범' 이었다면, 지금은 '소방관' 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주의적 행동을 통해 코로나 19 유행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이 종국적으로 노리는 것은 글로벌 입지 강화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은 세계 각국의 호감도를 높이면서 자신들을 '책임있는 대국'으로 보이려 한다.
상황은 반전되어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감염국이 됐다. 미국은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글로벌 역병사태 속에서, 제 앞가림도 못하고 남 탓 타령으로 날을 지샌다.
글러벌 팬데믹사태가 엄중한데도 미국우선주의 백인우선주의를 외치다, 인종차별사건까지 벌어져, 과거 수십년 쌓아왔던 글로벌 패권국가의 이미지까지 한순간에 날아가게 생겼다.
중국은 지금 '착한 사마리아인'으로서 '세기의 기회'를 잡으려 한다.
당연히 미국은 중국의 '마스크 외교'를 경계하고 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미 의회에 201억 달러(약 24조7750억원)의 예산을 추가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추가 지원의 목적은 중국 인민해방군에 대한 억제력 강화다.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인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경제쇼크 뿐만 아니라 유가 폭락, 식량 대란 등 복합적인 쓰나미로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나라들이 혼란에 빠져있다.
중국으로서는 방역물자 원조와 중국의 통치시스템의 우위성을 선전하면서 자국의 이미지개선과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말 세계 패권구도가 변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예측이 지나친 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10여일 만에 뚝딱 초대형 병원을 만들어내는 나라다.
그러니 중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의 공백을 메우면서 '글로벌 리더'로 부상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박영서 한중21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