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로 돌아온 ‘소간지’의 카리스마——소지섭

  • 등록 2017.08.23 16: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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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결정했습니다.”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를 소개하는 배우 소지섭에게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일제 강점기 한국, 중국 등 숱한 아시아인들이 강제로 끌려가 일해야 했던 일본 하시마섬(군함 모형처럼 생겨 ‘군함도’라는 별명을 가진 섬)의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게다가 영화 <베테랑>, <부당거래> 등으로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줬던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라 소지섭은 주저없이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 FIFTYONE.K


       “막상 시나리오를 읽은 후에는 걱정을 했다. 내게 주어진 최칠성이라는 인물을 잘 소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역사적인 공간과 내용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되새겼다. 그건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걱정이었던 것 같다. 실화가 주는 부담감 같은 것이었다. 전 세계가 알아야 하는 아픈 진실이기 때문이었다.”

소지섭은 극 중 조선 건달 최칠성 역을 맡았다. 처음 군함도에 들어왔을 때는 조선인들 위에 군림하지만 결국은 자신이 이끄는 무리와 함께 조선인들의 군함도 탈출을 돕는 선봉에 선다. 그 과정에서 그는 고난도 액션 연기도 대역 없이 소화했다. 영화 초반부 그가 목욕탕에서 속옷 한 장을 걸친 채 1:1 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군함도>의 백미다.

 

ⓒ CJ Entertainment

 

       “복장 때문에 민망하기도 했지만, 그건 금세 지나가버리는 한순간이었다. 그 장면은 단순히 격한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 아니었다. 과거 군함도로 강제 징용갔던 이들은 실제로 그런 옷차림을 한 채 생활해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류승완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이 영화에 임했다. 류 감독은 영화에 미친 사람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

<군함도>는 제작 단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소지섭 외에 송중기까지 가세하며 내로라하는 한류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에서만 누적 관객 1억 명을 모아 ‘국민 배우’라 불리는 황정민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줬다. 하지만 소지섭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세 배우가 균형을 맞추며 가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다.

"황정민 선배, 송중기 등과 멀티 캐스팅된 영화라 편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서로 밸런스를 맞추고 기대며 가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좋게만 생각했다. ‘기대어 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은 좋았지만,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그가 <군함도>를 선택한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대표적 한류스타로서 일본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그가 일본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때문이다. 군함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지만, 일본 측은 군함도 내에서 벌어진 만행에 대해서는 감추고 있다. 하지만 소지섭은 "‘한류스타’이전에 ‘한국배우’로 먼저 평가받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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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리오를 읽기 전까지 군함도에 대한 역사를 몰랐다는 것이 창피하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한번쯤 되돌아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군함도’라는 세 글자가 주는 무게감이 대단했다. 많지 않은 제 일본팬들도 오히려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 그들도 올바른 판단을 해주리라 믿는다. 인기에 연연하며 작품에 접근하면 스트레스만 받다가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소지섭은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다. 20대 초반 모델로 연예계에 첫 발을 디딘 후 어느덧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결혼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다. 과연 소지섭의 40대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나이 먹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다시 젊어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웃으며) 젊어지면 뭐하나, 힘든 삶을 또 살아야 되는데 말이다. 결혼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일단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일부러 계획을 세우고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순리대로 가고 싶다.”


기자 김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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