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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줌, 술 한잔

이별 직전의 풍경

 

两个黄鹂鸣翠柳, 一行白鹭上青天。
liǎng gè huáng lí míng cuì liǔ, yī háng bái lù shàng qīng tiān 。
窗含西岭千秋雪, 门泊东吴万里船。
chuāng hán xī lǐng qiān qiū xuě, mén bó dōng wú wàn lǐ chuán 。” 

 

 

 

꾀꼬리 한 쌍 비취 버들 노래할 때,
한 줄기 백로 떼 푸른 하늘을 난다.
창밖 서쪽 산봉우리 천년설 교교한 데,
문밖 포구 배 동쪽 만리 길 채비한다. 

 

 

 

이별 직전의 풍경이다. 떠날 사람을 차마 보지 못하고 창밖 먼 산을 본다. 문 밖을 본다. 
님을 태울 배는 야속하게 문 밖 포구에 정박해 있다.

 

 


 

 

두보의 시 '절구'다. 따로 제목이 없어 그냥 형식으로 이름을 가름했다. 
시는 차분하지만, 절제된 아픔이 더 절절히 녹아 있다.
정말 아프면 아프다고 못하는 법이다. 큰 슬픔이 소리가 없고, 소리 없는 웅변이 더 가슴을 울리는 법이다.

 

 



 

 

'록발라드'라고 할까? 두보 시 가운데 드물게 감성이 물컹거린다.
시는 교과서적이라고 할 정도로 이미지의 대조가 철저히 지켜진다. 땅의 버드나무 가지엔 꾀꼬리 한 쌍이 앉아 노래를 하고 하늘엔 백로 한 떼가 줄을 지어 날아간다.
창밖에는 서쪽 산봉우리 눈이 보이고, 문밖에는 포구의 배가 보인다.
산봉우리에 쌓인 눈은 천년설이고,
떠날 채비가 한창인 배는 만리 길을 가야 한다.

 


 


 

 

풍경에서 자신의 심정으로 옮겨가는 한시의 구성 법도 기가 막히게 지켰다.
남는 꾀꼬리와 떠나는 백로,
산봉우리 남은 눈과 떠나는 배.
여기서 천년과 만리는 떠나고 남는 사람의 감정이 깊이다. 아픔의 크기다.

본래 이별은 그 직전의 기다리는 순간이 가장 아픈 법이다.
이별의 기다림이 길수록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 모두가 힘들다. 아픔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삶의 마지막 이별은 다행히 아무도 언제 올지 모른다.
오더라도 이별의 순간이 짧기만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