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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줌, 술 한잔

천리 강 물안개 봄 향기 뿜을 때

杳杳烟波隔千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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杳杳烟波隔千里,

yǎo yǎo yān bō gé qiān lǐ ,

白蘋香散东风起。

bái pín xiāng sàn dōng fēng qǐ 。



저 멀리 천리 강

물안개 필 때

봄바람 속엔

풀 향기 한가득





 

봄이다.

바짝 얼어붙었던 세상이 조금씩 녹으면서,

저 산 계곡물안개 오른다.

 

저 멀리 굽이굽이 흐르는 강도

물살이 세졌다.

도도히 흐르는 강 위에도

물안개 가득하다.

 

세상이 녹으면서 뿜어내는 안개다.

봄의 기운이다.

 

문뜩 얼굴에 봄바람이 불어온다.

'후욱'

바람 속 풀 향기 가득하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싶다.

 

10월 가을의 문턱에서 봄의 시를 읽는다.

북송 시인 구준(寇准)의 '강남촌'이다.

구준961-1023은 북송 시인이다.

지금 산시 웨이난謂南인 하규下邽 사람이다.

진종眞宗 때에 재상을 지냈다.

요가 침입했을 때 진종의 친정을 강력히 주장했다.

 

강남춘은

강남의 봄이라는 뜻이다.

묘하게

당송대의 강남 이미지는

요즘 우리 한국의

강남 이미지와 닮았다.

 

그래서

정말 많은 시인들이 강남의 봄을 소재로 시를 썼다.

대표적인 시는

두목의 '강남춘'이다.

南朝四百八十寺,

nán cháo sì bǎi bā shí sì ,

多少楼台烟雨中

duō shǎo lóu tái yān yǔ zhōng

남조 480여 절들이 있다는데,

이 이슬비 속엔 몇 개나 있을까

 

이슬비나 물안개나 같은 이미지다.

두목의 시가 좀 더 시크한 게

강남스럽다.

사실 당 시를 읽다 송시를 읽는 게 그런 기분이다.

그나마 구준은 강남스러움을 지키려 노력을 했다.

 

예를 들어

烟波隔千里

라는 싯구는 당 시인 가도의 시 寄江上人에

烟波千里隔

라는 구절로 나온다.

烟波千里隔,消息一朝通。

yān bō qiān lǐ gé ,xiāo xī yī cháo tōng 。

물 안갯속 천리 떨어졌어도,

소식은 아침이면 전해지네.

 

 

한 글자 순서가 바뀌었을 뿐인데,

시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사실 두목의 같은 다음 구절도

구준의 강남춘 한 구절과 닮았다.

 

寒日汀洲路

hán rì tīng zhōu lù

겨울 강가 길이란 의미다.

 

구준 강남춘의 후반 두 구절은 다음과 같다.

日落汀洲一望时,

rì luò tīng zhōu yī w,àng shí

柔情不断如春水.

róu qíng bú duàn rú chūn shuǐ

 

저녁노을 강가 덮으면

봄물처럼 솟는 포근함

 

두목의 시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구준의 시가 이른 봄이라면,

강에 사는 이에게 부친다.는 두목의 시가 늦가을, 초겨울이라 할까?

 

구준의 시는 짧지만

하루의 정치가 담겨있다.

 

아침 물안개가 낀 강가,

저녁노을이 든 강가

두 모습이 모두 나온다

 

불어오는 바람 속 봄 향기에 취했을까.

하루 종일 강변에 서 강가를 봤는데, 잡념이 없다.

그저 저녁노을 가슴 가득 치솟는

묘한 부드러운, 포근함만 있을 뿐이다.

구준의 마지막 구절은 포근한 정, 유정이라는 설도 있고, 근심의 정, 수정愁情이라는 설도 있다.

사실 수정도 시감이 나쁘지는 않다.

천리 타향에서 봄을 맞으며,

물안개 저 편에 있을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이 봄물처럼 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러운 정취의 유정 설을 택해 번역을 했다.

중국 사자성어에

似水柔情

부드럽기가 물 같다.

는 말이 있듯, 봄물에는 부러운 포근함이 더 시의 정취에 어울린다고 봤기 때문이다.

황혜선 기자 hhs@kochin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