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8 (토)

  • 맑음동두천 25.7℃
  • 맑음강릉 31.6℃
  • 맑음서울 27.8℃
  • 맑음대전 28.8℃
  • 구름조금대구 32.2℃
  • 구름많음울산 30.4℃
  • 구름많음광주 28.3℃
  • 구름많음부산 23.7℃
  • 구름많음고창 26.9℃
  • 흐림제주 21.4℃
  • 맑음강화 21.7℃
  • 구름조금보은 27.6℃
  • 구름조금금산 27.0℃
  • 흐림강진군 25.5℃
  • 구름많음경주시 32.4℃
  • 흐림거제 24.0℃
기상청 제공

시 한줌, 술 한잔

그저 웃지요.

URL복사

问余何意栖碧山, 笑而不答心自闲。

wèn yú hé yì qī bì shān, xiào ér bú dá xīn zì xián 。
桃花流水窅然去, 别有天地非人间。

táo huā liú shuǐ yǎo rán qù, bié yǒu tiān dì fēi rén jiān 。” 

 

 

왜 이 산속에 사느냐? 
물으신다면
그저 웃지요. 
마음이 절로 한가로우니
그저 웃지요.
저 강물 둥둥 
떠내려 간 도화꽃마냥
인간사 번뇌 
사라진 이곳에선
그리된답니다.

 

 

부처의 모습이 이럴까? 실제 절을 찾는 많은 이들의 경험이다. 사찰의 향로 속 타들어 가는 수많은 향은 그 수만큼의 번뇌다. 수많은 사람들이 향을 태우며 절을 하며 자신의 번뇌를 풀어달라 늘어놓지만, 보는 것은 부처의 미소뿐이다. 그저 웃고만 계신다.


그대들은 왜 거기서 그리 번뇌롭게 사는가? 이리 오면 되는 것을…” 


할 말없이 역시 이백(李白;701~762)이다. '산중문답'(山中问答)라는 시다. 역시 이백의 수많은 히트곡, 밀리언 셀러 가운데 하나다. 
오죽했으면 1500년의 역사를 넘어 동방의 우리가 여전히 회자를 할까? 우리 산사의 찻방에서 가장 흔히 보는 구절이다.
인간사의 오육칠정을 어찌 이리 쉽고 교묘히 정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찌 이리 쉽게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본래 산속에 은거한 기인을 이백은 유인(幽人)이라 했다. 그런데 이번엔 본인이다. 쑥스러운지 그리 부르지 못한다. 누군가 그런 이백을 보고 묻는다. "유인이여, 그댄 왜 이런 산 중에 홀로 사시는가?" 
'쓱' 훑어 보니 옛 날 생각이 난다. 번뇌의 답을 찾아 헤매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자신도 유인을 찾아 술을 기울이며, 번뇌의 답을 듣고자 노력을 했다. 유인은 그저 술만 마셨을 뿐이다. "술 드시고, 꽃이나 세 보세." 이백이 들은 답이었다.
이제 산속에 은거한 시인 이백은 그 답을 안다. 

번뇌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저 강물의 도화꽃처럼 번뇌를 흘려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桃花流水窅然去” 

번뇌를 어떻게 흘려보내나?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유인은 자신이 이런 답을 주면 또 어떤 질문이 나올지도 안다. 그런데 정말 인간사에 살아서는 답이 없다는 걸 시인은, 유인은 너무도 잘 안다. 그러니 그저 웃을 수밖에…. 

놓아 보내면 된다고 하면, 그댄 놓을 수 있느냐?” 

못 놓는다는 것을 안다. 잡고 사는 게 인간사라는 걸 시인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달 속 그리움도, 옷 짓는 아내의 고운 손길도 어느 것 하나 놓지 못하는 게 인간사다. 술 속에 온갖 번뇌들을 마시며 깨달은 진리다. 
그러니 다시 그저 웃는다.


그저 웃는 것이 이리 많은 번뇌의 답인 줄 이백의 시를 덕에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