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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줌, 술 한잔

삿갓, 노을빛 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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苍苍竹林寺, 杳杳钟声晚。
cāng cāng zhú lín sì, yǎo yǎo zhōng shēng wǎn 。
荷笠带斜阳, 青山独归远。
hé lì dài xié yáng, qīng shān dú guī yuǎn 。” 

 

 

 

저 멀리 죽림사
종소리 은은히
삿갓 노을빛 이고
푸른 산을 
홀로 돌아가네 

 

 

 

산사의 종이 은은히 산 능선을 넘어 울린다. 친구를 만나고 홀로 돌아가는 길이다. 석양 노을이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저 앞에 농부의 밀짚모자가 마치 석양을 이고 가는 듯싶다.
도시에 산 이들은 몰라도 시골에서 자란 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했을 풍경이다.

 

 

 

차분하면서 소리와 경치가 살아 있다. 바로 문방文房 유장경刘长卿:725?~791?장경의 '영철 스님을 보내고'送灵澈上人라는 시다.
한자의 의미들이 그려내는 영상을 시경诗景이라고 한다. 시경 속의 소리와 색을 교묘하게 입히는 게 장경 시의 특징이다. 
역시 그래서 번역하기가 만만치 않다. 한 구절을 여러 말로 설명해야 비로소 뜻이 전해진다.
시는 저녁노을 낀 산 능선의 아름다운 정경을 예술 영화 한 장면처럼 그려낸다.
‘苍苍’은 대나무 쭉쭉 뻗은 모양이면서 맑은 하늘을 연상케하는 소리다. 그것은 푸른 산, ‘青山’으로 이어져 색감을 더한다.
‘杳杳’는 아득하고 은은한 모양과 소리를 동시에 느끼도록 한다.
역시 석양, ‘斜阳’으로 이어져 독자로 하여금 저녁 하늘에 넓게 퍼지는 붉은 기운을 상상하도록 한다. 
끝으로 '홀로 돌아가다'라는 ‘独归远’의 의미를 더욱 영롱하고 선명하게 한다.

푸른 산 능선이 저 너머부터 석양이 물들기 시작한 순간, 저 멀리 산사의 종소리가 울려온다. 참 평화로운 순간이다. 
묵직한 베이스 음의 종소리가 모두의 하루 노동으로 쌓인 피곤을 위로한다.
과거 산사의 종은 마을에 저녁 휴식을 알리는 신호였다. 
친구와 헤어지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신호였다.

시 속의 이별이 独归远일지언정 차분하고 안정된 이유다. 
내일 아침의 종이 울리면 내일의 만남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이라는 윤회다. 
언젠가 '나'는 그 일상의 윤회 속에서 벗어나 또 다른 윤회의 바퀴 속으로 들어갈지라도 '일상'의 윤회는 또 다른 많은 이들에게 되풀이 될 것이다. 어제의 석양처럼…. 어제의 산사 종소리처럼….

 

 

영철 스님은 유장경의 친구였다고 한다. 시인을 친구로 둔 덕에 1000년의 세월 넘어 한반도의 한 인물의 그의 이름을 읽는다.
역사 속 인물보다 시 속의 인물이 되고 싶다.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