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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줌, 술 한잔

그대 떠난 그곳에 해도 기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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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草独寻人去后, 寒林空见日斜时。
qiū cǎo dú xún rén qù hòu, hán lín kōng jiàn rì xié shí 。” 

 

 

 

숲속 홀로 그댈 찾으니,
그댄 이미 떠나버린 뒤.
찬 바람 부는 빈 숲 보니
어느새 해가 기울었네 

 

 

 

누군가 앞에 달려간다. 분명히 아는 사람이다. 숲속인데, 마치 사슴처럼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간다. 그를 따라 들어선 숲속 깊은 곳, 오두막이 있다. 분명 그는 저 속에 있으리라. 
믿고 문을 열었건만, 오두막은 텅 비었다. 그리고 갑자기 세월이 배속으로 흘러 오두막 모든 것이 낡아 간다.
거울 속 어디에 서리가 내렸을까? 비친 내 머리가 하얗다. 
갑자기 소리가 들려 돌아보는 순간, 웬 청년이 다시 숲속을 뛰어간다. 잠시 뒤를 돌아보는 청년, 순간 깨닫는다. 
그 청년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유장경刘长卿709?~785 '장사에서 가의 집을 지나다'长沙过贾谊宅라는 시다. 
유장경을 소개하는 글 가운데 고원한담高远闲谈이라 설명한 게 있다. 뒤뜰 마루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랄까? 정말 이 시를 설명하는 적절한 표현이다 싶다.
오랜만에 찾은 친구의 집, 수많은 감회를 담담히 이야기 했다.

 


 

시는 유장경이 두 번째 참소를 당해 장사에 있을 때 지었다고 한다. 
가의BC200~BC168는 한나라 때 인물이다. 시문에 뛰어나 18세 때 이미 당대 기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 역시 장경처럼 장사에 좌천돼 3년을 지내게 된다. 
같은 처지의 유장경은 800여 년의 시공을 넘어 장사로 좌천돼 가의의 집을 우연히 지나게 된다.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三年谪宦此栖迟, 万古惟留楚客悲。
sān nián zhé huàn cǐ qī chí, wàn gǔ wéi liú chǔ kè bēi 。” 

 

 

 

좌천돼 이 땅에 3년 떠도니
남은 것은 나그네의 설음 뿐 

 

 

가의 이야기지만, 장경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뒤 바로 뒤가 처음 소개한 구절이다. 此栖迟의 운 배율도 좋다. 마치 한탄하듯 들린다. 栖迟는 놀고먹는다는 뜻이다.

 

 

가의 집에 오기까지의 숲을 이야기 한다. 그런데 그것은 그냥 숲이 아니다. 가의의 삶이고, 장경의 삶이다.
장경에게 삶은 반근착절盘根错节의 연속이다. 뿌리와 가지가 얽히고설킨 숲속이다.
오두막 문을 여니, 당연히 집은 비었다. 이미 수백 년 전 죽은 가의가 있을리 만무하다. 빈 집, 빈 숲을 돌아보니 어느새 하루 해가 저문다. 그제야 깨닫는다. 내가 가의였구나.  시 속의 가의는 유장경 본인이다. 

 

 

 

​“적적한 강산 구석진 곳. 
불쌍한 그대 어찌 이 하늘가에 오셨는가?” 

 

 

 

寂寂江山摇落处, 怜君何事到天涯。
jì jì jiāng shān yáo luò chù, lián jun1 hé shì dào tiān yá 。 

 

 

가의, 장경 누구의 독백일까? 아니면 서로가 서로에 던진 질문일까? 시는 이리 끝은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