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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줌, 술 한잔

깊은 산속 어찌 길이 있나요? 어린 새 그저 열심히 찾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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蓬山此去无多路,青鸟殷勤为探看。

péng shān cǐ qù wú duō lù ,qīng niǎo yīn qín wéi tàn kàn 。



 

저승길 

멀지 않으니

파랑새야

나를 위해

살펴봐 주렴.



삶에 정해진 길이 있나?

올바른 하나의 길이 있나?

없다.

 

오직 그 속에 산 인간,

어린 인간이 찾아갈 뿐이다.

조금씩 열린 길을 찾아

그렇게

헤매며 살아갈 뿐이다.

토막 토막의 길들을,

그렇게

이어 살아갈 뿐이다.

 

완당의 시인 이상은의 시다.

제목은 없다.

무제다.



이상은813~858 자는 의산(義山), 호는 옥계생(玉溪生)이다.

회주懷州 滎陽(현 정저우 형양시) 출신이다.

두목과 나란히 소이두라 불린다.

 

시상이 극적이다.

가슴을 후벼판다.





春蚕到死丝方尽,蜡炬成灰泪始干。

chūn cán dào sǐ sī fāng jìn ,là jù chéng huī lèi shǐ gàn 。



누에는 죽어야 실 뽑기를 그치고,

촛불은 재가 돼야 울기를 그치죠.





가슴이 먹먹해진다.

당초 이 시를 이 구절로 소개하려 했다.

하지만 바꿨다.

한 구절 구절에 너무 아팠다.

 

실 사絲는 생각 사思와

발음이 같다.

이에 흔히 복잡한 생각을 얽힌 실타래에 비유한다.

생각이라는 게

상념이라는 게

그리움이라는 게

그렇다.

 

죽어야 끝이 난다.

누에가 죽어서

비로소

실 뽑기를 그치듯

촛불이 다 타 재가 돼야

울기를 그치듯

 

사람은

죽어서 비로소

생각하길 그친다.

그리워하길 그친다.

 

겨우 찾아낸 게

불가에 귀의하는 것이지만,

불가에 귀의해

죽을 순간까지 하는 게

고작

생각을 끊는 일이다.

상념을 끊는 일이다.





내가 그리워하는 그 이는 무엇을 할까?

거울을 보고 늙어감을

한탄할까?

나를 가끔은 생각해 주기는 할까?

살아 있다면,

저 달 빛을 같이 보고는 있겠지?

 

이 쓸쓸한 가을

새벽의 찬바람

어디선가 노랫소리 들리면,

저 달 빛 더욱

쓸쓸하겠지?





晓镜但愁云鬓改,夜吟应觉月光寒。

xiǎo jìng dàn chóu yún bìn gǎi ,yè yín yīng jiào yuè guāng hán 。



거울 맑을수록

흰머리 더욱 또렷하듯

이 가을밤

노랫소리라도 들리면

달빛

더욱 처량하겠지?



절로 다시 한숨이 나온다.

다시 한번 수긍하게 된다.

삶에 길이 있는가?

있다면 그 길을 가면 되련만,

깊은 숲에 길이 없듯

삶에도 정해진 길이란 없다.

그저 열심히 살 뿐이다.

 

시의 이제 시의 첫 구절이 새롭다.



相见时难别亦难,东风无力百花残。

xiàng jiàn shí nán bié yì nán ,dōng fēng wú lì bǎi huā cán 。



만남만큼

헤어짐도

어렵군요.

봄바람 힘을 잃으니,

꽃도 시들고 맙니다.



삶의 시작만큼

그 끝도 어렵다.

살아 있기에

그래서 어려운 거다.

 

황혜선 hhs@kochina21.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