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글로벌 경제에 석탄만큼 묘한 존재도 없다. 꼭 필요하지만, 꼭 버려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의 글로벌 산업화는 전적으로 석탄에 의한 것이었다.
인류가 증기 기관을 발명한 이래 석탄은 인류에게 증기 기관을 돌리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이 돌아가면서 생산 자동화는 물론, 기차가 이동을 할 수 있었다.
지금도 영화 속 한 장면에는 증기기관차 안에 쌓아둔 석탄을 땀을 흘리며 투입하는 모습이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석탄은 이후 글로벌 사회에 '기후 문제'라는 어머어마한 문제를 던져 놓았다.
석탄의 사용은 글로벌 산업화에 기여했지만, 그 산업화로 인해 글로벌 기후가 악화했고 이제는 지구 환경 파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게 저탄소 산업화다. 사실상 기존 방식의 석탄 에너지 사용에 대한 규제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존재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문제지만, 이 논제가 산업 후발 주자인 중국에게는 적지 않은 규제로 작용한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석탄 산업의 대부분은 서구 사회에서 중국 등 신생 산업국으로 이전됐는데, 이제 와서 서구 사회가 석탄 산업을 규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오늘날 기후 문제는 영국 등 서구 사회가 주범이다. 정작 글로벌 기후 문제는 자기들이 야기해놓고, 이제 와서 석탄 산업을 규제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사실 억울한 것은 중국 뿐이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자본주의 시대, 주도는 돈이 하고, 돈은 진작에 산업화에 성공한 서구 사회가 들고 있다.
돈이란 게 결국 사회 상부 시스템인데, 그 시스템 자체를 서구 사회가 주도하고 있다. 좀 더 명확하게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결국 손을 들고 서구 사회의 '탄소 제로' 계획에 동참하고 있다. 탄소 제로 계획에 의해 중국은 석탄 산업 규모를 일정 기간 동안 줄여야 한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최근 나오는 중국 데이타가 그 증거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의 규모이상 기업들의 원탄 생산량은 26억700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7월에만 3억8000만t을 생산했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0.1% 증가한 수치이다. 1~7월 중국 원탄 생산량 Top 10 기업은 다음과 같다.
1위 국가능원그룹(国家能源集团) 3억5143만t
2위 진능공고그룹(晋能控股集团) 2억4993만t
3위 중매그룹(中煤集团) 1억5549만t
4위 합매그룹(陕煤集团) 1억4643만t
5위 산동능원그룹(山东能源集团) 1억4524만t
6위 산동초매그룹(山西焦煤集团) 1억781만t
7위 화능그룹(华能集团) 6297만t
8위 로안화공그룹(潞安化工集团) 6113만t
9위 국전투그룹(国电投集团) 4657만t
10위 회하능원그룹(淮河能源集团) 4441만t
중국석탄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개 그룹의 원탄 총 생산량은 13억7000t로 전년 동기 대비 3978만t 증가했다. 이는 규모이상 기업들의 원탄 생산량의 51.3%를 차지하는 수치이다.
상위 10개 기업 중 9개의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중국 시진핑 정부는 지난 2020년에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은 뒤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이른바 '쌍탄(雙炭) 목표'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탄소 배출 감축을 강조하면서도 석탄 생산량은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