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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시와 경제 8 - 수요자시장과 판매자시장

라면과 BTS ; 비즈니스와 선거에서 승패가 갈리는 이유

바둑 경기 가운데 ‘중국 갑조 리그’라는 게 있다. 북경 상해 항주 등 주요 도시들이 바둑팀을 만들어 중국내에서 대항전을 펼치고, 연말에 우승을 비롯한 순위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갑조 리그에도 프로 야구나 축구리그처럼 외국 선수를 영입해 순위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다른 리그와 다른 점이 있다. 스카웃 된 ‘용병’이 경기에 나가 지면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이기면 통상 받는 것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

갑조 리그에선 이를 ‘이세돌 룰’이라고 부른다. 한 때 전 세계의 바둑계를 주름잡았던 이세돌 9단이, 그동안 지켜지던 규칙을 바꿨다. 승패에 관계없이 일정 금액의 연봉을 받던 것을, 어치파 구단이나 용병이나 이기는 게 목표이니, 지면 돈을 받지 않고 이길 때 보너스를 포함해 더 많은 돈을 받기로 한 것이다.

 

이세돌의 판매자 시장/ 如心 홍찬선

 

끌려 다니지 마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끌려 다니지 말고

내가 그들을 끌고 다녀라

 

끌려 다녀서는 잃는다

돈도 잃고

자존심도 구겨지고

나 스스로도 무너져버린다

 

끌고 다녀야 얻는다

돈도 얻고

자존심도 세우고

나 스스로로 우뚝 세운다

 

 

이세돌처럼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이세돌은 자신의 바둑실력을 팔았다)이 주도권을 쥐고 가격결정권을 갖는 것을 판매자시장(Sellers' Market)이라고 부른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거나, 판매 상품이 독특해 다른 경쟁 상품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세돌과 신진서, 손흥민과 김연경, BTS도 마찬가지다.

반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경우엔 정반대다. 물건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주도권을 쥐고 가격을 흥정한다. 라면이나 스낵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할인매장에 가면 개당 1000~1500원 하는 과자 15개를 골라 담아 9000원에 파는 코너까지 등장했다. 만두는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1+1 행사가 거의 일반화되어 있다. 이런 상황을 구매자시장(Buyers' Market)이라고 한다.

성장률이 떨어지고, 코로나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구직자들도 스낵이나 라면과 비슷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회사가 꼭 필요한 사람은 여기저기서 모셔가려고 경쟁해서 몸값(연봉)이 높아지지만, 경쟁자와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일자리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라면과 BTS/ 如心 홍찬선

 

대형할인매장에 가면

라면 만두 스낵의 하소연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제발 나를 사 달라고

하나 사면, 하나 더 준다고

목이 쉬도록 아우성치지만

그냥 지나치는 무심한 손길들…

 

BTS는 다르다

새 노래가 나오기만 하면 불티나고

스스로 아미가 되어

BTS 홍보의 선봉장이 된다

 

손흥민도 그렇다

멋지게 터지는 골인에

코로나 체증을 확 뚫으려

TV앞에서 졸린 눈을 비빈다

 

라면 만두 스낵은 힘들고

BTS 손흥민은 활기차다

차이는 딱 하나,

남이 없는 나만의 유일무이한 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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