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정상', '정상의 인생'이란 게 있는가?
오르고 또 오르고 싶은 게 사람이다. 위로, 위로 오르고만 싶다. 능력이 모자란 게 한(恨)일뿐이다. 그런데 묘한 게 오르고 올랐는데, 또 그 위에 뭔가가 있다. 이제 정상이다 싶었는데, 그 옆에 더 높은 봉우리가 나를 내려다본다. “넌 아직 멀었어!”하듯. 그럴 때 정말 힘이 빠진다.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야 인생의 정상일까?’ 맞다. 역시 답은 문제에 있다. 왜 모든 산의 정상이 있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게 있는데, 우리 인생에는 정상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내 주변의 수많은 봉우리들을 보다 보면, 가소로운 게 바로 내 아래 것들이다. 내가 정말 죽을 둥 살 둥 기를 쓰고 여기까지 와서 보니 다시 더 높은 저 많은 봉우리들이 보이는데, 아직도 내 자리까지 올라오지도 못한 것들이 수없이 많다. 여기까지 올라온 내가 주변의 수많은 더 높은 봉우리들을 보면서 ‘쉬면 안 되겠다. 다시 더 올라가자!’ 다짐을 하는 데 아래 수많은 것들은 그저 틈만 나면 쉬려고만 한다. 아쉽고 아쉬운 게 아래 것들이다. ‘뭐 그래서 아래 것들이지 …’ 하지만 얼마나 황당하고 철이 없는 생각인가. 자연을 관조하고 그에 비친 자신을 돌이켜 보면 자연히 반성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