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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중국에서 공산당원이 된다는 것

分久必合, 合久必分
fēnjǐu bìhé, héjǐu bìfēn

『三國志演義』에서 나온 말로 나눠진 지가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가 오래되면 반드시 나눠진다는 뜻이다. 중국 역사상 수 많은 왕조가 생겼다가 다시 합쳐지고 다시 나눠졌던 사실을 이른 말이다. 중국의 문명사를 보면 이 속담이 이해가 된다.

 

 

 중국법인에서 대졸신입사원 채용 시 일어난 일이다. 회계학 전공인 한 지원자의 제출서류들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성적표에 표기되어 있는 이수 학점들 가운데 '마르크스 철학이론',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 원리', '마오쩌둥 사상 개론', '덩샤오핑 이론', '사상도덕 수양' 등의 사상 정치과목들이 필수이수로 기재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대학, 다른 전공의 지원자들 서류를 보아도 비슷했다. 전공과목 학점만 분리해, 평가를 다시 해야 할지 결정이 쉽지 않았다.

 

 지원서 기본양식에도 특이한 항목이 있다. 공산당원 여부를 묻고 있다. 인사담당 책임자가 옆에서 조언해준다. 특별히 구분할 필요는 없겠지만, 가급적 당원을 채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대한민국에서 장교로, 그것도 특공연대 소대장으로 군 복무한 것에 큰 자긍심을 갖고 있던 나로서는 어색한 장면이었다.

 

 공산당원이 된다는 것은 중국 내에서 인재로서 검증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당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출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수한 학업 성적이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고, 여러 단계의 검증 과정을 통해야 당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공산당 당원은 매달 급여의 약 2%를 당에 납부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에게 공산당이라는 존재는 무척 낯설다. 그러나 애써 외면한다고 될 사안이 아니다. 2018년 말 현재 중국 공산당 당원 수는 9000만을 넘어섰다. 전국 말단 조직 수는 461만개, 외자계 기업 등 비공기업 법인에도 188만개, 26만5000개의 사회조직 법인이 당 조직을 만들어 전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몇 해 전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개혁·개방 정책의 공로가 큰 각 분야 인사 100명을 선정하면서, 수상자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공산당원이라는 사실을 공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실 마윈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 공산당을 옹호해왔다. 그는" AI·IoT(사물인터넷)·빅 데이터가 만드는 디지털 정보가 시장 정보보다 가격 결정이나 효율성에서 더 우월하며, 앞으로 계획경제가 시장자본주의를 추월할 것"이라고 중국 공산당의 경제 개발 계획을 지지해왔다.

 

 내년이면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년을 맞는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지만 사람이나 기업 모두 100년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 최다의 당원을 보유한 중국 공산당은 도대체 어떤 비결이 있어서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

 

 중국에서 신년이 되면 곤욕을 치러야 하는 일이 있다. 금융기관 국내외 CEO들을 지역별로 한 자리에 모아놓고 감독기관장의 신년사를 듣게 한다. 지정석이 있어, 대리참석도 안되고 중간에 이석도 불가능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필기시험을 본다. 중국어로 된 정부의 금융정책, 지침에 관한 주관식, 객관식 시험이다. 60점이 안되면 재시험을 보아야 한단다. 수십 년 간 갈고 닦은 내공(?)으로 간신히 통과했다.

 

 중국법인 대졸신입사원교육 수료식 후 환영 만찬을 열었다. 청년시절 읽었던 김상협 교수의 ‘모택동 사상’을 배경지식으로, 중국 젊은이들과 토론하고 싶었다. 한 직원이 말한다. 사상정치과목 수업시간마다 자기를 포함한 대부분이, 영어공부를 하거나 스마트 폰 게임을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일부 학생들은 이런 수업들을 '우민(愚民) 교육의 하나'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승찬

연세대 경영학석사

(전) 현대해상 중국법인장

(전) 중국 한국상회 감사

(현) 해동주말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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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프 수교 60주년 기념 전시회 6월 30일까지 개최, 자금성과 베르사유궁전의 특별한 인연
청나라 강희제는 청나라 발전의 기초를 다진 황제다. 루이 14는 프랑스에서 '태양 왕'이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로 유명한 지도자였다. 그런 두 사람이 그 옛날 이미 서로의 존재를 알고 편지를 나눴다면? 실제 루이 14세는 강희제에게 "학식을 사랑해 서양 학문에 능통한 이들을 곁에 두고 싶어 하신다는 걸 들었다"며 "그래서 6명의 학자를 파견한다"고 편지를 보냈다. '자금성과 베르사유 궁전: 17세기와 18세기 중국-프랑스 교류(紫禁城与凡尔赛宫: 17, 18世纪的中法交往)' 전시회가 6월 30일까지 중국 베이징 고궁박물원(자금성)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회는 중국과 프랑스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베르사유궁전과 고궁박물원에서 엄선한 200여 점의 도자기, 그림, 서적, 기타 문화유물을 통해 관객은 중국과 프랑스 궁정이 긴밀한 교류를 하던 17, 18세기로 시공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전시의 중국 큐레이터이자 고궁박물원 고궁역사부 연구원인 궈푸샹(郭福祥)은 "수천 마일 떨어져 있는, 완전히 다른 두 문명인 중국 황제와 프랑스 왕이 시대를 공유하며 교류했다는 것은 경이로운 실제 역사"라고 밝혔다. 루이 14세 집권기 프랑스 궁정은 중국 문화에 깊은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