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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명상 - 지(志), 마음에 놓인 선비

지(志), 마음에 놓인 선비라는 뜻이다.

 

 

마음에 선비를 품는다.

다른 게 아니라 뜻이다. 의(意)요, 지(志)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소리요, 내 마음 속 선비다.

본래 선비란 무엇인가?

조선에서 ‘선비’라 했지, 본래는 그냥 ‘사’(士)다.

 

사실 선비의 사는 상형자다.

도끼의 모습이다. 본래 임금 왕(王)과 같이 쓰이기도 했다.

임금의 도끼가 더 크고 사의 도끼는 적다.

임금을 뜻하는 도끼 위에 한 획을 더하면서 글자의 차이가 생긴다.

 

 

사는 고대 가장 지위가 낮은 귀족이었다.

고대 형을 집행하는 관료를 의미했다.

문과 무를 관장해 전쟁을 치르는 계급이기도 했다. 춘추시대까지는 이 사 계급만이 전쟁에 나가 싸울 수 있었다.

전국시대에 들면서 사 계급 아래 병졸이 생기는 전면전 시대가 됐다.

유럽으로 치면 기사 계급이었던 셈이다.

 

그냥 마음이 아니라, 형벌을 행하는 마음.

바로 지(志)인 것이다.

반드시 지키고 지키지 않으면 스스로를 벌하겠다는 각오인 셈이다.

 

설문해자 해석은 좀 다르다.

갑골문자는 청나라 말기 발견됐다. 갑골문자에 대한 연구로 한자의 고대 의미들이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많은 문헌의 의미도 새롭게 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설문해자는 당대 한자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이어진 후대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한자 의미의 연역적 변화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무엇보다 설문해자는 한자를 해석하는 가장 오래된 책이다.

다만 아쉽게도 설문해자는 한(漢)나라(기원전 202년~서기 220년) 때 쓰였다.

갑골문이 만들어지고 1500여년 뒤에 쓰인 것이다.

 

설문해자를 쓴 경학자 허신(許愼, 58년 무렵~147년 무렵)은

갑골문자를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오류가 많다. 요즘 새롭게 그 오류들이 바로 잡히고 있다.

 

 

갑골문에서 뜻 지(志)의 의미 또한 남다르다.

갑골문에서 지(志)는 마음 심(心) 위에 걸어가는 발모양(止, 之)를 썼다.

 

즉 갑골문자 시대인 고대 뜻 지(志)는 마음이 가는 곳이란 의미다.

그것이 한나라 예서에 이르면서 모양이 선비 사의 형태로 변했다. 자연스럽게 선비의 의미가 투영된 것이다.

 

그게 인간의 글자, 한자의 매력이다.

수천 년 매 시대 사람들의 사용이

한자를 살아 있는 글자로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다.

 

설문해자는 선비 사자도 상형이 아닌 회의자로 봤다.

일(一)과 십(十) 두 글자를 합친 것으로 봤다.

해설이 재미있다.

공자의 말을 인용해 ‘10개의 사실로 하나의 원칙을 추론해 내는 것’이라고 했다.

 

설문해자의 사는 무관이라기보다 문관의 의미가 더 크다.

후한시대 이미 유학이 확고한 지배 학문으로 자리 잡은 탓으로 보인다.

 

사(士) 자와 관련된 또 다른 주장도 있다.

사를 땅에서 곡식이 자란 모양이라고 보는 주장도 있다.

 

사(士)의 관직과 역사적 변천에서 보면,

좀 어울리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오늘날 선비라는 의미에서 보면 그 의미가 새롭다.

역시 한자의 매력이다.

한자는 이미지 하나, 혹은 둘 이상의 이미지들이

어울려 뜻을 만들어간다.

그 뜻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를 지니게 된다.

또 때론 측천무후처럼 자신의 주장을 담은 글자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살아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한자는,

연연세세 당대를 산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인정한 것뿐이다.

 

일단 선비 사(士)가 '뿌리 내린 풀'이라는 해설도 오늘날 선비라는 이미지와 어울린다.

뿌리는 이미 내려 자라기 시작하는 풀, 벼, 곡식이다. 선비의 마음은 씨앗이 아니라 이미 뿌리 내린 풀이었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씨앗은 뿌리를 내리면서 본연의 자신을 드러낸다.

호박씨는 자라 호박을 맺고,

이화 꽃씨는 자라 과실을 맺는다.

벼는 자라 곡식을 추수하게 한다.

 

뿌리 내린 풀은 반드시 꽃을 피우고, 과실을 맺는다.

선비의 운명이 그렇다.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 결과를 맺는다. 설사 추수를 하지 못해도 모두가 안다. 그 풀이 무엇을 맺으려 했었는지.

 

바로 뿌리를 내린 풀의 특징이다.

선비는 그런 글자다.

그런 선비를 마음에 품은 글이 뜻 지(志)다.

그래서 선비의 행동은 결과가 정해져 있다.

 

뿌리를 내린 씨앗이 예정된 과실을 바꾸지 못하듯,

마음에 선비를 품은 자,

어찌 중도이패(中途而廢)할 것인가? 어찌 좌고우면(左顧右眄)할 것인가?

 

가다 쓰러질지언정

그렇게 홀로 강건히 운명이 정해준 길을

갈 뿐이다.

 

마음의 곧음이요, 행할 수밖에는 없는 것,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를 벌하겠다는 각오,

그것이 바로 지(志)다. 그래서 지(志)를, 뜻을 세운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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