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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시와 경제 21 - 아빠찬스의 경제사회학

EPL 득점왕 손흥민의 ‘아빠 찬스’와 올바른 교육개혁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른 것, 왕중의 왕들이 모여 있는 EPL에서 수많은 차별을 이겨내고 아시아인 최초로 ‘골든 부트’를 거머쥔 것, 그것도 PK 하나 없이 오로지 필드 골로만 일궈낸 것, 늘 변방이라는 폄하를 받으면서도 보란 듯이 세계 제일로 우뚝 선 것, 곁에서 보는 우리는 그 엄청난 일을 기적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다.

하지만 손흥민에게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하루에 1000개씩 슈팅 연습을 하면서, 공을 마음먹은 대로 자유롭게 다루기 전까지는 패스나 다른 기술을 배우지 못한 고통을 달래며,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진짜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아버지이자 코치인 손웅정 씨의 가르침 속에서,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서 달성한 피땀의 대가였을 뿐이었다.

 

 

손흥민의 아빠찬스/ 如心 홍찬선

 

아빠를 잘 만난 덕분이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패거리에서 벗어나

외롭게 혼자 살아가는 한 마리 늑대처럼

오로지 자신만을 믿으며

선진국 축구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나에게 전해주려고 열정을 쏟은

 

아버지의 남다른 가르침 덕분이었다

기본기를 갖추지 않고 술수만 배운

사이비가 되어선 안 된다며

달리기와 볼 다루기와 슈팅만을

진절머리 나게 연습하면서도

승패보다 즐겨야 한다는 깊은 뜻

 

그게 바로 아빠 찬스였다

거짓 스펙을 품앗이 하고

지인 인맥을 동원해 면접점수를 높이고

병역 의무도 편법으로 도둑질하는

부정 불공정으로 얼룩진 아빠 찬스가 아니라

실력 만으로 뒷받침 한 참된 아빠 찬스였다

 

 

김구 임시정부 주석은 젊었을 때 과거(科擧)를 보려고 했다. 지독한 가난과 피눈물 나는 차별을 끝내고 사람답게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를 졸라 훈장님을 모셔오고 밤낮없이 공부해서 설레는 마음을 달래며 과거장에 갔다. 하지만 누구는 고관대작의 친인척이라서 합격할 것이고, 누구는 거금을 댔기 때문에 따 놓은 당상이고, 누구는 실력자 대감 소실에게 뇌물을 썼으니 확실하다는 말을 듣고, 시험도 치르지 않고 돌아왔다. 앞으로는 절대 과거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아버지도 양해해 주었다는 내용이 『백범일지』에 나온다. 요즘 삐뚤어진 ‘아빠 찬스’로 본인은 물론 부모까지 사회적 손가락질을 받으며 불명예스럽게 퇴장하는 것과 비슷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고 있다. 노스웨스턴대학과 예일대학의 도프케와 질리보티 경제학교수는 ‘기울어진 교육’을 분석했다. 어렸을 때 거의 방치된 상태에서 자란 부모들이 난데없이 ‘헬리콥터 맘’과 ‘타이거 맘’이 되는 이유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어느 대학을 졸업하느냐가 취업과 평생을 좌우하는 사회가 되자, 자녀교육에 ‘올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편법과 불법을 자행한다. 이른바 ‘아빠찬스’ ‘엄마찬스’다. 결국 계층간 격차를 축소해 조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할 교육이, 거꾸로 개인의 삶을 옭아매고 계층간 격차를 확대해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현상을 지적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如心 홍찬선

 

착각이었다

운동장이 평평하고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고 여긴 것은

착시였다

 

학교에 들어가고

사회에 나와서야

겨우 보이기 시작했다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화딱지였다

운동장이 갈수록 더 기울어지는데

기울어짐에 발버둥치는 사람에게만

욕설 담은 주먹질 해대는 것은

 

중고교 평준화는 양두구육이었고

돈 놓고 스카이 입장권 사재기 하는 속에

개천에서 용 난다는 미담(美談)은

범 쑥 먹던 시절의 전설이 되었다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에게, 서로 어울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을 전달하고 스스로 해결방안을 생각해 실행하도록 해주는 데 있다. 앞선 세대들이 겪었던 문제들의 해결방안을 지식으로 전달받는 것만으로는,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는 미래에 창의적 해결방안을 찾아내 주도적으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식만으로는 ‘지식의 함정’에 빠진 ‘모범생’을 ‘루저’로 만들 위험성이 있다.

우리는 손흥민의 EPL 득점왕에 환호를 보내면서 기뻐하는 것만으로 끝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과제 해결은 사람이 하는 것이며, 사람은 참된 교육을 통해서만 자랄 수 있다. 하루빨리 줄 세우기 식 암기위주의 수능중심의 교육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스스로 잘 하는 것을 즐기면서 재밌게 하는 것이 엄청난 효과를 낸다는 것은 손흥민은 EPL 득점왕으로 보여줬다. 양두구육의 중고교평준화에서 벗어나, 학생에게는 학교선택권을 주고, 학교에게는 학생선발권을 줌으로써 모든 학교에서 웃음소리가 피어나고 참된 인재들이 많이 자라날 수 있는 교육제도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한 사람의 손흥민이 대한민국 축구 수준을 끌어올리는 21세기에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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