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명상 - 정(情), 항상 푸른 마음
참 묘한 게 정(情)이다. 미움이라 알았는데, 마음 깊이 남은 게 사랑이라 알았는데, 열정 끝에 남은 게 바로 정(情)이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 속 희망처럼 마음의 바닥에 농축되고 응집돼 내 마음의 끝에 남은 게 떠나지 않고 머무는 게 바로 정(情)이다. 정(情)이란 게 그렇다. 그래서 “사랑해” 보다 깊고, “미워해” 보다 애틋하다. 그래서 “사랑해”를 “미워해”와 같은 뜻으로 만들기도 한다. 정이란 게 그렇다. 사랑과 미움이 오랜 교차로 농축된 감성이다. 푸른 마음이다. 맑은 마음이다. 마음, 심(心)이 푸른(靑) 게 바로 정(情)이다. 마음, 심이 맑은 게 바로 정이다. 푸른 마음, 맑은 마음이 바로 정이다. 복잡한 개념이라 갑골문엔 없고 금문도 금문 대전에서 나온다. 푸른 나무를 비추는 우물 옆의 마음이다. 마음이 나무와 같이 맑은 우물에 비취는 게 정이다. 정은 사랑과 미움, 그 극한 두 감정의 정화요, 그 극한 두 감정을 세월로 농축한 진액이다. 그래서 사랑보다 애틋한 게 다정(多情)이요, 미움보다 무서운 게 무정(無情)이다. 그래서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정이고 미움의 반대가 사랑이 아니라 다정이다. 이별이 그리 슬픈 건 사랑해서 미워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