萧萧远树疏林外,一半秋山带夕阳。 xiāo xiāo yuǎn shù shū lín wài ,yī bàn qiū shān dài xī yáng 。 쓸쓸한 숲 저 멀리 가을 산 반쪽이 석양에 물든다 붉게 물든 가을 산은 기울여 봐야 아름다움을 안다. 석양의 노을은 빗겨 봐야 눈이 더욱 부시다. 가을 산 반쪽이 석양에 물든다. 가을의 아름다움을 이처럼 짧게 한마디로 말할 이 누가 있을까. 본래 떨어지기 직전의 낙엽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송 시인 구준의 시 '강 정자 벽에 쓰다'이다. 어찌 석양이 정확히 산을 반으로 나눠 비췄을까? 하지만 시는 정확히 반을 나눠 정확히 우리를 일 년의 특정 시간, 특정의 장소로 하루의 특정 시간으로 특정 장소로 데려간다. 한시의 묘미다. 만약 영어 표음문자로 썼다면 이 특정의 시간, 특정의 장소로 독자를 데려가려 시가 아니라 산문을 써야 했을 것이다. 그 긴 시상詩相을 짧은 절구에 담았다. 한 구절로 우리는 가을, 그것도 석양이 물들기 시작한 뒤 산을 딱 절반만 물들이는 석양의 절정의 순간으로 데려간다. 석양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가을이 가장 절정인 순간이다. 이 순간이 지나면 이제 석양의 끝이 검게
蓬山此去无多路,青鸟殷勤为探看。 péng shān cǐ qù wú duō lù ,qīng niǎo yīn qín wéi tàn kàn 。 저승길 멀지 않으니 파랑새야 나를 위해 살펴봐 주렴. 삶에 정해진 길이 있나? 올바른 하나의 길이 있나? 없다. 오직 그 속에 산 인간, 어린 인간이 찾아갈 뿐이다. 조금씩 열린 길을 찾아 그렇게 헤매며 살아갈 뿐이다. 토막 토막의 길들을, 그렇게 이어 살아갈 뿐이다. 완당의 시인 이상은의 시다. 제목은 없다. 무제다. 이상은813~858 자는 의산(義山), 호는 옥계생(玉溪生)이다. 회주懷州 滎陽(현 정저우 형양시) 출신이다. 두목과 나란히 소이두라 불린다. 시상이 극적이다. 가슴을 후벼판다. 春蚕到死丝方尽,蜡炬成灰泪始干。 chūn cán dào sǐ sī fāng jìn ,là jù chéng huī lèi shǐ gàn 。 누에는 죽어야 실 뽑기를 그치고, 촛불은 재가 돼야 울기를 그치죠. 가슴이 먹먹해진다. 당초 이 시를 이 구절로 소개하려 했다. 하지만 바꿨다. 한 구절 구절에 너무 아팠다. 실 사絲는 생각 사思와 발음이 같다. 이에 흔히 복잡한 생각을 얽힌 실타래에 비유한다
杳杳烟波隔千里, yǎo yǎo yān bō gé qiān lǐ , 白蘋香散东风起。 bái pín xiāng sàn dōng fēng qǐ 。 저 멀리 천리 강 물안개 필 때 봄바람 속엔 풀 향기 한가득 봄이다. 바짝 얼어붙었던 세상이 조금씩 녹으면서, 저 산 계곡물안개 오른다. 저 멀리 굽이굽이 흐르는 강도 물살이 세졌다. 도도히 흐르는 강 위에도 물안개 가득하다. 세상이 녹으면서 뿜어내는 안개다. 봄의 기운이다. 문뜩 얼굴에 봄바람이 불어온다. '후욱' 바람 속 풀 향기 가득하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싶다. 10월 가을의 문턱에서 봄의 시를 읽는다. 북송 시인 구준(寇准)의 '강남촌'이다. 구준961-1023은 북송 시인이다. 지금 산시 웨이난謂南인 하규下邽 사람이다. 진종眞宗 때에 재상을 지냈다. 요가 침입했을 때 진종의 친정을 강력히 주장했다. 강남춘은 강남의 봄이라는 뜻이다. 묘하게 당송대의 강남 이미지는 요즘 우리 한국의 강남 이미지와 닮았다. 그래서 정말 많은 시인들이 강남의 봄을 소재로 시를 썼다. 대표적인 시는 두목의 '강남춘'이다. 南朝四百八十寺, nán cháo sì bǎi bā shí sì , 多少楼台烟雨中 duō shǎ
"江雨霏霏江草齐,六朝如梦鸟空啼。jiāng yǔ fēi fēi jiāng cǎo qí ,liù cháo rú mèng niǎo kōng tí 。 无情最是台城柳,依旧烟笼十里堤。wú qíng zuì shì tái chéng liǔ ,yī jiù yān lóng shí lǐ dī 。” 보슬비 내린 강가 풀잎만 무성하고 그 세월 꿈이련가, 새소리만 공허하네. 무정한 버드나무 또 푸르고, 십리 둑길 물안개 변함없네. 춘삼월 봄비 속에 쑥쑥 자란 풀잎 가득한 어느 숲 속의 강가다. 보슬비 물안개처럼 내리고 강가 풀잎은 그 비 속에 가지런히 누웠다. 아직 겨울 황색이 남은 버드나무 다시 싹을 피운다. 지나가는 나그네 부지불식간에 발길을 멈춘다. 저 멀리 새소리가 들려온다. 위장(836~910)의 대성이란 시다. 위장은 위응물의 4대 손이다. 위대한 시인의 자손 답게 뛰어난 시재를 보였다. 시험 운은 없어 나이 60이 되도록 낙방을 했다. 60세(894) 비로서 진사가 된다. 촉 왕건에 문하에 들어가 서기 노릇을 하기도 했다. 후에 왕건에게 황제에 오르도록 권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문장은 주변을 묘사해 주제를 말하지 않고 살리는 기법을 쓴다. ‘홍탁’(烘托)이라 한다. 시
何处秋风至? 萧萧送雁群。 秋朝来入庭树,孤客最先闻。 hé chù qiū fēng zhì ?xiāo xiāo sòng yàn qún 。 qiū cháo lái rù tíng shù ,gū kè zuì xiān wén 。 가을바람 머문 그곳, 외기러기 날아드는 곳, 아침마당 나무에 가을바람 머무니, 누굴까? 누가 올까? 외로운 객이 가장 먼저 안다네. 슬픔이 슬픔을 안다. 외로움이 외로움을 안다. 그래서 슬픔만이 진정 슬픔을 위로하고, 외로움만이 외로움을 달랜다. 슬픔을 알고 외로움을 알 때 그제야 비로소 한 줄기 가을바람 머문 곳을 찾는 기러기 마음을 안다. 중당의 시인 유우석刘禹锡772-842의 '가을바람의 노래'다. 유우석의 자는 몽득이다. 낙양사람으로 유종원과 함께 정치 혁신을 하려다, 20년간 유배생활을 해야 했다. 시는 남방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지었다고 한다. 시상은 단순하기만 하다. 가을 녘 외로움이 한줄기 바람과 기러기 떼, 그리고 떨어지는 나뭇잎 등에 녹아 있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바로 이 시의 매력이다. 복잡하고 애잔한 감성이 담담하게 서술된다. '萧萧' 의성어 활용도 좋다. 읽으면 읽을수록 입에 마음에 착 달라붙는다. 유몽득이
同是天涯沦落人, 相逢何必曾相识! tóng shì tiān yá lún luò rén, xiàng féng hé bì céng xiàng shí!우리 어차피 한 세상 왔다가는 인생인데, 만났으면 그만이지 옛일 알아 무엇하랴!삶이 그런 것 아닌가요? 그저 왔다 그렇게 가는 것 아닌가요? 우리 만난 지금, 이 순간이 전부지, 옛날의 그대가, 옛날의 제가 무엇이 중요한가요? 내일 우리 헤어지면, 우리 서로 그리는 게, 오늘의 저요, 오늘의 그대뿐일텐데…. 참 곱다. 딱딱한 한자로 긴 이야기를 읊으면서, 어찌도 이리 고울까? 백거이의 비파행이다. 악부체로, 816년 작이다. 백거이가 44세 때 작품이다. 한 구절 한 구절에 음을 담았다. 왕유의 시가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는 경지라면, 백거이의 비파행은 시 속에 음이 있고, 음 속에 시가 있는 경지다. 그 소리도 그냥 소리가 아니다. 때로 얼음 밑을 흐르는 봄날의 시냇물 같고, 때론 용트림하는 대양의 거친 파도만 같은 그런 소리다. 또 때론 음이 자지러들어 들어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음이 없는 게 아니다. 더 많은 음이 있지만, 소리가 없을 뿐이다. 귓속에 더 많은 이야기가 들
春风桃李花开日,秋雨梧桐叶落时。 chūn fēng táo lǐ huā kāi rì ,qiū yǔ wú tóng yè luò shí 。 西宫南内多秋草,落叶满阶红不扫。 xī gōng nán nèi duō qiū cǎo ,luò yè mǎn jiē hóng bú sǎo 。 봄바람 하얀뱃꽃 필 때 가을비 오동잎 떨굴 때 님 떠난 이 곳엔 낙옆만 계단을 뒤덮어 붉지요 © castleguard, 출처 Pixabay 백거이의 장한가 마지막 회다. 영원한 그리움의 코드 낙옆에 대한 시구다. 양귀비를 잃은 왕은 계속 피난을 했다 난이 진정되면서 궁궐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 양귀비가 죽었던 곳을 지난다. 하지만 무엇이 남아 있으랴. 그녀가 목숨을 끊었을 때 값비싼 장신구가 흘렀지만, 누구도 감히 줍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의 죽은 곳을 알리는 표지가 될까 싶었지만, 전란의 혼돈 속에 장신구도 없고, 그녀의 주검도 없다. 다시 눈물이 흐를 뿐이다. 황제는 그 뒤 삶의 희망을 잃는다. 세상의 시간도 그에게 의미를 잃는다. 바로 소개한 구절이다. 세상에 봄이 와도 그의 궁궐은 가을의 낙옆만 뒹굴 뿐이다. 세상에 가을이 오면 낙옆은 더욱 붉어질
骊宫高处入青云, 仙乐风飘处处闻。 lí gōng gāo chù rù qīng yún, xiān lè fēng piāo chù chù wén 。 缓歌慢舞凝丝竹, 尽日君王看不足。 huǎn gē màn wǔ níng sī zhú, jìn rì jun1 wáng kàn bú zú 。푸른 구름 속 하얀 궁궐 천사의 노래 바람 타고 그대 하늘하늘 춤사위 보고 또 봐도 보고 싶네어느 천국이 이처럼 아름다울까? 맑은 구름 속 궁궐 바람을 타고 음악 소리가 들린다. 나는 황제요, 나의 여인은 세상 최고의 미녀다. 천사의 노래가 흐르고, 시간이 그대로 멈췄으면 하는 순간이다. 백거이의 장한가, 사랑의 절정의 순간이다. 앞서 구절에선 황제가 아름다운 양귀비를 만난다. 양귀비의 미모는 옷을 벗어 목욕을 하는 순간 더 빛난다. 그 하얀 피부가 어찌나 고운지, 그 위를 흐르는 물방울마저 옥구슬이 된다. 백거이 초상 출처=바이두 둘의 사랑이 시작되고, 바로 소개한 장면이다. 황제는 아름다운 양귀비의 자태에 넋을 빼앗긴다. 시간이 멈춘 듯 황제의 시선은 온통 양귀비만 바라본다. 참 지금 다시 들어도 너무 아름다운 구절이다. 수천 년의 시공을 넘어, 시구는, 읽는 독자 개인 개인으로 하여금
回眸一笑百媚生, 六宫粉黛无颜色。 huí móu yī xiào bǎi mèi shēng, liù gōng fěn dài wú yán sè 。 春寒赐浴华清池, 温泉水滑洗凝脂。 chūn hán cì yù huá qīng chí, wēn quán shuǐ huá xǐ níng zhī 。미소 한 번에 백가지 매력, 그 누가 그 매력을 견줄까? 봄날 호수 물 목욕하는 투명한 피부 위로 옥구슬 흐르듯어떤 미소일까? 백가지 매력을 담은 미소라니 …. 어떤 여인일까? 봄날 호수 물이 투명한 피부 위로 옥구슬 흐르듯 하다니 …. 장한가의 시작이다. 백거이 장한가의 진미는 극미 주의적 표현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간결하게 지상의 최고의 여인을 묘사해낼 수 있을까? 물론 소개한 구절은 시의 첫 구절은 아니다. 여색을 밝히는 황제를 소개하고, 그런데 양씨 집안에 태어난 불세출의 미녀를 아직 못 만났다는 게 첫 구절이다. 그런데, 그 미녀가 얼마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름다운지, 하루아침에 황제의 이목을 빼앗았다고 짧게 소개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게 소개한 구절이다. 양귀비의 매력을 보여주는 구절이다. 먼저 얼굴을 그렸다. "돌아서 한번 웃으면, 백가지 매력이 솟고." 얼굴이 아
七月七日长生殿, 夜半无人私语时。 qī yuè qī rì zhǎng shēng diàn, yè bàn wú rén sī yǔ shí 。 在天愿作比翼鸟, 在地愿为连理枝。 zài tiān yuàn zuò bǐ yì niǎo, zài dì yuàn wéi lián lǐ zhī 。 天长地久有时尽, 此恨绵绵无绝期。 tiān zhǎng dì jiǔ yǒu shí jìn, cǐ hèn mián mián wú jué qī 。칠월 칠석 서로의 품에서 그날 밤 우린 속삭였지요. 하늘에선 비익조 되고, 땅에선 연리지 되리라. 이 하늘과 땅이 먼지 될지언정, 우리 한恨만은 끊이질 않네요.아 사랑하는 님아, 우리 한 몸이 돼 하늘에서 비익조가 되고, 저 땅에선 연리지가 되자. 그래서 이 하늘, 이 땅이 먼지 되는 그 순간까지, 하나로 날고, 하나로 자라자. 사실 너무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 없는 구절이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사시다. 백거이白居易772~846의 '장한가'长恨歌다. 중국 중당 기(中唐期)의 시인. 작품 구성은 논리의 필연에 따르며, 주제는 보편적이어서 ‘유려 평이(流麗平易)’한 문학의 폭을 넓혀 당(唐) 일대(一代)를 통하여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