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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중국] 의연毅然과 무관심의 경계에 선 중국의 '불계(佛系) 청년'

지난 연말 하루아침에 중국 인터넷을 도배하듯 유행한 말이 있다. 중국 8억 인터넷 이용자들이 모르면 대화를 못했다고 한다. 

 

불계(佛系) 청년”  

 

 


 

 

불계는 우리 말로는 불계佛界, 또는 불가佛家로 이해하면 될 듯 싶다. 한 마디로 불교 승려처럼 사는 청년을 의미한다.
굳이 좋게 해석하자면, "불가의 승려처럼 매사에 담담하고 착하게 임해라"라는 뜻이다.
엄하게 말하면, "욕망하지 마라, 싸우지 마라, 추구하지 마라"의 태도다.
이 용어의 용법은 너무 다양하다. 사실 그래서 더 유행을 탔는지 모른다.
어찌나 유행했던지 이 말을 쓰지 않고는 대화가 안됐다고 한다. 예컨대 대화를 하다 관심이 없다는 말도
"나는 불계 청년이야"
영화를 보자는 친구의 말을 거절할 때도
"나는 불계 청년이어서"
연인에게 투정을 하는 친구에게 충고도
"불계 연애를 모르니?"
등등으로 한도 없이 활용됐다. 
이용자 범위가 늘면서 '아니 왜 청년만 있어? 소녀도 있어야지!'는 불만도 생겼다.
그래서 나온 게 '불계 소녀'다. 
그럼 왜 소녀만 있나? 아줌마는? 엄마는? 직원은?
'불계 아줌마', '불계 엄마', '불계 직원' 등등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음 잠깐, 불계 엄마는 아이를 담담하게 보는 엄마란 뜻인가? 

 

 

 


 

 

불계의 범위는 이렇게 한도 끝도 없이 늘었다.
이쯤 되니 중국 최대 검색 포털 바이두도 어쩔 수 없이 '불계 청년'에 대해 따로 설명하는 코너까지 만들어야 했다.

불계의 확산에는 역시 각종 매체들의 힘이 컸다. 
처음 용어가 등장한 것도 한 청소년 문화 플랫폼에서 글을 올리면서다.
신매체 신스샹新世相 2017년 12월 12일 '90년대 적지 않은 이들이 이미 출가를 했다'라는 글을 올려 중국에 '불계'라는 용어가 소개됐다.
90년대 생이면 가장 나이가 많은 이들이 이제 27살이다. 
글의 제목만 봐서는 그들이 이미 세상의 번잡함에 질려, 세상을 떠나 불가에 귀의했다는 주장이다.
묘하게 이 글은 중국 젊은 층의 대단한 호응을 이끌어 냈다.
단숨에 수십만 명의 중국 젊은이들이 '좋아요'를 눌러됐고, 플랫폼에 새로 가입을 했다.

이를 지켜본 다른 매체들이 어찌 가만히 있으랴.
모든 인터넷 매체들이 온통 '불계' 관련한 글을 쏟아냈다. 여기에는 가짜 뉴스들도 적지 않이 포함됐다. 
우리 한국에도 유명한 가수 왕페이王菲의 딸이 출가했다는 가짜 뉴스가 떠돌기도 했다.
왕페이 딸 역시 가수로 활동 중인데, 사실 그 성향이 좀 서구로 치면 히피적이다. 
묘하게 '불계'로 묶이는 이미지의 한 면과 닿아 있다.

불가 정신이 돌연 중국 사회를 뒤흔들면 영국 BBC 등 외신도 분석에 나섰다. BBC 심층 취재 결과, '불계'란 용어가 중국어가 아니라 일본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의 한 잡지가 먼저 일본 청년들의 특징을 규정하며 썼다.
"이 '불계' 청년들은 활동은 최소로만, 자신만을 위해 한다. 심지어 여자와 사귀는 일도 귀찮아한다."
섹스리스 부부를 일컫는 '불계 부부'라는 말이 더불어 나왔다고 한다. 

 

 

 


 

 

사실 이런 젊은이들의 태도는 한국에서 나온 '헬조선' 한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중국 사회가 갈수록 발전하고 안정화되면서 이제 현 사회에서 뭘 해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한탄이 아닌가 싶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실제 "현재 중국 청소년들은 사회 발전으로 기본적 욕구는 충족하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점차 줄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래의 희망인 젊은이들이 이런 모습에 중국 런민르바오人民日报 등 관영매체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불가적 태도가 답은 아니다. 삶을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런민르바오 등 관영 매체의 주장도 정답은 아닌듯싶다. 
많은 젊은이들의 외면, 아니 불계 독자의 태도로 관영매체들을 대하고 있다.

과연 그럼 중국 정부는 이들 젊은이들을 위해 답을 찾아 줄 수 있을까?
시진핑 주석은 19차 당대회를 끝내고 "전 인류의 운명을 같이 짊어지는 희망의 새로운 중국,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자"라고 웅변했다. 소위 '신시대, 신사상' 주장이다.
그런데 묘하게 바로 그 시점에 중국 인터넷에서는 '불계~'가 유행을 한 것이다. 

 

 

 


 

 

어쩌면 중국의 가장 큰 위협은 '미국'이나 다른 외부 요인이 아닐 수 있다. 
역사상 모든 중국 왕조에게는 내부의 요인이 가장 큰 적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아마 불계라는 용어를 인터넷에서 지울 수는 있을지 모른다.
혹은 중국의 사회과학자들이 지적하듯, 
"청소년들의 문화는 시시각각 변하고, 그 모든 게 주류사회에 대한 대항만은 아니다"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양은 바뀌어도 근저에 깔린 한탄은 한결같다는 점이다.
그 한탄은 이름이 바뀌고, 용어를 인터넷에서 지운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내재돼 곪게 될 수도 있다.
본래 병도 겉병보다 속병이 고치기 어려운 법이다.

 

 

글=청로(清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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