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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명상 - 역(易), 사물의 이치



'우리'는 나와 너의 조화다. 나만 있어도, 너만 있어도 '우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너와 나의 조합은 '너희'다. 결국 우리가 너희이며, 너희가 바로 우리다.

동양 고전에 큰 줄기를 형성하는 사물의 이치다.

철학적으로는 주역의 "음(陰) 속에 양(陽)이 있고, 양 속에 음이 있다"는 이치이며, 불가의 '색즉시공'(色卽是空) 사상에서도 보인다. 생활 속의 모두가 동포요, 친구라는 '사해주의'(四海主意)다.

서양에서는 19세기말 겨우 인간의 무의식에 관심을 갖으며 등장한다.

칼 융의 아니무스(여성의 남성적 무의식)와 아니마(남성의 여성적 무의식)과 비슷하다.

 

 

‘우리가 바로 너희다.’

바로 역(易)의 사상이다.

갑골문에서 역은 내 술잔의 술을 네게 나눠주는 모양의 글자다. 예수의 포도주다.

내가 네게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예수는 포도주와 빵을 영과 육에 비유하기도 했다.

역의 자형에 대해서 주물하는 모양이라 설명하는 이도 있고,

위 태양과 아래 태음이 서로 뒤바뀌는 모습이라 설명하는 이도 있다.

갑골문에서 발달하는 글자들은 역(易)이 처음 같은 두 그릇 가운데 한 곳에 담긴 액체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모습이었다가 조금씩 한 그릇에서 옮겨지는 모습만 남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대략 설명들은 이 같은 자형 탓에 나왔다.

 

 

중요한 것은 역은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나와 너란 두 그릇이 액체를 교환하며 관계하는 글자다.

우리가 되는 글자이며, 사물이 되는 글자다.

만물이 우리인 상태가 바로 바로 자연이다.

자연은 앞서 이야기 했듯, “모든 게 나와 같은”이란 뜻이다.

사물이 가장 나와 같은 상태로 실현돼 있는 것이 바로 자연이다.

더 정확이는 ‘자연스러움’이다.

그게 자연이 편한 이유다. 역은 그 자연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래서 역에는 ‘쉽다. 편하다’는 뜻이 담긴다.

자연은 쉽고 편한 것이다. 관계는 쉽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늘의 뜻은 ‘항상’에 있고,

땅의 뜻은 ‘항상스러움’에 있듯

자연은 하늘의 도리요,

자연스러움은 땅의 도리다.

역은 사물의 이치이며, 사물과 사물의 이치다.

사물들 그 자체와, 사물과 사물의 관계인 자연의 이치다.

주역은 이 같은 사물의 관계를 풀어 놓은 책이다.

시기에 따라 변화며 변화의 사이클을 되풀이 하지만,

단 한번도 같을 수가 없다는 그 이치를 담았다.

역은 두 컵 사이의 액체다.

액체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기울어진 곳에서 제대로 선 곳으로 흐른다.

역은 그래서 균형이며,

역은 그래서 ‘바로 섬’(正直)이다.

역은 두 컵의 상태이며, 둘 사이를 오가는 액체의 상태다.

역은 물의 철학이다.

자연은 쉽고 편하지만, 자연스러움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땅의 철학인 탓이다.

 

 

인간은 죽어서만 자연이 된다.

살아서는 자연스러움만을 추구할 뿐이다.

그도 잘하지 못해서

인간사는 항상 부자연스로움이 일정 수준을 넘는다.

하지만 항상 다시 자연스러움으로 변화해 간다.

역시 역이다. 자연의 변증법이다.

영원히 옳은 것, 그릇 것이 없고, 그런 게 없다는 게 바로 ‘역’이 담고 있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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