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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시와 경제 1 - 가치와 가격

경제는 어렵다고 한다. 우리가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것들이 경제고, 실제로 현명하게 경제생활을 하면서도 경제를 어렵게만 여긴다. 경제를 제대로 모르면서 경제전문가로 행세하는 헛똑똑이 경제학자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시는 경제보다 더 멀게 느낀다. 하루하루의 삶이 시 아닌 게 없는데도 시는 유명한 시인이나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뒤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찬선 시인이, 늘 우리와 함께 하는 시와 경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편집자>

 

 

은마아파트에 가면 - 여심(如心) 홍찬선

 

은마아파트에 가면

삶의 기준이 흔들린다

 

가치와 가격이

화성과 금성보다 더

어긋나 있는 곳

 

낡은 수도관에선 녹물이 울화통으로 솟구치고

넓은 주차장엔 겹겹이 대도 빈 공간 찾기 힘든데

공간의 희소성이 가치를 가격의 노예로 만드는 곳

 

헛배만 부풀리는 화폐가

마시멜로 효과로 화장을 하고

하루하루의 삶을 옭아매는 곳

 

욕망이라는 이름의 저수지가

참다움이란 여유와 푸근함을

이죽거리며 짓밟고 미소 짓는 곳

 

은마아파트 앞에 서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느낌표가

왜 이렇게 견뎌야 하는지 물음표로 바뀐다

삶의 기준이 봄바람 닮아 흔들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銀馬)아파트는 1970년대 중후반 강남개발계획에 따라 2번째로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단지다. 1979년 8월과 12월에 입주했다. 23만7900㎡(약 7만3400평)의 대지에 28개동(31동까지 있지만 4 14 24동이 없다) 4424세대에 이른다. 1996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지금의 강남구는 1963년 경기도 광주군에서 서울특별시로 편입됐다. 1967년부터 강남개발이 시작되고, 1970년 7월7일에 개통된 경부고속도로 건설 이후 본격화됐다. 한보주택이 지은 은마아파트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잠실과 개포의 주공아파트와 함께 ‘강남개발 빅4’로 불렸다.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 이곳은 비가 오면 물이 차는 저습지(低濕地)로 버려진 땅이었다.

정부는 강남에 대규모로 지어진 아파트단지가 초기에 분양되지 않자 강북 시내에 있던 중고등학교를 강남으로 이전하도록 했다. 경기 휘문 중동 경기여고 숙명여고 등이 강남구로 이전했다. 서울 동덕여고는 서초구로, 배재 동북 한영고는 강동구로, 보성 배명 창덕여고 정신여고는 송파구로 이전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날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8학군의 역사는 불과 40여년 됐을 뿐이다.

은마아파트는 가정생활의 현대화를 위해 수도, 110V전기, 열병합보일러, 엘리베이터 등을 도입했다. 주차공간도 당시엔 텅텅 빌 정도로 매우 넓었다. 지금 눈으로 보면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 가치와 가격; 가치는 눈에 보이는 물건이나 보이지 않는 것, 사랑 효도 우정 같은 것이 갖고 있는 것으로 돈으로 환산하기가 쉽지 않다. 이육사 윤동주 한용운 현진건 등이 죽음으로 지키고자 했던 ‘항일독립정신’이 가치의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은 이런 가치 가운데 화폐로 환산해 표시한 것이다. 우리가 마트에 가면 쌀 콩나물 삼겹살 등에 붙어있는 숫자가 바로 가격이다.

가치와 가격은 일치할 때가 있지만, 그건 아주 예외적인 것이고, 대부분은 괴리가 있다. 가치가 가격보다 낮으면 저평가됐다고 하고, 반대로 가격보다 높으면 고평가됐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주식 가치는 그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과 앞으로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합한 것이다. 주식의 가격, 즉 주가는 주식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평가하는 가치가 일치할 때 형성된다.

주식 1주가 갖고 있는 가치는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보다 높거나 낮을 수 있다. 따라서 주식투자에 성공하는 비결은 가격이 가치보다 낮을 때 샀다가 가치보다 높아졌을 때 파는 것이다. 주식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워렌 버핏은 이를 블래쉬(BLASH)라고 했다. BLASH는 낮을 때 사서 높을 때 판다는 ‘Buy Low And Sale High’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억 소리가 나는 은마아파트 가격은 가치와 부합하고 있을까?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보는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는 한 가격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다만 수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마파람처럼 늘 변한다. 은마아파트는 물론 다른 지역 주택이나 물건을 사고 팔 때 항상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다. 그게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관심을 갖고 계속 생각해보면 저절로 답을 얻을 수 있다. 김구 주석이 말한 것처럼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일을 이룬다.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이다.

 

<홍찬선 시인/경제칼럼니스트>

 

여심(如心) 홍찬선(洪讚善) 시인은 1963년 충남 아산시 음봉(陰峰)면 산동리 3구 뫼골에서 태어나 월랑초 음봉중 천안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대한투자신탁(현 하나투자금융) 조사부와 한국경제신문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기자를 거쳤다. 머니투데이 편집국장을 역임한 뒤 시인이 되어 전국을 다니며 자연이 펼쳐놓은 시를 줍고 있다. 현재 서울시인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기자 생활 중에 서강대 MBA를 마치고. 서강대 경영학과 박사과정과 동국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일본 중앙대 기업연구소 객원연구원과 북경특파원 및 중국 청화대 경제관리학원 고급금융과정을 수료했다.

저서에 『미국의 금융지배전략과 주식자본주의』 『내 아이 종자돈 1억 만들기』 『패치워크 인문학』 『임시정부 100년 시대 조국의 기생충은 누구인가』 『20대 대통령을 위한 경제학』 등이, 시집에 『틈』 『길』 『삶』 『얼』 『품』 『꿈』 『아름다운 이 나라 역사를 만든 여성들』 『서울특별詩』 등이, 소설집에 『그해 여름의 하얀 운동화』가 있다.

제4회 수안보온천시조문학상 본상(2017), 제17회 문학세계문학상 소설부문대상(2020)

제1회 자유민주시인상 최우수상(2021), 서울시인협회 올해의시인상 본상(2021)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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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청두세계원예박람회(成都世界园艺博览会)'가 오는 26일 중국 쓰촨성 성도 청두에서 개막해 10월 28일까지 열린다. 청두원예박람회는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의 승인을 받아 중국 국가임업초원국과 중국화훼협회가 주최하고 쓰촨성 산하 화훼협회가 주최한다. 청두시인민정부는 "이번 박람회는 청두 유니버시아드 대회 이후 또 하나의 주요 국제행사로 아름다운 중국의 새로운 모습과 공원도시의 새로운 성과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기회"라고 밝혔다. 늦은 봄부터 초가을까지 186일 동안 개최되는 청두원예박람회는 청두 주변 도시의 독특한 꽃과 식물은 물론 조경 및 원예 제품을 전시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박람회 전시장은 메인 전시장(청두 동부 신구)과 4개의 하위 테마 전시장(원강 사천식 분재, 피두 꽃 산업, 신진 현대 농업학, 충라이 생물 다양성 보호)으로 구성된다. 청두시인민정부는 세계 각지의 이국적인 꽃과 아름다운 정원을 선사하는 국내외 113개 전시원을 감상하며 독특한 지역적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약 280m에 달하는 산수화 폭포, 환상적인 야간 경관조명의 판타지 월드, 노래하는 세계 정원 등을 대표적인 볼거리고 꼽았다. 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