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모 공사가 진행하는 입찰, 심사 의원 명단을 보니, 김아무개, 박아무개, 조아무개, 이아무개다. 그런데 인근 인천 지자체가 진행하는 문화 행사, 심사위원 명단을 보니 역시 ‘김아무개, 박아무개, 조아무개, 이아무개’다.
가만히 보던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명단을 검색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전국 지자체 곳곳에서 같은 이름의 인물들이 등장했다. 때론 문화 행사 심의위원으로, 때론 관공사 입찰 심의 위원으로, 심지어 때론 세금 체납 징수 대상자 명단에 체납자로.
온라인에서는 자연히 "황당하다"며 난리가 났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만화책에나 나올 법한 너무 황당한 일이다. 그런데 실제 중국에서 최근 벌어졌다. 소위 연말 중국 온라인을 뒤흔들고 있는 ‘인터넷 최고 바쁜 5인방’이 그 주인공들이다.
물론 실제 인물들이 아니다. 중국 지방 정부 행정부처에서 그냥 마구잡이로 사용했던 이름들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중국 지방정부 여러 행정부처가 행한 다양한 행사에 그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은 “요즘과 같은 온라인 시대 그냥 검색만 하면 다른 지역 행정부처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는데, 정말 해도 너무한 황당한 행정”이라고 한탄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실존하지 않는 인물들이라면, 그럼 실제 심의는, 심사는 누가 했느냐는 점이다. 가짜 인물을 내세운 것이라면 뭔가 그 절차에 밝히지 못할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최근 중국 곳곳에서 나왔다. 중국 매체들 역시 같은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이 ‘오인조’는 ‘장지웨이, 린궈루이, 린윈슈, 린야난, 장이윈’이다. 이들, 아니 이 이름들은 최근 중국의 구글인 바이두 문서 《10000 중국 일반인 이름 대전》에서 우연히 화제가 됐다. 정부 조달 평가 전문가에서부터 서예 대회 수상자, 행정처분 공시 대상자, 대학 공익 프로젝트 수혜자, 심지어 배드민턴 선수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가장 바쁜 5인조’의 이름이 다양한 곳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이 의문을 제기했고, 조사결과 이 이름은 실존하지 않는 인물들로 밝혀졌다. 관련 기관 다수는 ‘장지웨이’ 등의 이름을 복사·붙여넣기 방식으로 사용한 것이다.
중국 중앙정부 해당부서가 이미 관련해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중국의 주요 관영 매체들은 잇따라 논평 기사를 내고, 이번 ‘터무니없는 사건’이 일부 공공 부문과 사회 기관의 공신력을 훼손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화일보 전신》 12월 7일자 논평 《‘전국에서 가장 바쁜 5인조’ 뒤에 숨은 ‘귀신’은 무엇인가?》는 논평을 내고 이번 사건을 비판했다. 실존하지 않는 인물의 이름이 드러나면서 이름으로 행해진 일들은 ‘귀신’이 했을까라는 질문에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한 논평이었다.
누군가 관의 행사를 가명으로 했다면 그 투명성이 일단 문제가 있는 것이다. 논평은 “이들 이름이 다양한 공식 문서와 공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것은 단순한 저급한 실수나 업무 소홀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일부 공공 업무 과정에서 체계적·구조적 형식주의로 인해 절차가 공회전하고, 책임이 희석되며, 심사가 무력화되고, 감독이 부재한 심층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논평은 “‘전국에서 가장 바쁜 5인조’ 뒤에 숨은 ‘귀신’을 철저히 조사하는 것은, 형식만 채우고 절차 통과만을 목표로 하는 안일한 업무 태도와 직장 문화를 뿌리 뽑아 사회 신뢰 기반을 훼손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방송 역시 지난 12월 6일 웨이신 공식 계정 ‘앙시왕핑’(央视网评) 《공시·공고 조작: ‘형식적 공개’가 정부 공신력을 갉아먹지 않도록 하라》를 내고 해당 사건을 비판했다.
논평은 “이번 조작 사건은 단순한 ‘업무 실수’가 아니라, 그 이면에 숨은 부패 위험과 감독 허점이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형식적 공개’가 부패의 가리개가 될 수 있으며, 조달 명단 조작은 특정 관계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일 수 있고, 처분 명단 조작은 집행 공백을 은폐하기 위한 것일 수 있으며, 경기 명단 조작은 돈을 챙기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공익과 민중 권익”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광밍르바오 역시 공식 웨이보를 통해 지난 12월 5일자 《인명 대전이 문서 필수로 사용된 황당함》이란 논평을 냈다. 논평은 “‘전국에서 가장 바쁜 5인조’의 행적을 보면, 때로는 은폐나 이익을 챙기려는 목적, 때로는 체면이나 인원 채우기 위한 목적이었다. 구체적 역할이 무엇이든, 조작자가 이름조차 제대로 만들기 귀찮아 할 때 나타나는 것은 규칙에 대한 극단적 경멸”이라고 지적했다. 논평은 이어 “‘전국에서 가장 바쁜 5인조’가 등장할 때마다 이는 사실상 ‘실명 신고서’와 같다. 진상을 밝혀야만 올바른 판단과 공정한 시선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