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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세계의 새로운 페러다임을 만들어갈 것인가?

지혜로운 나라가 할 일은 그 것을 보는 것이다.

바야흐로 갈등의 시대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일본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했다. 북한에 전략물자를 수출한 의혹이 있다는 것인데, 사실 누가 봐도 그보다는 양국 정치문제다.

앞서 한국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본 기업의 일제 침략기 중 민간 피해에 대해 배상하도록 명했다. 한국의 재판부는 일본 기업의 한국내 재산에 대해 압류처분 조치를 심의하는 중이다.

한일 관계가 벌어진다는 것은 동북아시아의 힘의 구도에 큰 변형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동안 동북아시아는 문제아 북한에 대응하는 한국과 일본이 있었고, 중국의 굴기를 견제하는 한미일의 동맹이 있었다.

또 여기에 맞서는 중국과 러시아 라인이 강화되면서 소위 ‘신냉전’이라는 용어가 나오기도했다.

물론 이 같은 구도가 깨진 것은 한국의 외교적 오판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

박근혜 정부시절 초기 지나치게 친중 일색이던 외교노선이 사드 설치를 정점으로 급속히 친미 성향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심화했던 과거사 문제를 갑자기 지나치게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대법원에서 심의 중이던 일본 기업의 일제 침략기 민간인 피해 배상소송도 – 문재인 정권 들어 새롭게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 정치적 외압으로 판결이 미뤄지도록 했다.

결국 이 같은 박근혜 정권의 오락가락 외교는 박 전 대통령이 굴욕의 하야를 하면서 모두 폐기처분된다. 특히 촛불의 민심을 얻어 정권을 잡는데 성공한 문재인 정권은 박 전 정권의 모든 것을 ‘적폐’라는 분홍 딱지를 붙여 폐기처분 한다. 폐기 처분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 입안자까지 불러내 처벌을 하려 했다.

오죽했으면 일각에서 “이번 문재인 정권의 행태는 조선조 ‘사화’에 비견된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하지만 국제 관계란 반드시 상대가 있다. 우리 한국이 스스로 폐기했다고 해서 이전에 국제 관계 속에 만들어진 사항들이 그리 쉽게 폐기처분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박 전 정권의 사드 실수를 보상이라도 해주듯 중국에서 소위 ‘3불’ 약속을 덜컥 해주고 만다. 사실 외교란 더 많은 선택을 가질수록 유리한 법이다. 그런데 덜컥 우리 외교의 다양한 가능성의 싹을 잘라 버린 게 현 정권의 ‘3불’ 약속이다.

중국이 사드 압박을 지금까지 풀지 않는 정식 명분까지 줬다. 우리가 사드 철수라는 약속을 했으니, 그 약속이 완전히 지켜지지 않는 한 중국은 사드 압박을 풀려고 해도 풀수가 없게 됐다. 결국 우리 손으로 우리 손을 묶은 셈이니, 박 정권의 오락가락 외교보다 더 크면 컸지 작은 실수가 아니다.

문 정권의 적폐청산은 일본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의 관련 재판 진행과정에서 벌어진 정치 외압을 적폐로 규정하고 아예 전 대법원장까지 구속한다.

그에 앞서 박근혜 정권이 일본과 합의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불가역적 해결 방안 약속도 헌신짝처럼 버린다. 일본 입장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문 정권의 태도는 직전 정부간 약속했던 합의는 물론, 1965년 한일협정까지 부인하는 듯 인상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싶다.

특히 여기에서 그동안 감성적인 한국이 간과한 문제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장소에서 일본 정부의 위안부 사과를 요구했는데, 그 때마다 “감성적으로 사과조차 못하느냐?”고 질책을 해왔다.

그러나 국제 토론회에서 일본의 태도는 “정부의 공식사과로 끝난다는 보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의 사과는 배상 문제의 법리 다툼이 벌어지면, 그에 대한 인정일 수 있다는 게 일본 학자들의 입장이었다. 소위 감성과 법적 이성의 구분이 불분명한 한국만 주장할 수 있다는 게 일본 학자들의 태도였다.

필자는 관련해 한중일 토론회를 현장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다. 놀라운 점은 중국 학자들도 일본 학자들의 입장에 더 동조를 한다는 것이었다. 사적 사과와 공적 사과의 차이를 그 때 피부로 느꼈다.

그 때 한 중국 학자는 “검찰이 당신을 살인범이라 지목하면서 ‘결국은 너 때문에 죽었으니, 죽은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하라 한다고 가정하자, 그럼 미안하다고 할 수 있는가? 할 수 없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스스로 살인범임을 고백하는 법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라고까지 말했다.

법적 책임이 모두 클리어해지면 그 때서야 일본의 천황 등의 사적 사과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과거사에 얽힌 한일 갈등을 점점 반근착절의 복잡함 속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캐나다의 관계 역시 심상치 않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캐나다 정부에 의해 체포된 이래 양국간의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의 소용돌이는 더욱 거세지고 깊어지고 있다.

캐나다가 최근 중국 미생물 유학생들을 정책위반 문제로 구속했고, 이에 맞서 중국 역시 캐나다 시민을 옌타이에서 체포했다.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국립미생물연구소의 연구원인 치우향궈과 그녀의 남편, 그리고 일부 중국 유학생들이 정책 위반의 혐의로 연구소 출입 자격을 상실하고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치우향궈는 애볼라 바이러스 치료법 연구에 참여했던 미생물 학자다. 캐나다 국립미생물 연구소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로 적지 않은 연구 자료가 국가 기밀인 곳으로 전해졌다. 치우향궈는 이런 기밀의 일부나 연구 대상인 미생물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 당국은 그녀에 대해 지난 7월 5일 이후 장기 휴가 상태로 처리했으며, 동료들에게도 치우 부부에게 연락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캐나다 현지 언론이 전했다.

중국 역시 지난주 옌타이에서 캐나다인 1명을 체포했다. 그는 다른 16명의 외국인들과 함께 체포됐는데, 4명은 영국 국적의 영어 교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인의 체포 혐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 국적의 교사들의 혐의는 마약과 연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국은 지난해 12월이래 3명의 캐나다인 구속한 상태다. 중국과 캐나다 양국 간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는 모습니다.

세계가 이처럼 갈등의 속에 빠져들면서 주목되는 게 이 갈등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이며, 이 갈등은 또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이번 세계적 갈등이 과거 인류를 비이성에 빠뜨려 세계 각국이 서로 전쟁을 벌이던 그 수준으로 갈 것인가하는 게 주목된다. 이미 세계의 무기 수준은 일단 전쟁을 하면 승자와 패자 모두 멸망하는 수준까지 와 있는 상태다.

두 번째는 그 갈등의 끝을 누가 정리하느냐하는 것이다. 세계 2차 대전이 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계를 새로운 질서로 묶은 나라가 바로 미국과 소련이었다. 두 나라를 중심으로 냉전의 시대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를 오히려 힘의 균형 속에 유지되도록 만들었다.

그 힘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 1991년 구 소련의 붕괴다. 이후 오늘날까지 28년, 1세대 대략 30년간을 미국이 세계를 주도해왔다. 시점상으로 충분히 한 시대의 페러다임이 수명을 다할 때도 됐다 싶다. 그럼 누가 새로운 시대의 페러다임을 만들어 이끌어 갈 것인가? 이것을 보는 게 지혜로운 나라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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