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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조 중 최악의 인생'...중국 네티즌 울린 코로나19 감염자의 사연

아들 찾아 삼만리...결국 코로나 감염돼

 

‘流調’

흐르는 조사?

단어 그대로의 뜻이다. 무슨 말일까? 코로나 팬데믹이 만든 신조어다. 유행성 질병 조사의 줄임말이다. ‘류조’라고 한다.

최근 중국에서 이 조어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다름 아니라 한 남자의 사연 때문이다.

‘류조 속 최고 힘든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남자의 사연이 중국 네티즌들의 동정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올 44세의 악씨 성의 남자다. 웨이하이가 고향이다. 중국 네티즌들이 주목하는 그의 사연은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베이징에 머물며 생긴 일들이다.

이 남자의 사연은 ‘18일간 20여곳의 공사판을 돌며 일을 했다’로 시작한다.

 

그는 지난 18일간 베이징 20여 곳의 공사판을 돌았다.

베이징에 온 이유는 아들을 찾기 위해서다. 악씨의 아들은 지난 2020년 8월 연락이 끊어졌다. 그의 아들은 식당 주방에서 요리사로 일을 했다. 베이징에서도 일을 했다.

그는 베이징 조양구 곳곳을 헤맸다. 아들 소식의 흔적을 찾아 헤맸지만 성과가 없었다.

결국 악씨는 지난 18일 웨이하이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기차에서 그는 제지를 당해야 했다.

코로나 19 감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아 그 고생을 하고 또...'

여기까지 그런가보다 하는 사연이었다. ‘아들을 찾아 헤매다 코로나19에 걸렸구나’ 안타깝다는 반응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19일 베이징 방역 당국이 악씨의 사연을 추가로 밝히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더욱 끌게 됐다. 코로나 '0'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은 현재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하면 감염자의 전 행적을 공개해 전부 공개하며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방역 당국은 자연스럽게 악씨의 이전 행적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악씨는 아들의 실종에 대해 웨이하이 경찰에 수차례 문의를 했지만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아, 역시 중국의 또 한 차례 행정편의주의 경찰행정이구나 싶은 사연이었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경찰에 대한 비난이 고조됐다. 그런자 웨이하이 경찰은 21일 이에 대해 해명을 내놨다.

 

“악 선생의 요구를 경찰이 무시한 게 아니다. 악씨 아들의 소식을 찾아 전해줬다. 그의 아들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하지만 악 선생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다시 네티즌의 관심이 악씨에게 쏠렸다. ‘이건 무슨 의미지?’

 

중국 언론까지 끼어들었다. 방역 당국의 역학 조사 이상의 악씨 상황에 대한 보다 상세한 이야기들을 담은 보도가 쏟아졌다.

악씨는 지난 1월 1일부터 14일까지 베이징 23곳의 공사장에서 새벽 0시부터 일을 해 돈을 벌어 가족의 생계를 꾸려갔다. 새벽 3시, 4시까지 이어지는 공사가 끝나면 다른 공사장을 찾아 일을 했다.  중국 언론 취재를 통해 악씨의 베이징 행적은 물론 아들 실종 이후의 악씨의 행적이 공개됐다.

“지난 2020년 8월 이래 산동, 산시 등 10여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아들의 흔적을 찾아서 돈이 없으면 현지 공사판을 찾았고, 돈이 생기면 아들을 찾아 다녔다. 숙소가 없으면 은행 ATM기 잤고, 매일 저녁을 모기와 싸워야 했다.”

 

베이징에서 악씨는 10평 남짓한 곳에서 머물렀다. 매월 세가 700위안, 한화로 13만1500원 가량이다. 악씨가 한 일은 공사장에서 벽돌 등을 나르는 일이었다. 어떤 때는 건축 폐기물을 폐기장으로 옮기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일을 해 하루 200~300위안을 벌었다. 돈을 모으면 고향에 송금을 했다. 고향에는 병든 보모와 아내, 어린 아들이 있었다. 그는 그렇게 일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그는 그 와중에서 아들 찾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상세한 사연은 네티즌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그는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신고 접수도 3개월 뒤에 했고, 그 뒤에 수사과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지자, 웨이하이의 상급기관인 산둥성 공안이 나서 웨이하이 공안에게 관련 사실의 진실을 밝히도록 했다. 웨이하이 공안에 따르면 경찰도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다.

악씨의 신고에 다양한 조사를 벌였지만 아들의 행적을 찾지 못했다. 2020년 8월 26일 악씨의 아들이 실종될 즈음에 신고를 통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을 저수지에서 발견했고, 악씨의 DNA조사를 해 아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악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악씨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악씨는 “지난해 10월 경찰이 병원에서 한 시신을 아들이라며 확인하라고 했다. 봤더니 얼굴형 등이 아들과 달랐다. 아들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과연 그의 아들은 죽은 것일까? 악씨의 믿음 그대로 아직 다른 곳에 살아 있는 것일까? 중국 당국의 DNA조사는 제대로 된 것이었을까? 

많은 의문들이 중국 인터넷을 떠다니며 사연에 의문을, 의문에 새로운 사연을 더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주목한 것은 악씨의 코로나 위기 속에 생활상이 거짓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현재 중국 방역 당국에 의해 공개되는 감염자들의 직전 일거수일투족이 중국내 극과 극의 사회 생활상을 보여줘 중국 네티즌들의 공분을 하고 있다.

'중국 사회 양극화가 너무 심하다.'

특히 악씨의 사례는 ‘코로나 감염 최악의 생활환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감염 전날까지 명품 쇼핑을 즐겼던 감염자들과 악씨의 생활상을 비교하며 사회비평 글을 쏟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악씨는 이 같은 사회적 관심을 개의치 않는다. 악씨에게 중요한 것은 아들을 찾는 일이다. “내 생이 고달프다고 동정을 한다. 하지만 난 개의치 않는다. 그냥 받아들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아들을 찾고 싶고, 아들을 찾는 일이다.”

중국 사회의 한 민낯이다.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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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프 수교 60주년 기념 전시회 6월 30일까지 개최, 자금성과 베르사유궁전의 특별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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