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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화폐전쟁 2 - 거대한 변화가 온다

 



1. 중동에서 생긴 일

 

거대한 사막의 중동은 매일 총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세계대전의 축소판이다. 간단히 세계 강대국들의 ‘배틀 그라운드’다. 크게 보면 두 패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이에 맞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들어가 대리단체들을 지원하며 중동의 황량한 사막에서 총격전을 펼친다.

현지 각국, 각종 무장 단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인 ‘지역제패’와 자신들을 지원하는 강대국의 ‘이익 극대화’를 걸고 전투를 벌인다. 현지에서 거는 건 ‘목숨’이고, 뒤에 숨어 지원을 하는 강대국들이 거는 것은 ‘장대한 이익’이다.

바로 중동 문제가 복잡한 이유다. 현지 각국, 각 단체들의 이해관계와 그들의 배경이 되는 세계 강대국들의 이익이 난마처럼 얽혀있는 것이다.

이 정도만해도 복잡한데 현지 각국과 각 단체들간의 이해관계가 근본적인 종교문제라는 점은 사태를 더욱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다. 본래 부모를 죽인 원수를 종교적 이유로 용서할 수는 있어도 종교적 적을 용서할 길은 없는 법이다. 나의 사후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지 무장단체들 모두가 종교적 신념으로 총을 든다. ‘애병무적’이라는 노자의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세상에 가장 강한 군을 만들어 내는 것은 가족, 이웃, 동료들에 대한 사랑이다. 종교는 이 중에서도 가장 강한 사랑을 만들어 낸다. 내세까지도 같이하는 이웃, 동료에 대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장 눈앞의 주먹이 더 무서운 법이다. 총을 쏘면 어떤 신념을 가진 사람도 일단 이 세상에서 그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간 나라다.

바로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위치가 공고한 이유다. 중동의 원유는 현재 달러로만 거래가 이뤄진다. 이라크가 이에 반발을 들었다가 미국의 공격에 정권이 무너졌다. 미국이 대리 정권을 내세워 주변의 반발하는 무장단체를 억누르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중동에서 미국의 위치가 최근 들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무장단체, 미국과 유럽 입장에서 ‘테러단체’들의 지속적인 저항에 조금씩 발을 빼면서 이 중동이 더욱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지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게 달러의 지위다.

 

이 틈을 노린 게 바로 중국이다. 지난 5년여 간 중국에는 대단히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이 같은 중동의 현상을 전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이란,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중동에서 중국의 위상을 짐작케하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우디는 수출용 원유 기준 세계 최대 산유국이다. 그동안 달러의 원유거래 지위는 사우디가 보장해 유지되는 것이었다. 그런 사우디의 입장은 미국에게 적지 않은 압박이 된다.

 

“중국은 사우디와 위안화 원유거래를 희망한다. 사우디는 전체 원유시장의 추세를 따를 수밖에 없다. 탈 달러화로 갈 수밖에 없다.”

다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사우디와 미국은 그동안 원유를 달러로만 거래한다는 밀약을 유지해왔다. 사우디의 발언은 이 밀약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이다. 이 밀약이 조금씩 틈이 생기고 있다는 의미다.

 

원유가 달러로만 거래되면서 달러는 금태환의 효과를 그대로 유지했다. 금을 바꿔준다는 것은 미국의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금이라는 가치있는 물건과 바꿀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미국이 고도 인플레이션에 결국 금태환을 포기하면서, - 사실 이는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금으로 바꿔준다’는 사기를 쳐왔던 셈이다 - 미국 달러는 말 그대로 ‘거짓말 한’ 정부가 발행하는 휴지 조각이었다.

이 휴지조각을 그냥 휴지가 아닌 것으로 유지시켜준 것이 원유거래였다. 원유를 가지려면 달러가 있어야 한다, 즉 ‘원유=달러’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과거 고정비율로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것과는 달리 시장가에 의해서 교환가치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달러로만 거래되는 원유 덕에 달러는 국제무대에서 미국 정부만 보증하는 그냥 종이가 아닌 게 됐다. 중동이 원유로 그 가치를 보장하는 꼴이 됐던 것이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다른 요소들, SWIFT 등 국제 결제망 운용, IMF에서의 미국의 위상 등의 효과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로만 표시되는 원유 가치는 유로화, 엔화 등 다른 세계 기축통화들과 비교해 달러에게 화폐들 가운데 ‘절대적인 왕좌’의 지위를 갖도록 했다.

사우디의 발언은 지난 2017년에 나왔다. 중동에서 이제 ‘탈달러화’가 공공연히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중동 지역에 대한 영향력 축소는 달러의 절대적 왕좌의 권력에 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그 틈을 교묘히 파고들고 있다.

 

미국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을까? 미국은 알고도 중동 지역 철군 조치들을 감행한 것일까? 사실 누구도 모른다. 미국의 정치인들도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까지 현상만 보면 미국은 두 가지 면에서 오판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 상황을 회고하면 미국의 정치인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한 듯싶다. 하나, 중동지역보다 내정이 시급하다. 중동의 희생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너무 고조돼 있다. 아쉽게도 미국인들은 미군의 희생으로 얻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달러의 지위와 중동 지역의 미군의 희생을 연관 짓기에 둘 사이 거리가 너무도 벌어져 있다.

둘, 달러의 지위는 원유만이 보장하는 게 아니다. 다른 요소들도 많다. 또 중동 지역이 그렇게 빠르게 탈 미국화할 수는 없다. 트럼프 정권 당시 미국 행정부의 무식 단순함을 고려한다면 미국 정치인들은 너무 쉽게 두 가지 생각에 ‘확신편향’을 갖게 됐다고 해도 크게 무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쉽게도 지난 수년간의 중동 상황을 보면 미국의 영향력은 줄고, 중국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미국이 떠난 곳을 중국이 채운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제 중국에선 지난해 연말부터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기축통화 위안화’에 대한 자신감 찬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의 주요 분석가들은 너무도 당당히 ‘위안화 원유거래’를 주장하고 나섰고, 중국 정부 역시 이에 부응하듯 하나 둘씩 첩보(捷報:승전보)를 보내왔다.

 

중국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위기 덕이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부실을 세계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막대한 돈을 써 미국발 금융위기로 침체되는 경제, 심지어 세계 경제 일부분까지 책임져야 했다.

돈을 마구 찍어내는 데 그 가치가 유지된다? 사실 그 자체가 모순이다. 그런데 달러는 가능했다. 바로 당대 유일무이한 기축통화였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한 피해를 달러나 미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흡수해야 했다. 각국, 특히 유럽 등 선진국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중동 역시 달러 가치 하락에 따라 국익이 손해를 보는 상황을 감내해야 했다. 국익이 손해를 보면서 미국 국채를 사는 모순적인 행동을 각국이 해야 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세계 각국은 달러의 지위 탓에 만들어지는 세계 경제의 불평등에 주목했다. 가장 주목한 게 중국이다. ‘이제 달러를 대체할 다른 기축통화도 만들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제무대에 만들어졌고, 중국은 ‘그 기축통화가 위안화면 좋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중동의 ‘탈 달러화’ 현상도 이 같은 국제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사우디의 지난 2017년도 발언 가운데 추세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전쟁에 나선 병사는 장군의 명령을 듣는 게 아니라 장군의 말머리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군은 입으로는 “전진”을 외쳐도 자신이 도주하기 위해서는 말 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2019년 IMF와 SWIFT에서 각국의 보유하고 사용하는 달러의 비중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사실 이를 갈고 있는 중국에게 미국이 먼저 틈을 보였다.

이란과의 관계에서 미국,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어정쩡한 태도로 애매한 제재를 하고 만다. 표면상 문제는 이란의 핵문제다.

미국은 물론 중국도 자신들 외 더 이상 많은 나라가 핵무기를 갖기를 원하지 않는다. 핵무기는 말 그대로 세계 국가의 힘의 상징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이후는 간단히 국제 외교무대에서 발언권의 층이 달라진다. 핵무기를 보유한 뒤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국가에 “너희 군사력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지만, 나도 너희 국가의 일부를 초토화시킬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역시 석유 수출로 막대한 국가의 부를 쌓을 수 있었고, 당연히 그 부를 이용해 그에 걸맞는 힘, 핵무기를 보유하고자 했다. 미국을 대표로 하는 서구 열강과 이란의 긴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가장 최근의 분수령은 미국의 무인기 공격에 의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의 사망이다. 혁명수비대의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쿠드스군을 이끌던 솔레이마니는 2020년 1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드론 암습에 사망했다.

미국은 솔레이마니 암살 작전이 “대통령의 지휘 아래” 진행됐다고 밝혔다. 당시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였다. 본래 트럼프는 지난 2018년 5월 스스로 핵 합의를 탈퇴하면서 이란에게 핵개발의 기회를 제공한 원인 제공자였다.

핵합의는 JCPOA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5년 7월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 이란이 맺은 핵동결 합의다. 합의 내용은 이란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과 성능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생산을 막거나 보유에 걸리는 시간을 늘리려는 의도였다.

이 협상은 오마마 행정부가 주도했다. 핵협상이 나온 것은 이란이 핵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던 시점이었다.

전쟁이 발발한다면 이라크 전에 이어지는 또 하나의 참상이 예견되는 것이다. 오바마의 노력은 이런 인류사의 불행을 막았다는 점에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로 인정받았다.

 

다만 전쟁을 통한 완벽한 해결, 혹은 그에 준하는 이란의 완벽한 굴복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미국내에서는 불만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나쁜 협상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래도 전임자가 미국이라는 나라의 이름을 걸고 한 협의인데, 트럼프는 결국 스스로 협상을 깼다. “더 강한 제재를 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이란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군부의 반발도 당연했다.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은 그런 군부를 이끄는 인물이었다. 이란 국민들 사이에 덕망도 상당했다. 트럼프는 군부의 반발을 잠재운다며 그를 암살한 것이다.

이란이 아무리 힘이 없다고 해도 일국의 총사령관을 암살하는 것은 분명한 선전포고다. 이란은 반발하고, 복수를 다짐했지만 국제사회에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이었다.

당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굉장히 위험하고 어리석은 도발”이라고 비판하며 보복을 다짐하자, 트럼프는 한마디로 답했다.

“우린 이란의 52개 장소를 동시에 공습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만약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의 자산을 공격할 경우 이를 ‘매우 빠르고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다.”

이란은 뒤로는 보복을 해도 표면적으로 입을 닥쳐야 했다.

 

당시 핵협상에 참여했던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구 중추세력들은 다시 한번 “중동 지역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는 게 전부였다. 심지어 영국 존슨 총리는 솔레이마니 사망에 “애도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솔레이마니가 영국에는 위협적인 존재였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란의 총사령관을 암살하고도 미국은 정작 얻은 게 없었다. 이란이 핵개발을 어느 수준으로 했는지, 감독할 권한을 스스로 내던진 탓이었다. 결국 할 수 있는 게 과거처럼, 혹은 북한에게처럼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제재는 이미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그 효과가 반감된 지 오래였다. 트럼트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물론 유럽과도 무역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결국 유럽은 방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됐고, 중국은 이 틈을 노리고 이란 곁에 바짝 다가 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이란 제재에 대해 공공연히 “일방적 제재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러브콜을 지켜보던 이란은 실연한 여인이 가장 가까웠던 친구에게 마음을 열 듯 조금씩 중국의 우호적인 태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중동에서의 중국의 성과가 나온 것은 지난 2021년 초의 일이다. 2021년 4월 10일 이란 국영 방송국은 다음과 같은 뉴스를 전한다.

“이란은 지난 1년간 중국에 1800만t의 원유를 팔았으며, 이 대부분은 중국 위안화로 결제됐다”

이란은 중국과 위안화로 석유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그 양도 1800만t에 달했다. 중국이 막대한 원유를 거래하면서 미국의 제재를 받거나 환율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막대한 원유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과거 달러가 필요했는데, 이제 중국은 필요하면 미국처럼 위안화를 더 찍어 이란에게 주고 일단 원유를 가져가면 되는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중국에서는 ‘위안화 기축통화화(化)’의 대진전이라고 경축했다. 과거 러시아도 못한 것을 중국이 해냈다는 것이다. 사실 러시아가 그러지 못한 것도 이유가 있고, 중국이 해낸 것도 이유가 있다. 첫째는 미국 경제의 약화이고, 둘째는 중국의 끈기가 가장 큰 이유이다.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국의 끈기에 감탄하게 된다. 중국이 정말 무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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