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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1. 혼돈의 우크라이나

 

결국 ‘전쟁’이 터졌다. 3월 1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식 침공 7일째를 맞고 있다. 모두가 ‘설마’ 했지만, 아는 사람은 알았다. 이번 사태가 그리 쉽지만 않다는 것을….

표면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문제지만, 그 이면 깊은 곳에는 세계 2차 대전이후 세계 질서에 대한 러시아의 본격적인 재고(再考) 요구가 담겨있다. ‘세계는 언제까지 이렇게 유지될 것인가?’

바로 중국이 근본적으로 러시아의 입장에 동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전운이 짙어질 때만해도 우크라이나는 너무나 나약해 보였다. 바람 앞의 등불, ‘풍전등화’였다. 바람이 한번만 더 거세져도 바로 꺼질듯했다.

하지만 정작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자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월 21일 우크라 내 반군 지역의 독립을 선포한 뒤 이어 22일 전면적인 군사행동에 나서면서 러시아 대군의 일방적인 침공이 시작됐지만 러시아 대군의 파죽지세는 하루를 가지 못했다.

침공 하루 이틀이면 함락되리라 예견됐던 수도 키예프는 여전히 굳건히 사수되고 있다. 러시아 대군은 키예프를 포위만 한 채 진공을 멈추고 있다.

러시아는 공세가 제대로 먹히지 않자 2월 28일 우크라 정부와 협상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로에게 각자의 요구를 다시 전하는 수준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 사이 미국과 유럽 나토의 대러시아 압박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침공 직후 독일이 예정됐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유럽에서 러시아 국적기의 비행을 금지시키는 등 제재에 나섰다.

이어 미국과 유럽은 두 단계에 걸친 경제제재에 나서면서 러시아를 국제금융결제망(SWIFT)에서 고립시키기로 했다. 현재까지의 가장 강력한 경제제재로 꼽힌다.

3월 1일 현재 러시아는 다시 키예프 주변 병력을 집중하면서 재차 총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2. 전쟁은 갈수록 참혹해진다

 

지금까지 정황으로 볼 때 시간은 러시아 편이 아니다. 시간을 끌수록 러시아는 불리하고 반대로 우크라 정부군은 유리해진다.

우크라 정부군에게는 지원이 쌓이고 있고, 러시아 군은 자력을 소모하고 있다.

일단 세계 여론이 나쁘다.

글로벌 사회는 러시아의 이번 행동을 ‘주권국에 대한 침략행위’로 보고 있다. 오직 중국만 러시아 입장을 옹호하지만, 중국 역시 러시아의 행위가 ‘침략행위’가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오직 ‘납득 가능한 이유 있는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미국과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한 반대 입장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글로벌 사회의 결정에 홀로 반대하고 러시아 편에 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영국과 독일 등 유럽 내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 정부군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고 나섰다. 우크라 정부군은 버티면 버틸수록 버티기가 쉬워지게 되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의 입장은 다르다.

일단 17만 대군의 전투자금을 매일 써야만 한다. 하루 식비와 각종 고가의 전투장비가 매일 소모된다.

시간을 끌수록 이 같은 전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런 러시아를 향해 미국이나 유럽은 경제제재를 해놓았다. 나라가 돈을 벌어야 전쟁 경비를 지속해 댈 수가 있는데 그 싹을 잘라 놓은 것이다.

우크라 입장에서는 빈 항아리를 유럽이 채워주는 격이고, 러시아 입장에서는 반쯤 찬 항아리 물을 그저 퍼 쓰기만 하는 꼴인 셈이다.

정작 문제는 우크라 전투 상황이다. 생각보다 우크라의 저항은 완강하다. 완승을 거두기 쉽지 않은 것이다. 시간은 결국 우크라 정부군 편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이번 전쟁은 한 순간이라도 빠르게 승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협상을 핑계로 물러서는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이 선택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러시아 정부는 물론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잃는 게 너무 많다.

일단 러시아는 스스로 “종이 호랑이였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는 셈이 된다. 러시아 철군(鐵軍)은 세계 2위로 막강할 것이라 여겼던 러시아 군사력이 기대에 미치는 못한다는 것을 각국이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1962년 미국과의 쿠바 미사일 대치에서 물러서는 결과를 다시 한 번 되풀이하는 꼴이 된다. 당시 미국에게 양보하면서 소련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세계를 양분했던 공산사회의 몰락과 함께 구소련 역시 급속히 붕괴했다.

이번 사태로 푸틴 대통령의 정치력도 크게 약화할 수 있다. 러시아가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다.

결국 러시아의 선택은 아직 시간이 여유가 있을 때 가장 강력한 공격을 해 빠르게 승리를 하는 것이다. 첫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고 러시아 쪽에서 우크라 정부요인 암살부대 작전 개시와 함께 핵무기 동원을 고려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으로 보인다.

우크라 수도 키예프 함락은 이런 점에서 하나의 상징성이 있다. 이후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격이 예견된다.

키예프의 이 같은 상징성은 우크라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우크라의 결사항전도 예견된다. 미국과 유럽의 무기 지원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결국 전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참혹해지는 것이다. 또 참혹한 전쟁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3.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까? - 50년 만에 다시 만난 ‘미중소 삼각 애증’

 

사실 이번 전쟁의 승패는 이미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하고 바로 승기를 잡지 못하면서 승리의 여신은 우크라 정부군 편으로 더 다가서고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승리의 조건을 충족하기에 너무 힘들지만, 우크라 정부군은 버티기만 해도 승리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이번 전쟁으로 인한 피해까지 보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러시아의 패배를 가장 아쉬워할 이는 푸틴 외 중국과 시진핑 주석이다.

본래 중국과 러시아는 ‘애증의 관계’다. 소련은 중국 공산당의 기틀을 마련해주고 오늘의 공산 중국 성립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지만 그 대가를 철저히 요구했다. 마오쩌둥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런 소련에서 벗어나 자립하려 노력했다.

냉전시대 소련을 미국만큼, 아니 미국보다 힘들게 한 게 바로 중국이었다.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의 수교도 이 같은 ‘애증’의 산물이었다.

 

1972년 2월 21일 당시 닉슨 미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 코뮈니케(공동성명)를 체결한다. 방중 마지막 날인 2월 28일 발표된 상하이 코뮈니케는 미중 수교의 기초가 된다.

상하이 코뮈니케는 “양국은 군사적 충돌 위험을 감소시키기 노력하며 어느 측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해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했고 타이완과 국교 관계를 단절했다.

미중 수교를 계기로 중국도 소련과 등을 돌렸다.

미중 양국은 1979년 수교를 맺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 속의 자유시장이라는 독특한 체제를 갖추는 개혁개방 노선을 본격화했다.

묘하게도 50여년이 지나 미중소 삼국의 애증 관계가 다시 부각돼 국제질서 재편의 새로운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올해 10년 만에 가장 중요한 ‘양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양회 주요 논의안들은 이미 당 지도부에서 결정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양회를 통해 중국의 이후 노선과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게 된다.

 

4. 셈법이 복잡해진 중국

 

우크라 침공에 대한 러시아를 바라보는 중국 지도부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할 것이라는 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를 지지하지만 어떻게, 어느 수준까지 지지하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최근 중국 소식통을 통해 전해지는 중국 내정 소식에는 이 같은 중국 당국의 고민이 잘 반영돼 있다.

양회를 앞두고 지도부 전원 회의가 중난하이에서 최근 열렸다고 중화권 소식통들이 전했다. 회의에서는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며 격론이 벌어졌다고 전해진다. 논점은 주권침해에 절대 반대한다는 중국 외교 원칙을 지키며 어떻게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지지하느냐, 또 타이완의 독립에 반대하는 중국 입장과 상충되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우크라 반군의 독립을 지지하느냐, 또 러시아에 대한 글로벌 사회의 제재 합의를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 등등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논점이 중국에게 중요한 이유는 중국이 러시아와 달리 글로벌 경제 밸류 체인 속에 깊숙이 관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두 번째 경제체이며 지난 2021년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가 25%에 육박하고 있다.

세계도 중국이 필요하지만 중국도 세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 점에서 중국은 글로벌 경제의 갈라파고스인 러시아와 크게 다르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이 크지만 반대로 글로벌 경제의 중국에 대한 영향도 크다.

중국이 마음대로 러시아를 지지하지 못하는 이유다.

중국은 이미 미국은 물론, 영국과 EU, 심지어 아시아의 호주와도 무역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글로벌 사회 제재가 확정된 상황에서 쉽게 국제적 합의를 위배하기는 힘든 것이다.

물론 많은 이들이 보듯 중국은 여러 비공식적 방식으로 러시아를 지원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대처에 있어 미세조정에 성공한다면 중국은 새로 출범하는 글로벌 질서에서 적지 않은 우위를 점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러시아 제재 동참을 선택하면서 미중갈등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같은 방식은 영국과 EU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러시아는 약해져 북한처럼 더욱 중국에 의존하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계가 주목하는 것은 이번 사태가 위안화의 기축통화화(化)에 가장 유효한 기회라는 점이다.

 

 

5. SWIFT, CIPS, SPFS 국제결제망 삼국지

 

러시아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내놓은 최대 제재는 글로벌금융결제망, SWIFT 퇴출이다. 국제적인 금융결제를 못하도록 해 러시아 경제를 완전 봉쇄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받고 있는 글로벌 제재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금융 핵폭탄’이라 불리는 조치가 SWIFT 퇴출이다.

하지만 북한이 그렇다고 손 놓고 있나? 아니다. 거래를 해주는 곳이 있다. 중국이다. 중국과 미국 달러 거래보다는 위안화 거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러시아도 북한처럼 하면 되지 않나?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커질수록 중국과 러시아 관계가 더욱 끈끈해질 것이라면서 특히 스위프트 배제로 양국은 교역에서 중국의 결제 시스템인 '국경간 위안화 결제시스템(CIPS)'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CIPS는 중국이 지난 2015년 만든 독자적인 국제 위안화 결제 및 청산 시스템이다. 묘하게 러시아 역시 이 시기 자체적인 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SPFS)을 구축했다.

결국 SWIFT를 통하지 않고도 국제 무역거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 이런 판단에서 미국 등 서구 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SWIFT 퇴출 제재가 확정되자, 중국 주식시장의 급락세 속에서 유독 CIPS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대세를 거르고 상승세를 보였다.

28일 시팡징촹이 9.89% 올랐으며 신안스지가 5.48%, 하이롄진후이가 9.9% 올랐다. 모두 전자 위안화, 결제서비스 등과 관련된 기업들이다. 중국 투자자들 역시 이번 사태를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로 보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에서 SWIFT 퇴출 조치에 대한 논란도 나온다. SCMP 보도와 같은 시각이다. 중국 탓에 러시아에 대한 SWIFT 제재가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CIPS에는 전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 1200여곳(직접참여 75곳, 간접참여 1184곳)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기준 CIPS 거래 건수는 268만 건, 거래 금액은 64조 위안(약 1경220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64% 늘었다.

러시아 자체 시스템인 SPFS의 경우도 중국을 비롯해 쿠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각국의 331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 자체망을 이용하고 중국이 도와주면 SWIFT 퇴출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우선 SWIFT는 금융정보망으로 글로벌 결제정보를 교류해 안전한 결산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CIPS, SPFS는 물론이고 어떤 지엽적인 국제결제망도 근 50년간 전 세계에서 활용해온 SWIFT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CIPS 관련 한 전문가는 “CIPS는 위안화 직접 결제가 가능하고 대리은행을 내세울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밝혔다. 즉 위안화를 활용한 무역거래라면 CIPS가 SWIFT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역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굳이 CIPS가 아니어도 SWIFT를 이용하지 않는 거래는 지금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안전하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점이 문제일뿐이다. 왕빙리 중국 SWIFT 지사 대표는 “SWIFT는 회원사 자금계좌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자금의 흐름에 대한 정보에 관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러시아와 전면적인 CIPS 무역을 할 수도 있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은 중국도 져야만 하는 것이다.

아직 누구도 우크라 사태가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크라 사태가 안 그래도 변화무쌍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더욱 변화무쌍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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