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훙멍’은 ‘붉은 꿈’이라는 뜻이다. 중국어 훙은 붉다, 익다 등의 뜻이 있다. 또 붉은 공산당을 상징하기도 한다.

간단히 ‘붉은 꿈’은 시진핑 주석의 IT산업의 ‘중궈멍’(중국의 꿈)에 대해 화웨이가 내놓은 답인 것이다. 시 주석의 중국의 꿈을 붉게, 익게 하겠다는 의미다.

말이야 무슨 말이든 못할까? 그럼 정말 훙멍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위청둥 화웨이 상무이사는 훙멍 5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국 순혈의 운영체제인 ‘훙멍’은 배터리 수명, 보안 및 개인 정보 보호 측면에서 업계 선두에 있다”고 자신했다.

또 화웨이는 이 운영체제를 활용하는 앱들이 자주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훙멍 5를 기초로 한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계 생태계가 무럭무럭 성숙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화웨이에 따르면 현재 18개 산업분야에 걸쳐 중국 전역에 총 3800만 개 기업들이 참여하는 1만5000개의 기본 앱이 마련된 상태다. 또 화웨이에 따르면 지속적인 앱 개발과 업그레이들을 위해 등록된 개발자 수만 675명에 이른다.

아울러 화웨이의 ‘훙멍 5’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자동차 등 여러 장치의 상호 연결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에 훙멍 5 운영시스템으로 연결되는 중국 내 IT디바이스만해도 10억 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화웨이측의 분석이다.

화웨이는 기술 연구 및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300개 이상의 대학과 협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개발된 화웨이의 훙멍은 미국의 기술 봉쇄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체계를 완전히 벗어난 변형된 운영체제이라고 보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 언어부터 다른다. 훙멍 5는 화웨이가 독점 개발한 ‘ArkTS’이란 프로그램 언어로 만들어졌다.

앱 개발 역시 이 언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현재 훙멍 5 체계를 이용하기 위해서 많은 앱들은 기존 제작 언어를 화웨이의 언어로 번역해줘야만 하는 것이다.

이는 이전 버전의 훙멍 시스템들과 확연히 다른 것이다. 기존 훙멍 버전은 안드로이드 시스템과 호환성을 유지해 개발자가 비교적 쉽게 Android 애플리케이션을 훙멍 시스템용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새로 출시된 훙멍 5는 화웨이의 표현 그대로 ‘순혈’을 강조하고 있다. 개방과 호환을 강조한 안드로이드 체계에서 벗어나 폐쇄적인 전략을 채택하는 애플의 iOS 시스템 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훙멍 5 시스템에 앱을 탑재하려면 화웨이 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유료 APP 개발자에게도 일정 비용이 수수료로 청구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이 같은 전략이 애플처럼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분수령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아예 시장을 개척한 애플은 폐쇄적 방식을 택하고 후발 주자인 안드로이드가 개방을 추구하게 된 것은 시장 개척에서 발생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즉 폐쇄형일수록 애플처럼 애호가들이 많아야 하는 데 후발 주자들이 애플과 같은 극단적 애호 소비자들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시스템의 선택 역시 이 같은 점에서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훙멍은 현재 중국 시장 점유율이 17%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사용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에서 이용되고 있는 앱을 다시 훙멍 5 시스템 용으로 제작하도록 할 동기가 약하다는 의미다.

현재 글로벌 대부분 앱 개발자들은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에 익숙해져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만 반도체 전문가인 대만 남부 과학기술대학교 조교수 주위에중은 “화웨이의 훙멍 5가 안드로이드 소스를 완전히 벗어난 것은 분명 기술적 진보”라면서도 “시스템이 생태계라는 생존의 공간을 만들어 낼 정도로 소비자를 확보할지 여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주 교수는 “현재 1만5,000개의 앱은 200만 개의 앱을 자랑하고 있는 안드로이드나 iOS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또한 화웨이 언어로 기존 앱을 번역하도록 할 수 있는 회사 수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훙멍 5’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는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훙멍 5가 글로벌 시장에 공식적으로 도입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훙멍 5 시스템은 화웨이의 ‘메이트60’ 스마트폰 사용자에게만 테스트를 한 정도다.

본격적인 훙멍 5 시스템을 기본 탑재하는 화웨이의 ‘메이트70’ 모델은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상태다.

다만 이 번 화웨이는 미국의 기술 제재에 맞서 독자적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중국 당국의 절대적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점에는 거의 모든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베이징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회의에서 반도체 등 기술 연구개발을 늘려 “인류의 생명선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