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교훈은 실패에 있다. 성공은 항상 특수한 상황에서 특수한 조건이 맞춰져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남이 성공했다고 해서 내가 한다고 성공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실패는 다르다. 남의 실패는 항상 나의 실패가 된다. 남의 실패를 피하면 성공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실패의 요인이 되풀이 되면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한자로 그 것을 흔히 필망(必亡)이라고 한다. 현대 한자로 사정(死定)이라고 한다. 앞의 한자는 반드시 죽고, 뒤에 한자는 죽도록 결정돼 있다는 말이다. 필망은 시간이 지나도 필망이다. 100년 전의 실패 요인은 대부분의 경우 요즘도 실패의 요인이다. 그것이 인문적 요인인 경우 특히 더 그렇다. 기술적 발전이나 시대의 변화 속에 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전국시대 진나라의 책사 장의(張儀)은 이런 점에서 중국 역대 최고의 책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많은 책을 남기지 않았지만, 독특한 지혜와 행실로 유명하다. 장의와 친구 소진을 가르친 스승 귀곡선생은 두 책사 덕에 역사 속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도 지금까지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장의의 행적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조선 왕조 탓이다. 책사는 자국의 이익을
진실은 신뢰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만고의 진리지만 많은 이들은 진실이 신뢰를 담보한다고 착각을 한다. 내가 진실을 이야기하면 믿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많은 경우 그 믿음은 착각이다. 거짓이 더 신뢰를 얻는 경우가 많다. 가장 단순한 거짓으로 누군가의 진실을 거짓이라 여겨지게 하는 건 중국 고래로 가장 흔히 쓰이는 계략이다. 전국지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서주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창타라는 인물이 망명을 시도했다. 서주와 앙숙인 동주로 가고 있었다. 서주의 주요한 정보가 노출될 판이었다. 창타가 망명길에 올랐다는 소식에 동주 황제는 크게 기뻐했고, 서주 황제는 크게 노했다. 급해진 서주 황제가 대신들을 소집했다. “아니 창타라는 놈이 우리 주요 정보를 동주에 넘겨줄 모양이요. 어쩌면 좋겠소?” 대신들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를 했다. 풍저라는 책사가 서주 황제에게 말했다. "제가 능히 그자를 죽여 버릴 수 있습니다." 서주 황제가 기뻐서 말했다. “오 그럼 내가 크게 포상을 하겠오. 어서 계책을 시행하도록 하오.” 풍저가 말했다. “그럼 제게 먼저 금 30근과 친필 편지를 하나 써주시면 됩니다.” 서주 황제가 기꺼이 금 30근과 친필의
중국의 지혜는 대화법에 있다. 직설적이지 않으면서 상대방 입장에서 설명해 상대방이 수긍하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전국시대 유세가들의 대화법이기도 하다. 전국책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있다. 유세객의 전형적인 설득 방식을 보여주면서, 실제 멈출 때는 아는 게 얼마나 현명한 것인지도 보여준다. 전국시대 유명한 책사인 소려(蘇厲)가 주나라 황제에게 알려준 계책이다. 당시 상황은 진나라 명장 백기(白起)가 한과 위 두 나라를 패퇴시키고 양나라를 공격하던 때였다. 양나라는 주나라와 순망치한의 관계였다. 소려는 먼저 주 황제에게 백기의 양나라 공격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을 한다. "한, 위 두 나라를 패배시키고 위나라 장수 서무를 죽인 명장이 바로 백기 장군입니다. 그는 용병술이 뛰어난데다가 천운마저 타고 났습니다. 그런 백기가 지금 양나라를 공격한다는데 이 양나라도 틀림없이 함락당할 것입니다. 양나라가 깨어지면 주나라가 위험해집니다." 자신의 나라가 위험해진다고 하니 황제도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소?" 소려가 답했다. "당연히 백기의 공격을 막아야 합니다. 백기에게 한 가지 고사를 이야기 해주면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명나라를 치려하니 길을 빌려달라" 1592년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의 선조에게 '정명가도(征明假道)'의 글귀가 담긴 편지를 보낸다. 선조는 이 편지를 선전포고로 봤다. 하지만 조선은 "뭐 이런 게 다 있어"하며 무시했다. 앞서 수많은 경고, 특히 이율곡의 10만 양병설도 불필요한 것으로 일축했던 조선의 사대부들이었다. 본래 무능은 무지에서 나오는 법이다. 결국 조선은 일본의 침략에 무너졌다. 왕은 북쪽 변방 의주까지 도망가야 했다. "A를 하려고 하니 B를 달라" 일본 요구의 구조다.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갑질 요구다. 황당하지만 거절하기 힘들다. 갑질을 하는 이들은 자신이 갑인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시를 하면 임진왜란처럼 그 대가가 크다. 이 때 필요한 게 계략이다. 계략은 궁극의 도다. 중국 전국시대, 강대국이 이웃 약소국을 괴롭히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일본이 조선에 했던 '가도(假道)의 요구'도 흔하게 있었다. 한번은 진나라가 한나라를 치겠다고 주나라(동주)에게 길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 주나라는 길을 빌려주면 한나라에게 미움을 살 것이요. 거절하면 진나라에게 미움을 받을까 두려웠다. 대책회의를 했다. 이 때 한 대신이 말
전국시대(BC 770 ~ BC 476) 진나라가 주나라에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구정(九鼎)을 내놓으시오." 이때의 주나라는 흔히 동주다. 앞서 BC 1046년 상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한 주왕실과 구분하기 위한 이름이다. 그랬다. 주나라는 불과 400년 전만해도 천자, 하늘의 아들이 다스리는 나라였다. 천하를 통일한 주 왕실은 이후 봉건제도를 실시해 천하 각지를 제후들에게 나눠 다스리도록 했다. 천하의 제후들은 자신의 영토를 열심히 다스려 막대한 부를 이루고, 병사를 키웠다. 하지만 정작 왕실의 힘이 쇠락했다. BC 771년 견융에 쫓겨 당시 수도였던 호경(鎬京, 현재의 산시성 시안 부근)을 잃고 낙읍(洛邑, 현재의 뤄양)을 새로운 수도로 삼았다. 바로 동주의 시작이었다. 전국시대는 춘추시대에 이어진다. 춘추는 동주의 시작부터 중원의 패주였던 진나라가 3명의 실권자인 한씨, 조씨, 위씨 등에 의해 나눠진 BC 403년부터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BC 221년까지다. 구정은 중국 하나라의 우왕이 전국 9개 주에서 쇠붙이를 거둬 만들었다는 솥이다. 훗날 주나라까지 전해져 천자의 권위를 상징하는 물건이 됐다. 진나라가 동주에 가서 그런 구정을 달라고 하니
계략은 궁극의 도다. 어려움에 처해야 나온다. 중국에서 계략이 가장 많이 난무했던 게 바로 춘추전국시대다. 온갖 사상과 계략이 난무했다. 그 속에 삶을 향한, 성공을 향한 절실함이 묻어 있다. 인간의 모든 욕망이 탁자에 올리어져 하나의 계략으로 완성됐다. 전국시대 주나라가 서주와 동주로 나뉘었다. 둘은 서로 정통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다. 한번은 동주가 벼농사를 지으려 하자 상류 쪽의 서주가 물길을 끊어 버렸다. 동주는 걱정스러웠다. 당시 동주에 있던 책략가인 소자가 동주 황제에게 말했다. “제가 가서 물을 내려보내 주도록 청하겠습니다.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만 해 드리면 됩니까?” 동주 황제를 그렇게만 해주면 큰 상을 주겠다고 했다. 소자는 바로 서주에 갔다. 그리고 서주 황제에게 말했다. “폐하, 모책이 잘못되었군요! 물을 끊은 것은 동주를 벌하시고 싶은 것이겠지만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물을 끊어 버렸기 때문에 동주는 부유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동주 사람들은 모두 보리만 심고 다른 작물은 아예 심지도 않습니다.” 보리는 논농사와 달리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소자는 서주 황제에게 동주 백성들이 물길이 끊기자 벼농사를 포기하고
"人即专一(인지전일),勇者不得独进(용자부득독진),怯者不得独退(검자부득독퇴), 众之法也(중지법야)." "모두 하나처럼 움직여야 한다. 용감하다고 먼저 나서지 않으며, 겁이 많다고 먼저 물러서지 않는다. 바로 무리를 움직이는 법칙이다." 손자병법 군정편에 나오는 말이다. 군대를 움직여 싸울 때 군대를 움직이는 법이다. 무릇 무리를 움직여 하는 모든 일이 다 비슷하다. 회사 일도 마찬가지다. 똑똑하다고 공을 탐내 혼자 나서 일을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반면 일하지 않고 일하는 무리에 편승하도록 그냥 둬서도 안 된다. 둘은 모두 조직에 해가 된다. 전자는 조직의 신뢰를 깨고, 후자는 조직의 활력을 저해한다. 조직은 언제나 하나처럼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조직을 만드는 것을 손자는 규율로 봤다. 규율을 지키는 조직은 열도 하나처럼 움직이고, 백도 하나처럼 움직인다. 그렇게 될 때 조직은 목표를 세울 수 있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으며, 끝내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목표를 세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조직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것은 규율이 없으면 불가능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조직이 목표를 달성해내는 것도 불가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는 고래로 동양에서 집안을 일으키고, 나라를 일으킨 이들이 가장 되새긴 명언이다. 반면 ‘조장’(助長)은 마음이 급한 이가 벼가 빨리 자라도록 위에서 잡아당겨 돕는다는 의미로, 무리해 서두르면 결국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해 벼를 죽인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다. 동양의 사업가들이 가장 경계하는 말이다. 본래 진리는 쉽고 단순하다. 뭐 이런 게 지혜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단순한 것을 실천할 때 그 끝에 성공이 있다. 성공은 지난한 실천의 결과일 뿐이다. 사업의 성공이라고 다르지 않다. 중국의 호설암의 고사가 있다. 호설암은 중국 청나라 말기 대상인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전장 점원에서, 음식점 점원에서 큰 기업가가 됐다. 중국 상인들 가운데 청나라 정식 관직을 얻었다. 홍정상인이라고 칭했다. 중국 문호 루쉰도 그를 높게 평가했다. 강남 쌀 거래를 독점하고, 중국 전역에서 전장을 연 근대 중국 금융업의 시조다. 당시만 해도 무역을 하기 위해 상인들을 금덩이를 수많은 경비원을 동원해 들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호설암이 세운 전장을 통해 강남에 금덩이를 맡기고 증명서만 들고 가면 강북에서 금을 찾을 수 있었다. 중국 면화산업을 독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