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략은 궁극의 도다. 어려움에 처해야 나온다. 중국에서 계략이 가장 많이 난무했던 게 바로 춘추전국시대다.
온갖 사상과 계략이 난무했다. 그 속에 삶을 향한, 성공을 향한 절실함이 묻어 있다.
인간의 모든 욕망이 탁자에 올리어져 하나의 계략으로 완성됐다.
전국시대 주나라가 서주와 동주로 나뉘었다. 둘은 서로 정통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다.
한번은 동주가 벼농사를 지으려 하자 상류 쪽의 서주가 물길을 끊어 버렸다. 동주는 걱정스러웠다.
당시 동주에 있던 책략가인 소자가 동주 황제에게 말했다.
“제가 가서 물을 내려보내 주도록 청하겠습니다.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만 해 드리면 됩니까?”
동주 황제를 그렇게만 해주면 큰 상을 주겠다고 했다.
소자는 바로 서주에 갔다. 그리고 서주 황제에게 말했다.
“폐하, 모책이 잘못되었군요! 물을 끊은 것은 동주를 벌하시고 싶은 것이겠지만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물을 끊어 버렸기 때문에 동주는 부유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동주 사람들은 모두 보리만 심고 다른 작물은 아예 심지도 않습니다.”
보리는 논농사와 달리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소자는 서주 황제에게 동주 백성들이 물길이 끊기자 벼농사를 포기하고 보리농사를 해 풍년을 맞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소자가 계속 말했다.
“황제께서 정말로 해코지를 하고 싶다면 지금 곧 물을 내려보시면 됩니다. 그럼 이미 심은 보리가 모두 물에 잠겨 병들게 됩니다. 물이 풍부해지면 동주 사람들은 다시 벼농사를 지을 것입니다. 그 때 다시 물을 끊으시면 동주의 경제는 황제 폐하의 손아귀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한참을 듣던 서주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자의 말이 그럴 듯했기 때문이다. 황제가 마침내 답했다. “좋소. 그대 말대로 합시다.” 서주 황제는 그리고 물길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좋은 계략을 준 소자에게 큰 상을 내렸다.
소자는 동주에 가 다시 동주의 황제를 알현했다. 그리고 자신이 잘 말해 서주 황제가 물길을 열었다고 했다. 당연히 다시 물길을 다시 막을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소자는 이렇게 해서 두 나라의 사례금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었다.
동주와 서주 싸움에서 이긴 것은 결국 소자다. 오직 소자만이 물길 싸움에서 이득을 얻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