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것은 실물이다.
돈은 사실 허상이다. 사회적 약속이다. 진정한 재물은 돈이 아니라, 실물이다. 밥이요, 그 밥을 먹는 밥상이며, 의자가 재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돈만 본다. 돈이면 밥도 사고, 밥상도, 의자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것은 제도적 보장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다. 제도적 보장이 없다면 지폐는 종이에 불과하고, 동전은 구리 등 광물 조각에 불과한 것이다. 옛날 중국에 한 자리고비 노인이 살았다. 어느 날 비가 쏟아지는 여름에 노인이 개울을 건너다 그만 동전 하나를 빠뜨리고 말았다. 놀란 노인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얼른 개울물로 들어가 동전을 건지려 했다. 하지만 아뿔싸 그 순간 산 위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이 쏟아져 내려왔다. 동전을 집으려던 노인은 그만 개울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말았다. 이틀 뒤 노인은 싸늘한 주검이 돼 발견됐다. 떠내려가다 나무 가지에 끼인 채 개울물이 빠지자 다시 떠오른 것이다. 차가운 손엔 그가 떨어뜨렸던 동전 하나가 꼭 쥐인 채였다. 사람들이 혀 끝을 차며 말했다. “아 이 양반, 정말 재물은 목숨처럼 아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