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결혼 절차를 간소화하고, 이혼할 때 일정 기간 생각할 시간을 주는 ‘이혼냉각기’를 제도화하는 등 결혼 등록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003년 조례 실시 후 21년 만의 개정이다.
줄어드는 혼인율을 높이고, 높아지는 이혼율을 낮춰서 떨어지는 출산율을 개선해 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도한 결과보다, 가정폭력 등으로 이혼하는 경우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3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 민정 부는 공식 홈페이지에 '결혼 등록 조례' 초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오는 9월 11일이 의견 청취 마감일이다. 이번 법 개정은 지난 2003년 규정이 시행된 이후 첫 개정이다.
‘결혼 등록 규정’ 개정 초안에 따르면 기존 결혼 등록 시 필요했던 호적부 제공 요건이 삭제된다. 또 '이혼 취소 기간' 조항을 추가했다. 결혼 등록기관이 이혼신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배우자가 후회하고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 이혼 신청을 일방적으로 취하가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 기간 내 취소 신청을 하면 행정 기관에서는 즉시 이혼 절차를 종료하게 된다. 또 이혼 시에는 자녀 양육비, 재산분할, 채무처리 등의 사항에 대해 부부가 합의해야 이혼이 인정된다. 즉 한쪽의 반대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이혼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결혼은 쉽게 하고, 이혼은 어렵게 하는 게 이번 개정안의 특징이다.
초안이 공개되자, 당장 중국 청년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관련 주제는 한때 웨이보에서 인기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결혼 감소와 출산율 감소, 이혼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 분석하면서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26세 중국 한 여성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결혼 시 호적부 제출 절차를 없앤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렇지만 절차가 쉬워졌다고 여러 가지 경제문제를 야기하는 결혼 자체가 쉬워진 것은 아니라”라고 잘라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조례 개정이 더 많은 결혼 쌍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오히려 현실의 젊은 층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중국 여성인권 운동가 생리 씨와 인터뷰를 통해 “엄격한 코로나19 봉쇄가 해제된 후 젊은이들은 정치에 대해 절망감을 느꼈고 중국에서 다음 세대를 키우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리는 이번 조례 개정으로 결혼이 쉬워지면서 젊은이들의 충동적 결혼을 야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인권 변호사들은 '이혼 냉각기간’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했다. 가정폭력의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중국의 한 인권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여성은 결혼에서 약자”라며 “가정폭력 피해자는 냉각기간으로 인해 제때 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거나, 실수로 배우자를 화나게 하여 냉각기간 동안 파트너가 더욱 공격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혼 냉각기 제도 도입에 냉소 찬 젊은이들의 반응이 쏟아지자, 중국 민정부터 관련 관계자는 관영 매체를 통해 “이 규정이 국내에서 충동적이고 성급한 이혼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인권변호사 그룹 소속 변호사는 이에 대해 “가정 폭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이혼 소송이 제기된다. 참다가 결국 이혼하는 게 가정폭력에 따른 이혼이다”라며 “가정폭력은 남 됐을 때 더 보호받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