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 재정위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세수 분배 구조의 불균형에 최근 이 불균형을 메워주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중국 지방정부 재정 위기를 최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ING 은행의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쑹린은 “과거에는 지방 정부 재정 수입이 토지 이전에 크게 의존했지만, 부동산 산업의 침체로 인해 이 하나의 수입원이 크게 말라버렸다”고 말했다.
실제 2024년 상반기 토지양도수입은 15조3000억 위안으로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55.7% 감소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말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Moody's가 제시한 주된 이유는 지역 부채가 너무 높아서 중국 정부의 경제 부양 능력이 감소하고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인 침체가 중기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탓이다.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는 지방정부 토지 매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토지 수입 외에도 쑹린은 올 세수가 작년보다 약간 좋아 보이지만 기업 수익성 감소와 소득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급여 삭감 및 급여 동결로 인해 재정 수지가 당장 크게 좋아지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중국의 고질병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세수 불균형 문제가 갈수록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초 중국의 재정 및 조세 제도 하에서 지방의 중앙세 납부 의향은 매우 낮았다. 지난 1992년에는 중앙 재정 적자가 1000억 위안에 이르렀고 심지어 국가 기관이 납부할 돈이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당시 부총리 주룽지(朱隆基)가 나서 세금 유형과 비율에 따라 지방정부와 세금분담 개혁을 단행했다.
그 후 30년이 지나면서 지방 재정은 쪼그라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 사무를 통합하는 일만 하는데 세수의 50%를 가지고, 지방정부는 국가가 하는 모든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세수는 절반만 받는 불균형이 고착화 된 것이다.
무디스 분석(Moody's Analytics)의 경제학자 해리 머피 크루즈(Harry Murphy Cruise)는 BBC 중국어 서비스와 인터뷰에서 “이로 인해 많은 지방 정부가 현재 필요한 경기 대응적 지원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며 “심지어 장기적인 재정적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문마저 갖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조세 개편에 나설 것이라 약속을 했다.
머피 크루즈는 최근 끝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의 긍정적인 결과 중 하나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라고 언급했다.
정책입안자들은 지방정부의 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하기 위해 중앙정부 지출을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아울러 지방정부 재원을 확충하고 조세징수 범위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중국 재무부는 3차 전체회의 이후 “소비세 징수를 다시 되돌리고 꾸준히 지방정부로 분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세는 중국의 4대 세금 중 하나다. 제조업체가 지방 세무 당국에 납부한다. 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소비세는 1조 6100억 위안으로 세입의 약 8.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의 보고서는 소비세 징수 링크를 분산화할 경우 국민 건강을 해치는 제품, 에너지 소비가 많고 오염도가 높은 산업, 일부 사치품의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 소비세의 목적이라고 언급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세수 증대를 위해 담배·주류 산업, 명품 산업, 고공해·고에너지 소비 산업 등의 발전을 장려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게 우려되기도 한다.
문제는 세재 개편이 문제가 아니라, 세원 확보를 통한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든 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간단한 옵션은 세금을 인상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도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중앙 정부가 세금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 당국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감세 정책을 펼쳐왔다. 지난 2018년 중국의 재정 수입이 GDP의 28~29%를 차지했다. 이듬해인 2019년부터 중국은 2023년까지 대규모 세금 및 수수료 인하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고 GDP 재정비중은 26%까지 줄어든다.
이는 중국과 비슷한 소득 국가의 30% 내외의 비율보다 낮고, 선진국의 35% 이상 비율에는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치로 볼 때 중국 중앙정부는 GDP에서 재정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부동산세는 지방세로서 가장 적합한 세금 유형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 경제 성장 추세다. 중국 경제는 올 2분기 경기 둔화로 인해 연간 5% 성장률을 유지할 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세금을 올려 기업들을 압박할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