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열전시대’다.
열전(熱戰)
냉전(冷戰)의 상대가 열전이다. 냉전이 총성없는 전쟁이라면, 열전은 총성과 포성이 오가는 전쟁이다.
말 그대로 총구가 뜨거운 게 열전이다.
지구촌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 실제 포성이 오가고, 미사일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총성과 포성이 끝나는 곳에는 피가 흐른다.
군인의 피도 있지만, 민간인들의 피가 이 땅을 적신다.
사실 역사는 냉전과 열전의 굴레를 오가는 바퀴다. 열전과 냉전 사이에 평화는 언제나 짧았고, 잠시의 평화가 끝나면 언제나 열전이 찾아왔다.
지구촌은 이제 열전의 시대 문턱을 넘어섰다. 열전의 시대에 들어선지 만 2년이 지났다.
과연 이 열전시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구촌은 이미 두 번 세계 각국이 서로 편을 나눠 전쟁을 벌인 극한 열전의 시대를 겪었다. 그리고 그 열전의 시대 끝에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냉전의 시대를 겪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과연 이 전철을 다시 밟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 확전과 냉전없이 평화로 가는 샛길을 발견할 것인가? 향후 몇 년 사이에 지구촌의 미래가 결정된다.
한국을 비롯한 모두가 지구촌의 운명을 가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정적인 카드를 지닌 나라가 전쟁에 참여중인 나라들이며, 이 나라들이 가장 눈치를 보는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이다.
묘한 게 ‘위기’라는 존재다. 열전의 암흑기에 접어든 지구촌이지만, 위기는 변화를 초래하고 변화는 몇몇 나라들에게는 기회가 된다.
일단 중국에게는 ‘열전’의 위기가 묘하게 작용하고 있다. 지구촌 평화시기 중국은 경제 재건에 몰두해 지구촌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체가 된다.
이를 두고 지구촌 사람들은 중국을 ‘G2’라 불렀다. 미국과 함께 지구촌 경제 리더라는 의미였다. 열전의 위기는 이 중국에게 경제체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중국의 태도가 지구촌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 세력에게는 이 같은 현실이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 서로 완전히 등을 돌리고도 살 수 있었던 구 소련과 달리, 중국은 지구촌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존재가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는 중국이라는 경제체가 없어지는 순간, 단순 계산만으로 지금보다 3분의 1토막이 줄어들 게 된다.
미국은 이 같은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글로벌 경제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세상 모두가 안다. 그 게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인지, 얼마나 달성하기 어려운 일인지.
하지만 중국의 성장을 두려워한 미국과 유럽은 최소한 중국의 발전을 억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가진 듯싶다.
미국과 서구의 억제에 대한 중국의 방어 전략은 사실 명확하다. 기본적으로 혼자서도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독립적인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더욱 좋은 것은 미국과 서방을 적대시하거나 경계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동 일부 국가들과 함께 공동으로 서구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응하는 ‘적색 자본주의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과연 미국과 중국은 극한의 열전시대를 피할 수 있는가? 피한다면 중국을 억제하는 미국의 전략적 승리일까? 미국에 대응하는 중국의 전략적 성공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과 그 시간 속에 한국을 비롯한 나머지 국가들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게 많은 국제 전략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