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되는 둘이다. 연인의 키스요,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어미의 입이다.
한자 합(合)의 이야기다.
쉽지만 어려운 이야기다. 하나와 하나가 더해져 다시 하나가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 속에 인간만이 쉽게 한다.
한자 합은 그런 합일(合一)의 깨우침을 담고 있다.
합은 아주 오래된 한자다.
한자 초기에 갑골문이 있다. 글자의 모양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의 크게 벌린 입이 아래 입을 감싸는 모양이다. 간단히 입과 입이 만나는 모습이다. 키스다. 키스는 인간사 남녀 간의 일이다.
남녀가 하나 되는 첫 순간이다.
셰익스피어는 키스를 '수줍어 붉어진 두 순례자의 입술'이라고 찬미했다.
'유쾌한 숨바꼭질'이라 표현한 작가도 있다.
클림트의 키스는 금빛 황홀경이고,
뭉크의 키스는 뭔가 불안하기만 하다.
샤갈의 키스는 꿈 속 키스이고,
피카소의 키스는 핑크빛 초현실주의다.
어떤 키스는 너무나 현실적이며 어떤 키스는 너무나 단순하기만 하다.
키스는 인간의 첫 생산의 시작이다.
키스로 하나 되고 그 하나는 다시 셋이 된다.
합이란 한자는 이 기묘한 인간만의 방정식 부호다.
일에 일을 더해 하나가 됐다가 다시 삼이 되는 인간사 덧셈, 시너지다.
가장 에로틱하며,
가장 숭고한
인간의 욕망이다.
그게 바로 우리가 만든 자본주의의 본질인지 모른다.
또 그 욕망에 빠져
욕망의 본질적 대상을 잊은 채
종이에 인쇄된 숫자만 쫓는
욕망 그 자체로만 남은
자본주의의 속성인지 모른다.
마치 한자의 합이
본래의 에로틱한
인간 본연의 뜻을 잊었듯
진정한 자본주의 경영의 속성은
그 욕망의 본질,
인간이 인간이어서 추구하는 그 욕망을
되찾으면서 발견되고 발현될 수 있을 지 모른다.
마치 우리가
한자 합의 본연의 뜻을 되찾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옛 보물을 찾아낸 듯
놀라고
신기해하며
감동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