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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시와 경제 30 - 칩4 반도체동맹과 비상선언

고래 싸움에 새우등 안 터지는 서희 장군의 이기는 협상

“80만 대군이 도착했다. 강변까지 나와 항복하지 않으면 섬멸하겠다!”

요(遼)의 소손녕은 993년, 고려를 침공한 뒤 항복을 강요했다. 위협을 느낀 고려 조정은 서경(평양) 이북을 떼어주고 화의하자는 의견에 기울었다. 서희는 “국토를 떼어준다는 것은 만세의 치욕이다. 적과 일전을 겨룬 뒤에 화친을 해도 늦지 않다”며 자신이 적진에 가서 담판하겠다고 나섰다.

서희는 소손녕과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여 요 군대의 철수와 압록강 동쪽 280여리의 영토를 받았다. 준 것은 고려가 요를 섬긴다는 명분뿐이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면전을 벌인다면 상대도 엄청난 손실을 입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당당한 협상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얻은 결과였다.

 

 

칩4동맹/ 如心 홍찬선

 

반도체가 위험에 빠졌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쌀로서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가 진퇴양난의 외통수에 걸렸다

 

바이든은 칩4동맹에 가입하라 하고

시진핑은 후환이 두렵지 않느냐며 으름장을 놓는다

한쪽은 원천기술로 목줄을 쥐고

한쪽은 시장이 전가의 보도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 머리가 하얘진다

 

서희 장군이 해법을 보여준다

너무 기죽지 말고 당당히 대응하라고

우리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협상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게 아니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이라고

 

하와이로 가는 여객기에 비상상황이 벌어진다. 세상에 앙심을 품은 사람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배양해 여객기 화장실에 살포한다. 승객과 기장은 물론 범인도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고, 승객과 승무원 모두 감염된다. 여객기는 공항에 착륙해 항체 치료를 시도하지만, 미국과 일본 당국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착륙을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한국으로 회항해 성남비행장에 착륙하려고 하지만, 이번엔 국민들의 반대 시위가 거세다. 이유는 마찬가지다.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감염자들이 착륙하면 바이러스 확산으로 사상자가 급증할 것이란 ‘너 죽고 나 살자’는 집단이기주의다. 8월3일에 개봉된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주연 송강호 이병헌) 얘기다.

사람은 부딪치는 모든 상황에서 선택해야 한다. <비상선언>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승객과 승무원은 착륙하지 않고 하늘에 머물기로 결정한다. 연료가 떨어지면 추락해서 죽거나, 그 전에 치료받지 못해 사망할 것이 분명하지만, 자신들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사랑하는 아들 딸과 가족들이 감염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살신성인이다. 다행히 경찰인 구인호 팀장(송강호 분)의 목숨 건 결단으로 항체 치료 효과를 확인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무사히 착륙했다. 구 팀장은 바이러스 후유증으로 말도 제대로 못하는 등 불편함을 겪고 있지만….

 

 

비상선언/ 如心 홍찬선

 

마음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

예상하지 못한 비상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려면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한다

순간, 순간 마주치는 위험에서

커다란 피해 없이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어차피 인생은 선택

좋은 선택은 나은 삶이 되고

나쁘게 고르면 거친 인생이 되니

 

나를 버려야 한다

나에게 집착하면 모두 죽으니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도 살려면…

 

 

고래들이 싸움을 한다. 덩치 큰 놈들이 자기가 왕이 되어 바다를 지배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따르지 않는 놈과 죽기 살기로 싸운다. 실력이 엇비슷하니 싸움은 오래 가고, 싸우는 고래들은 적지 않은 상처도 입는다. 서로 영역을 정해놓고, 여기선 내가 왕이고 저기선 네가 왕이라고 하면 싸우지 않고도 살 수 있을텐데, 모든 곳에서 왕이 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운다. 그놈의 자존심이 무엇인지….

고래들이 싸우면 바다는 초비상이다. 싸움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이다. 싸움터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물고기들은 상처를 입고, 심한 경우에는 죽기까지 한다. 어느 고래가 이기느냐에 따라 각자의 삶이 달라지기 때문에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유리할 것 같은 고래 편에 줄서기를 할 수밖에 없다. 약하디 약한 새우들은 모조리 등이 터져 성한 놈이 드물다.

미국과 중국이 21세기 패권을 놓고 싸우고 있다. 바이든이 꺼낸 카드가 칩4동맹이다. 원천기술과 생산기술을 묶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의 최대 시장인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 칩4에 가입하지 말라고 유형, 무형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양국에 끼인 한국은 등 터지는 새우 꼴이다.

서희 장군의 담력과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문제를 어려운 문제로만 보면 풀 수 없다. 반드시 해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절실하게 찾으려고 노력하면 틀림없이 돌파구가 열린다. 모두가 벽이라고 포기할 때 담쟁이는 느릿느릿 벽을 타고 넘는 것처럼. 한쪽으로 치우치는 쉬운 방법은 절대로 쉬운 게 아니다. 쉬운 길에 함정이 있고, 어려운 길 너머에 꽃밭이 있다.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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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박물관, 중국 고대 슈(蜀)문명 유물 전시회 5월 20일까지 개최
누가 이 아름다운 황금 가면을 썼을까? 여성일까? 남성일까? 화려한 황금 문화로 세계를 놀래킨 싼싱두이·진샤 고대 슈문명의 유물들이 전시된다. 한국에는 이미 삼성퇴(싼싱두이) 유물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 상하이박물관이 '중국의 별: 싼싱두이·진샤 고대 슈문명전(星耀中国: 三星堆·金沙古蜀文明展)'을 5월 20일까지 선보인다. 싼싱두이(三星堆)는 쓰촨성 광한(广汉) 인근에서 발굴된 고대 청동기 유적으로 황허문명과는 다른 독자적인 문명의 발자취로 잘 알려져 있다. 1929년 최초 발견한 이후 총 8개의 갱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일부만 발굴이 진행됐으며 청동기, 황금 가면 등 1만30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진샤(金沙)는 쓰촨성 성도 청두(成都) 외곽에서 발굴된 유적으로 BC 12세기부터 7세기까지 양쯔강 상류 일대에서 번성했던 고대 슈(蜀) 문명의 중심지이다. 상하이박물관 동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중국 문화 유물 및 고고학 전시회 시리즈'의 세 번째 전시회로 상하이박물관과 쓰촨성 문화유물 및 고고학 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광한시에 있는 싼싱두이박물관과 청두에 있는 진샤유적지박물관이 소장한 총 363점의 유물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