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만 자라다오.” 이 문장에는 아역배우들이 그대로 사랑스럽게 자라나길 바라는 대중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아역 출신 스타들이 어린 시절의 귀여운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거나 ‘아역’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중의 바람대로 ‘잘 자란’ 아역 출신 스타에는 누가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김유정이다. 김유정은 2003년 5세의 나이에 제과 CF로 데뷔했다. 이후 2006년 8월 개봉한 영화 <각설탕>에서 임수정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면서 귀엽고 똘똘한 눈매로 사랑받기 시작했다.
아직 스물이 채 안 된 김유정의 포트폴리오는 화려하다. <뉴하트>, <동이>, <해를 품은 달>, <해운대>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최근 작품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화려한 성인식을 치루었다. 주연으로써 극을 끌고 갈 힘이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 작품으로 ‘2016년 KBS 연기대상’에서 중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유정이 데뷔 이래로 쭉 성공가도를 달려왔다면 남지현에게는 정체기가 있었다. 아역 시절 이미지와 동안 외모로 인해 성인 연기자로 자리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남지현이 주목받게 된 것은 <선덕여왕>이다. 선덕여왕의 어린 시절인 ‘덕만’ 역을 맡아 호기심 많고 털털한 매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덕만’의 강렬한 이미지는 이후 남지현의 커리어에 벽이 되었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선덕여왕>의 ‘덕만’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그녀는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로 성인 연기자로서 인정받게 됐다. 극중 살인 누명을 쓰게 된 은봉희 역을 맡아 진지함과 코믹을 넘나드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것이다. 상대역 지창욱과의 호흡도 뛰어나 호평을 받았다.
이현우도 ‘아역’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현우는 2004년에 데뷔해 어느덧 14년차 연기자가 되었다. 그는 <태왕사신기>, <대왕세종>, <선덕여왕> 등 아역 배우 시절 출연하는 작품마다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출연했던 작품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현우는 조급해 하지 않았다. 묵묵히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했다. 그 노력은 결국 최근 작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에서 빛났다. 상대 캐릭터에 따라 결을 달리할 줄 아는 유연함과 노련함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소림 역을 맡은 조이와는 청량감 가득한 로맨스로, 아버지 인우 역을 맡은 최민수와는 끈끈한 부자의 호흡으로, 같은 밴드 멤버들과는 서로 힘이 되어주는 브로맨스로 시청자들을 만족시켰다. ‘원톱’으로 손색 없는 배우가 된 것이다.
“정말 잘했다.”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속 대사이다. 이는 선배 배우 최민수가 후배들에게 건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부터 연예계라는 정글 속에서 자신을 갈고 닦아 주연으로 우뚝 선 아역 출신 스타들, 참 잘 자랐다.
글 = 이동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