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직장인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20년 만에 최장 기록을 세웠다.
'만만디'(천천히)의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빠르게 '콰이콰이'(빨리빨리)로 바뀌더니, 이제는 가장 열심히 일한다는 한국인의 지위마저 넘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처럼 노동환경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2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4월 중국 노동자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48.8시간으로 2003년 주당 노동시간을 집계한 이래 가장 길었다.
이는 하루 8시간씩 주5일 근무(40시간)를 보장한 노동계약법 규정보다 8.8시간이나 많은 것이다. 주 5일 근무제의 경우 하루 9.76시간을 일해야 한다.
2003년 45.4시간이었던 중국의 주당 노동시간은 2005년 47.8시간까지 늘었다가 주간 최대 44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 노동계약법이 시행된 2008년 일시적으로 44.6시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기업들이 변칙적으로 초과 근무를 강요하면서 다시 늘기 시작해 지난해 47.9시간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48시간을 돌파했다. 주당 노동시간은 가장 짧았던 2008년과 비교해서는 9.4% 길어진 것이다.
특히 중국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출근하는 것을 의미하는 '996 근무제' 관행으로 과로사가 빈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작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996 근무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노동시간의 증가는 휴식시간의 감소로 이어지며, 시간당 사회 효율성 저하의 원인이 된다. 노동자들의 근로의욕 저하를 유발하고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사회적으로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장의 총 생산량을 늘리면서 많은 회사들이 노동시간 장기화의 유혹을 피하지 못하는 듯 싶다. 불확실한 사회 혁신의 시도보다는 단순한 노동시간 연장이 안전한 생산량 증가 수단이라 여기는 탓이다.
중국 당국의 정책 기조인 '공동부유'가 삶의 만족을 포기해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인민을 행복하게 한다는 진정한 의미의 '공동부유'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