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강희제는 청나라 발전의 기초를 다진 황제다. 루이 14는 프랑스에서 '태양 왕'이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로 유명한 지도자였다.
그런 두 사람이 그 옛날 이미 서로의 존재를 알고 편지를 나눴다면?
실제 루이 14세는 강희제에게 "학식을 사랑해 서양 학문에 능통한 이들을 곁에 두고 싶어 하신다는 걸 들었다"며 "그래서 6명의 학자를 파견한다"고 편지를 보냈다.
'자금성과 베르사유 궁전: 17세기와 18세기 중국-프랑스 교류(紫禁城与凡尔赛宫: 17, 18世纪的中法交往)' 전시회가 6월 30일까지 중국 베이징 고궁박물원(자금성)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회는 중국과 프랑스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베르사유궁전과 고궁박물원에서 엄선한 200여 점의 도자기, 그림, 서적, 기타 문화유물을 통해 관객은 중국과 프랑스 궁정이 긴밀한 교류를 하던 17, 18세기로 시공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전시의 중국 큐레이터이자 고궁박물원 고궁역사부 연구원인 궈푸샹(郭福祥)은 "수천 마일 떨어져 있는, 완전히 다른 두 문명인 중국 황제와 프랑스 왕이 시대를 공유하며 교류했다는 것은 경이로운 실제 역사"라고 밝혔다.
루이 14세 집권기 프랑스 궁정은 중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양국 간 외교 증진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으며 과학, 예술 차원의 교류를 지속했다. 그의 영향으로 프랑스는 왕실에서부터 정치, 지식 엘리트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중국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프랑스 사상과 예술 창작 역시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18세기 말까지 지속된 '중국풍'의 물결을 일으켰다.
청나라 강희제는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프랑스에서 선물한 것은 주로 시계와 각종 과학기기였다. 프랑스 선교사들이 가져온 과학기술에 큰 관심을 갖고 선교사들을 궁중 과학 교사로 임명했다. 이를 통해 측지 지도 제작을 주재하고 서양 의학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강희제의 뒤를 이은 옹정제, 건륭제 시대에도 중국과 프랑스 사이의 교류가 빈번했다. 프랑스의 뛰어난 장인 정신을 대표하는 도자기, 유리 제품, 태피스트리 등이 중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선 실크로드의 동쪽과 서쪽 끝에서 당시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대국이 어떻게 서로 이해하고 소통했는지, 중국과 서양의 과학기술, 경제, 문화, 패션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336년 전 루이 14세가 청나라 강희제에게 쓴 편지를 볼 수 있다. 또 전시의 첫 번째 섹션인 '용과 백합의 만남'은 1688년 이후 중국과 프랑스의 문화 교류의 역사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