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역시 가만이 있지 않았다.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올림픽 폐막과 함께 중국 선수단에 보내는 축하서한에서 “중국 선수들이 ‘도덕적 금메달’, ‘깨끗한 금메달’을 땄다”고 노골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다. 중국 수영선수들의 약물복용 문제는 없으며, 미국 선수들의 약물 복용의혹을 부추기는 의미가 크다.
이에 뉴욕주 정치 평론가 탕징위안(Tang Jingyuan)은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수영 선수들이 TV 카메라 앞에서 '보라색 사람'으로 변한 것은 명백히 인위적인 색상 조정의 결과”라고 직설적으로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가 방송하는 동안 성조기의 흰색 부분도 중국 관영 매체의 카메라 앞에서는 보라색으로 변했지만, 다른 나라의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는 미국 선수들이 평범해 보였고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탕징위안은 이번 올림픽의 여론전은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의 부상이라는 인식을 중국 국민들과 글로벌 사회에 심어주려는 ‘인지전’의 한 가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림픽의 초점을 중국과 미국 간의 제도적 분쟁으로 옮기고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는 개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온라인에 미국, 서구사람들에 대한 각종 비하가 난무해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웨이보 네티즌들은 '자주색 고구마 사람', '흰 피부 사람', 심지어 '흰 피부 돼지' 등 저속한 단어를 사용하여 서양 선수들을 모욕하는 것을 방조, 사실상 허용했다. 중국 당국은 각종 이유를 들어 온라인의 검색어 이용을 제한해왔지만 이번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중국 당국이 서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하며, 이에 맞서는 공산당의 독재 지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고 탕징위안은 분석했다. 그는 (중국 네티즌들은) “매일 이러한 뉴스와 허위 정보에 세뇌되면서 미국은 물론 서구 전체에 대한 증오, 증오, 거부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궁극적인 목표는 통치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의 미국 선수들의 약물복용 혐의 제기는 그 스타일이 코로나 발병 때 보여준 것과 거의 일치한다고 탕징위안은 봤다.
그는 “올림픽 초기 중국 선수들의 약물복용 추문이 알려지자, 중국 당국은 바로 ‘미국 선수들 약물 복용 의혹’을 제지하는 것으로 반격했다. 이는 코로나 초기 우한연구소가 발병지로 지목되자,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의 해외 주둔 군인들이 병균을 퍼뜨렸다고 비난한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탕징위안은 “전 세계가 그것이 가짜 뉴스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중국인만이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파리올림픽은 코로나로 세계 인적 교류가 제한을 받은 뒤 처음 열리는 국제 축제다. 국제적 관심이 높지만 그만큼 미중 갈등에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진영의 심화되는 대결, '신냉전' 분위기가 파리올림픽에는 농후했다.
이번 파리올리픽에서 중국 선수단은 국제 미디어와 취재를 거부했다. 오직 중국 관영매체와의 인터뷰에 응했을 뿐이다. 중국은 과거 동독이 올림픽의 수많은 금메달에도 불구하고 결국, 체제 붕괴로 이어지는 운명을 맞이했다는 점이 중국 당국에게는 외부 세계와 접촉을 철저한 관리의 필요성을 인지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대만 싱크탱크의 동쓰치 부회장은 “미국과 중국은 기술, 경제 등 분야에서 경쟁하는 것 외에도 스포츠 분야의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국가 정서적 측면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동쓰치는 중국 관리들이 소위 ‘국뽕’ 네티즌들의 활동을 즐거운 마음으로 놔두고 바라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경기 규칙을 준수할 의향이 있지만 다른 나라가 문제라는 인식을 이들 극단적 웨이보들이 퍼뜨려 주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쓰치는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는 러시아가 국제 제재로 참여하지 못하면서 미중간의 갈등이 신냉전 시대를 대표하는 듯 극렬해졌다고 분석햇다.
이번 올림픽은 대미 인지전은 물론, 대만에게는 직접적인 사이버 공격의 우려도 낳았다. 대만 국가안보 시스템은 중국의 사이버 침투와 타이완 국가 선수들에 대한 비방을 경고했다. 익명의 대만 국가안보 소식통은 지난 9일 관련 브리핑에서 대만 당국이 대량의 온라인 정보를 정리한 결과, 중국이 올림픽 기간 동안 타이완의 'PTT'와 같은 소셜 플랫폼에서 인식 캠페인을 세 단계에 걸쳐 실행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중국이 먼저 타이완 국가대표팀의 성적을 악의적으로 공격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대회의 초기 단계에서 "중화 타이베이 메달 0개, 누가 책임져야 하나?"와 "올림픽 메달 0개, 라이칭더는 사퇴해야 한다"와 같은 반복적으로 악의적인 헤드라인을 집중적으로 확산시켰다.
이어 중국은 "타이완 선수들을 폄하하고 중국 팀을 칭찬하는" 전술을 사용하여 "중국이 10개의 금메달을 선도적으로 획득한 것을 축하합니다" 등의 해시태그를 집중적으로 게시했다.
그는 중국의 마지막 수단이 타이완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개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타이완 배드민턴 선수 타이쯔잉이 부상으로 패배했을 때, 인터넷에서는 "타이완 배드민턴 선수 타이쯔잉의 올림픽 패배를 축하합니다. 오늘 밤 축하할 거예요"라는 많은 글들이 있었고, 타이완 여성 복서 린위팅이 성별 논란에 휩싸였을 때는 "정말 남자처럼 보인다", "그녀는 트랜스젠더인가?"와 같은 비방적인 발언이 많이 등장했다.
이 익명의 국가안보 소식통은 모니터링 중인 "문제 계정"이 평소에는 거의 게시하지 않지만 올림픽 기간 동안 특정 주제에 집중하여 게시하는 것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비록 그 출처를 직접적으로 증명할 증거는 없지만, 그는 이 방법이 과거 중국 공산당이 PR 회사를 이용해 대만의 여론을 조작했던 방식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유튜브 정치 채널 운영자인 션은 중국의 온라인 선전이 만연하고 포괄적이라고 지적했다. 적절한 핫이벤트를 만나면 중국은 트렌드와 리듬을 설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대만 침투와 통일 전선 노력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경고했다. 번체 중국어를 사용해 게시하고 자신을 대만인으로 가장해 활동한다고 션은 지적했다. 그는 가짜로 보이는 대만인들이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댓글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션은 "중국 정부는 대만과 관련, 민감하거나 인기 있는 사건의 경우 대만 현지 인식과 판단에 영향을 미칠 방법을 반드시 찾을 것“이라며 ”사실 중국의 인지전은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중국의 여론전은 역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중국 공산당이 대만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중국 여론전에 영향으로 더 많은 대만 사람들이 주권과 존엄을 수호하고 대만 선수들을 지지하는 데 더욱 고무됐다고 평했다.
션에 따르면 이 같은 결과는 중국 공산당이 거대한 관료체계에서 상명하복의 원칙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라’는 명령은 있지만, 한 결과에 대해 위가 책임지지 않으면서 아래도 책임만 피하는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션은 “중국 공산당의 거대한 관료체계 하에서 인식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명령만 따를 뿐 결과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이 방법을 바꾸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