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어 인도 역시 무역결제에서 달러 결제 대신 현지 통화와 직접 교환하는 방식으로 결제하는 것을 추진하고 나서 주목된다.

인도의 이번 조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다.

중국 매체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는데, 중국의 위안화 기축화폐 추진과 일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21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인도중앙은행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와 거래하는 은행에 인도 루피와 UAE 디르함을 사용하여 무역 대금의 일부를 직접 결제하라 요구했다. 요구에 따르면 앞으로 인도 시중 은행들은 UAE에 지불할 때 먼저 다른 은행에서 일치하는 디르함 자금을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직접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무역결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경우 인도에서는 UAE와 무역 결제시 달러의 중계가 불필요하게 된다.

지금까지 인도는 무역결제를 할 때 나라에 상관없이 일단 인도 루피를 달러로 변환한 다음 다시 국제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를 다른 나라의 화폐, 이번의 경우 UAE 디르함으로 변환하고 있다.

인도중앙은행은 아직 의무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지만 루피-디르함 외환 시장 형성을 계속 장려하고 있으며 은행이 정기적으로 그러한 지불 금액을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의 탈 달러 조치는 UAE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관련해 인도와 러시아 매체들은 이달 초 인도와 러시아 중앙은행이 현지 통화 결제 메커니즘을 확대하기 위한 협상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중국에 이어 인도까지 ‘탈 달러화’에 나서면서 글로벌 기축화폐로서의 달러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달러화로만 거래가 가능했던 원유 거래가 최근 들어 위안화 거래가 가능해지고, 그 비중이 늘고 있다. 미국과 서방의 강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역시 ‘탈 달러’ 국제 결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인도의 조치는 이 같은 글로벌 사회 ‘탈 달러’의 작지만 분명한 한 걸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UN 상품 무역 통계 데이터베이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UAE는 인도의 세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이며, 두 국가 간의 총 무역 규모는 2023년에 800억 달러를 초과한다.

UAE는 주로 인도에 원유를 수출하고, 인도는 일부 정제화학제품과 전자제품을 UAE에 수출한다. 이전에는 UAE가 인도와 장기 무역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발발한 후 러시아가 UAE를 인도의 주요 원유 공급국으로 나서면서 인도 UAE와 무역적자 폭은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인도와 UAE 간 직접 통화 결제 수요는 여전히 높다. 인도 매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수많은 인도 노동자와 전문 기술 인력이 UAE에서 일하고 있으며 매년 UAE에서 인도로 다시 송금해야 하는 금액이 상당하다고 상태다.

또 인도는 UAE의 석유 거래자를 통해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할 예정이며, 이는 제재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양국의 현지 통화로 결제하는 것도 포함된다.

지난 2023년 7월 모디 인도 총리가 UAE를 방문한 후 양국은 SWIFT(세계은행간금융통신협회) 결제를 대체할 현지 통화로 국경 간 무역 체제를 구축하고 현지 통화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인도중앙은행은 UAE 은행들이 인도 은행에 무역 결제를 위해 특별 루피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수입업자와 수출업자가 직접 거래에 루피와 디르함을 사용하도록 장려했다.

이후 지난 2023년 7월 인도는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와 원유를 루피로 거래했다. 상징적 거래였다. 하지만 이후 같은 거래가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루피 국제화를 통한 탈 달러 추진은 인도 금융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가 인도 금융권에 팽배한 상태다.

인도중앙은행의 격려 속에 인도 시중 은행들은 서비스 수수료 할인 등의 조치를 통해 현지 통화 결제를 촉진하기 시작했다.

실제 적지 않은 중소 거래자가 현지 통화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다만 규모가 큰 경우 현지 화폐 거래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여전히 달러 결제를 선호하고 있다. 아직 인도 중앙은행의 의도하는 수준의 루피와 현지 화폐 직접 결제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일단 인도 당국은 루피의 국제화를 촉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5월 인도 은행이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는 중앙은행이 은행이 인도 이외의 거주자를 위해 해외에 루피 계좌를 개설하고 루피 대출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인도 중앙은행은 외국인 직접 투자와 외국인 지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비거주 루피 계좌에 대한 규제 조치를 더욱 완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