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忍冬)의 마음,
세한심(歲寒心)이다.
푸르려는 마음,
겨울을 세는 마음이다.
겨울나기가 힘든 건
지루하기 때문이다.
밖에는 온 통 추위 뿐,
꽃도
나무도
변화가 없다.
방에서 이 지루한
겨울을 나야한다.
묘한 게
지루함과 싸움이다.
지루함은
이기려 하면 할수록
지치고
지루함에 지고 만다.
이 지루함을
지나야
봄을 맞을 수 있는데 ….
봄의 꽃을,
풀잎의 푸름을
즐길 수 있는데 ….
지루함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잊는 것이다.
뭔가를 잊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수를 세를 것이다.
그래서 동양에선
예로부터 겨울이면,
붓으로
굵은 나무 가지를
그려, 그 위에
하루에 하나씩
1000개 나뭇잎을
그려 넣으며
1000일, 3개월여의
겨울을 셌다.
겨울을 세는 마음이
바로
세한심(歲寒心)이다.
봄의 푸름을
기다리는 마음,
누구나
고대하고 기다리는
변치 않는 마음이다.
시인에게 시를 쓰게 하는
그런 마음이다.
“江南有丹橘 经冬犹绿林(강남유단귤, 경동유록림)
岂伊地气暖 自有岁寒心(기이지기난, 자유세한심)”
강남 단귤 나무
봄 맞아 푸른데.
그 어찌
봄기운만의 덕이랴,
겨울 센
변치 않는
의지 때문이지.
역시 장구령(張九齡, 673~740)이다.
감우십이수(感遇十二首) 중 7수의 일부다.
겨울은 반드시 가고
봄은 반드시 온다.
그러나 기다리지 못하면,
봄은 와도
나무는 없다.
그 꽃도 없고
그 풀도 없다.
내가 보지 못하는
봄이 온들,
어찌 봄이랴 하랴.
고통을 이기겠다는 각오,
세한심(岁寒心)으로
폭풍한설을 견뎌야
우린 우리의 봄을
다시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