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한 단어가 있다. 바로 ‘욜로(YOLO)’ 이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 의 줄임말로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행태이다. 있을 지 없을 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대신 지금 현재의 행복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사치를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탕진잼(탕진하는 재미)’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비가 미덕처럼 포장된 가운데 허리띠를 졸라매고 근검절약을 생활모토로 삼아 인생 제2막을 연 ‘짠돌이’ 스타들이 있다. 이상민과 김생민이 그 주인공이다.
이상민은 1994년 룰라로 데뷔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가수였다. 또한 샵, 디바, 샤크라, 컨츄리 꼬꼬 등 90년대 인기 가수들을 프로듀싱하며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스타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랬던 그는 잇따른 사업 실패로 69억의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빚은 그에게 빛이 되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채무자와 신뢰 관계를 쌓고 착실하게 빚을 갚아 나가는 모습이 비춰지며 ‘회생’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특히 이상민은 돈을 절약하면서도 ‘작은 사치’를 부릴 수 있는 팁을 제시하며 화제가 되었다. 채권자의 집 4분의 1을 임대하여 부촌인 용산의 주상복합건물에 거주하고, 비싼 연어 회 대신 저렴한 연어 머리로 만찬을 즐겼다. 이런 모습 탓에 ‘궁상맞다’에 영어 단어 ‘luxury’가 더해져 ‘궁셔리’라는 별명도 얻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창피해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이상민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이러한 이미지는 광고와 직결됐다. 속옷, 자동차, 화장품, 식품, 금융서비스, 모바일 게임 등 10여개의 광고를 체결했다.
이상민이 빚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절약을 실천하게 되었다면 김생민은 ‘절약 DNA’를 타고난 듯한 모습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한류스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생민의 얼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연예가 중계>의 리포터로서 21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김생민은 KBS특채 개그맨으로 화려하게 방송에 데뷔하였으나 6개월간 통편집을 당하는 아픔을 맞봐야 했다. 그의 선택은 ‘가늘고 길게’ 계속 방송을 하는 것이었다. 그는 KBS <연예가중계> 이외에도 MBC <출발 비디오 여행>, SBS <동물농장>에 각각 20년, 17년째 출연 중이다. 같은 연예인 동료들에게 ‘짠돌이’라고 놀림 받으면서도 그는 변하지 않았다.
그런 검소하고 성실한 모습들이 쌓여 <김생민의 영수증>이 대박이 되었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사람들이 사용한 영수증을 보고 김생민이 냉철하게 분석해 조언와 일침을 날리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돈은 안 쓰는 것이다’, ‘커피는 선배가 사줄 때 먹는 것’, ’지금 저축하지 않으면 나중에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 등 김생민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김생민 명언’으로 인터넷을 달구었다. 프로그램 내에서 김생민이 자주 쓰는 ‘stupid’, ‘great’이라는 단어는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유행어가 되었다. 데뷔 25년만에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
‘욜로’와 ‘탕진잼’처럼 소비가 미덕처럼 포장된 까닭은 ‘평범한 사람들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상민, 김생민은 희망의 아이콘이 되었다. 아끼고 노력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스타들, 슈퍼 그레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