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PT는 죄가 없다.”
중국에서 ‘PPT’ 제작이 비효율성 행정의 대표처럼 욕을 먹자, 나온 반응이다. 무슨 말일까? 결국 중국의 관료주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관료주의 국가다.
중국 땅에서 왕정이 들어선 지난 5000년 이래 중국은 언제나 관료 행정으로 나라를 다스려왔다. 서구의 관료 행정보다 수천년 앞선 선진 제도다.
문제는 관료행정주의의 폐단이다. 국가에서 유능한 인재를 골라서 전국민에게 봉사는 관료가 되도록 하고 대신 국가차원의 부를 선사했다.
하지만 똑똑하다는 게 뭔가? 효율성을 잘 안다는 것이고, 결국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효율성, 즉 관료가 편하고 백성을 괴로운 폐단이 양산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냥 그렇게 해’다. 이유는 없다. 본래 “그랬다”는 게 이유다.
역사의 수많은 사례가 있지만, 오늘날 중국의 대표적인 사례가 ‘PPT 제작’이다. 본래 PPT라는 게 무엇인가?
말 그대로 서류제작 양식이다. 언어적 설명을 최소화하고 대신 그래픽과 영상으로 이미지를 전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 관료주의 사회에서는 이 같은 PPT가 어떻게해서 관료주의 폐단을 대표하는 악이 됐을까? 간단하다. 옆에서 좋다고 하니 무분별하게 PPT를 도입하고 나선 것이다. 모두가 “좋은대로 해”라는 관료주의적 행태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쪽지로 간단히 전해도 될 내용을 PPT를 제작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심지어 더 멋있게 꾸미기 위해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양산됐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PPT를 더욱 화려하게 꾸미기 시작했고, 역대 가장 비효율적인 PPT 제작 사례를 낳기 시작했다.
한번 퍼지면 끝없이 이어지는 게 ‘관료주의의 폐단’이다. 결국 PPT제작 능력은 행정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됐다. 잘 된 PPT는 그 실행의 성공 가능성은 차치하고 행정 능력이 우수한 조직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실무자보다 PPT 제작자들이 대접 받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자연히 PPT에 투자를 하자, 그 실행 가능성에는 투자하지 않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심지어 그래픽을 왜곡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자연히 PPT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무원 사회, 관료 사회에서 PPT폐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도부도 나서야 했다.
결국 나온 조치는 “PPT제작을 하지 마라”는 것이다. ‘헉’ 결론을 들은 이들의 반응이다. 맨 처음 언급한 목소리가 커졌다. “PPT가 무슨 죄가 있나? 문제는 PPT가 아니다.”
결국 ‘중국 관료주의 폐단’이 문제였던 것이다. 중국 매체들은 최근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기획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하나다. “결국 사람들이 반감하는 대상은 PPT 자체가 아니라, 형식주의와 무의미한 노력이다. 보고 형식의 선택이든, 실적과 성과에 대한 판단이든, 사람은 도구의 하위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보고를 듣는 것만이 아니라, 상급 기관은 직접 현장을 더 자주 살펴보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야 하며, ‘사실에 입각한 평가’를 분명히 지향해야 한다.아무리 정교하게 만든 PPT라도, 주민들의 진정성 있는 인정만큼 큰 신뢰와 체면은 없기 때문이다.”